미래의 미래를 입는 일
디자이너 이명신이 전하는 우리 시대 서울 여자들을 위한 로우클래식의 미래.
론칭 14년 만에 오피스 빌딩을 마련했다.
어떤 단어가 있다 해도 사물이나 또렷한 형태가 없으면 공감할 수 없다. 로우클래식의 분위기를 같이 공감할 수 있는 공간과 장소가 필요했고, 그게 ‘미래 빌딩’이 됐다.
건물에 스태프가 아주 많다.
40여 명이 함께 일한다. 그들을 향한 우리의 애착은 강하다. 10년 넘게 일한 팀원도 있다. 브랜드를 운영하는 일은 때로 외롭기도 한데 그들 덕분에 혼자보다 함께 만든다는 마음이다.
로우클래식 본사가 있는 곳은 서울 신당동이다.
신당동에서 일한 지 15년쯤 됐다. 로우클래식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다. 어디서나 쉽게 모일 수 있는 곳을 찾다 보니 약수동, 신당동이 적합했다. 다른 곳으로 옮기면 누군가의 출퇴근길이 힘들어질 수 있는 데다 이 동네가 좋아서 떠날 필요를 못 느꼈다
1960년대 총리의 관저가 오피스 빌딩으로 탈바꿈했다. 건물명 ‘미래 빌딩’을 그대로 쓰는 것도 인상적이다.
건물 본래의 매력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1층에 있는 동그란 조명이나 노란 대리석 벽도 원래 모습 그대로다. 둥글게 마감된 벽도 보존했다. 전혀 새로운 것도 좋지만, 오래된 것이 함께해야 새로운 것이 더 새로워진다. 오래된 미래 빌딩의 간판도 떼기 아쉬워 마지막까지 결정을 미루고 있을 무렵, 스태프들이 이곳을 ‘미래’라고 자연스럽게 부르자 그대로 쓰게 됐다.
‘미래’라는 단어는 여러모로 상징적이다.
미래 빌딩을 7~8년 전부터 지켜봤다. 심지어 몰래 들어와서 구경하기도 했다(웃음). 실내가 너무 멋있어서 깜짝 놀랐다. 2021년에 매입한 뒤 1년 넘게 공사를 진행했다.
디자이너 이혜인이 리모델링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이혜인은 ‘공간을 중심으로 정체성을 정의하는 전문가’라고 불린다.
이혜인의 작업은 현실적이다. 억지로 꾸미지 않고 예전 요소를 그대로 활용한다. 중정으로 향하는 테라스 난간도 기존의 것을 수리하고 복원해 그대로 사용했다.
함께 일하게 된 계기가 있나?
우연히 이혜인의 인터뷰를 읽었다. 인터뷰를 통해 그녀가 스리랑카에서 오랫동안 살았으며 특별한 정체성과 철학으로 일한다는 걸 알게 됐다. ‘이 사람 정말 멋있다’고 여기던 중, 지난해 프리즈에서 애프터 파티를 기획할 때 이혜인이 이곳에서 행사를 열고 싶다며 찾아와 인연을 맺게 됐다. 자연스럽게 미래 빌딩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모두 우연이었다. 이혜인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처럼 1층 라운지를 꾸며달라는 것 외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
각 층 구성과 용도가 궁금하다.
제일 신경 많이 쓴 부분은 1층 라운지와 정원이다. 모두 모일 수 있는 공간이다. 1960년대 분위기를 유지했다. 1960년대 영화 중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좋아한다. 빈티지 느낌이지만 미래적이고 특유의 오묘한 느낌이 근사해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컨셉으로 라운지를 작업했다. 실제 라운지에 놓인 가구도 1960~1970년대 빈티지 가구로 선별했다. 미래 빌딩에는 80~100개의 창문이 있다. 크기도 모두 달라 창문을 맞추는 것 또한 쉽지 않았다. 창문을 통해 안팎이 하나로 연결되는 느낌이 정말 좋다. 지하는 다이닝 공간이다. ‘와일드덕칸틴’이 곧 들어온다. 스태프들이 모여 건강하게 식사할 수 있고 고객도 잠시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다. 2층은 쇼룸이다. 디자인실 바로 옆이다. 디자인하다 보면 자기만의 세계에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우리는 바로 지금 서울의 현실적인 옷을 만든다. 그래서 우리 옷을 입는 여자들이 자신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직접 보길 원한다. 미래 빌딩은 우리가 특정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창밖으로 나무가 많이 보인다.
약수동이 꽤 조용하고, 낮에 창문을 열면 새소리가 많이 들린다. 음악이 필요 없을 정도다. 그 분위기가 정말 좋다.
1층과 2층은 사무실과 쇼룸, 3층에는 LC 라인 제품이 가득하다.
1층은 패턴실, 2층은 디자인실이다. 10년 넘게 함께 일하면서 여러 요소를 계속 발전시키고 있다. 변화도 좋지만 변치 않는 것도 중요하다. 미래 빌딩은 그야말로 우리의 아틀리에다. 특히 스태프들 덕분에 일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웃음). 재미있게 일하고 싶다. 재미있는 삶을 누가 원하지 않겠나. 미래 빌딩에서는 누구나 재미있게 일하길 원한다. 개인적으로 패턴 작업하는 재봉틀 소리를 무척 좋아한다. 일이 잘 안 풀리면 그곳에서 가만히 작업하는 소리를 듣고 있을 때도 있다(웃음). 반복되는 소리에 마음이 편해진다.
이 건물을 구상하며 어떤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는지 궁금하다.
지역성과 지속성. 로우클래식의 베이스캠프는 서울이다. 서울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하고 싶었다. 로우클래식을 유지하는 지역성을 어떻게 정의하고 지속할 수 있을까. 답은 주변 사람과의 대화에서 비롯된다고 여겼다. 샘플 세일 때 문을 활짝 열어놓으니 동네 주민들이 신기하게 보시며 들르곤 했다. 이곳과 어울리는 아이디어도 주셨다. 지속성도 거창한 것보다는 이야기를 꾸준히 어떻게 쌓느냐가 중요하다. 한국 패션 비즈니스에선 어려운 부분이다. 이탈리아 어느 에이전시와 일하는 과정에서 “어제보다 나은 오늘이 중요하다. 한 단계 성장하는 게 중요하다. 그 성장 속도를 타인과 맞출 필요는 없다”는 조언을 들으며 큰 영감을 얻었다
로우클래식은 서울 여성들에게 영감을 주고, 그들에게서 영감을 받으며 성장해왔다. 이곳 역시 본래 옛 건물의 기본은 유지하되 ‘재생 건축’ 방식을 취했다. 서울의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또 다른 생명을 얻은 듯 보인다.
이 아름다운 건물이 사라지지 않길 원했다. 미래 빌딩이 서울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다 아우르는 것처럼 로우클래식도 과거, 현재, 미래를 관통할 수 있지 않을까 늘 고민한다. 세 가지 시점을 고려하면 결정도 신속히 내릴 수 있으니까. 뭘 하느냐보다는 내가 뭘 원하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일하다 보니 나만의 속도를 찾을 수 있었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관통하는 속도 말이다. 이 정도 속도라면 평생 지치지 않을 듯하다. 디자이너가 제일 힘들 때는 브랜드 운영이 잘되지 않을 때가 아니다. 자신을 포기할 때가 제일 큰 위기다. 우리나라 고객은 아주 똑똑하고 쇼핑도 좋아하고 늘 새로운 것을 찾는다. 그래서 자신만 포기하지 않고 성취 속도에 너무 매달리지 않으면 언젠가는 자신만의 속도대로 성공할 수 있다.
이렇듯 로우클래식 14년을 이끈 에너지는 뭔가.
로우클래식이 어떤 브랜드인지 사람들에게 정확하게 알리고 싶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사람이 변하면서 각자 생각도 달라지고 우리가 원하는 것도 잊혔다. 그래서 미래 빌딩을 커뮤니케이션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 속도가 제각각인 구성원들과 함께 성장하는 것이 로우클래식의 미래를 만들 유일한 방법이다. 커뮤니케이션이야말로 우리의 성장 동력이다.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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