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사유에서 역사를 쓴 자크무스의 미래
바로 며칠 전 베르사유 궁전에서 쇼를 선보인 시몽 포르트 자크무스는 본격적으로 ‘메이저리그’에 합류했다. 켄달 제너와 지지 하디드는 베르사유 궁전 안 대운하를 따라 워킹을 이어갔고, 빅토리아 베컴, 에바 롱고리아, 모니카 벨루치 그리고 아델 에그자르코폴로스(Adèle Exarchopoulos)를 포함한 약 150명의 관객은 나란히 보트에 앉아 쇼를 관람했다.
사실 베르사유 궁전은 예전부터 패션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1973년 11월, 베르사유 궁전 복원을 돕기 위한 자선 행사였던 패션쇼 ‘베르사유의 전투(The Battle of Versailles)’ 이후 디올과 샤넬을 포함한 여러 ‘메가 브랜드’들이 궁에서 쇼를 선보인 바 있다. 이제 자크무스 역시 그 대열에 합류했다. 14년 전에 창립된 자크무스가 베르사유로 오기까지 과정은 분명 순탄치 않았지만.
시몽 포르트 자크무스가 베르사유 궁전 측과 처음 만났을 때, 그들의 반응은 이랬다. “어떤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지 들어는 보겠습니다. 물론 불가능하겠지만.” 자크무스는 굳은 의지를 가지고 그들을 설득했고, 결국 베르사유 측의 승인을 받아낼 수 있었다. 자크무스는 젊은 소비자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는 브랜드이고, 베르사유는 이 점에 끌려 이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먼 미래에도 자크무스가 베르사유에서 쇼를 선보일 수 있을까? “저희는 지속적으로 베르사유 궁전 측을 후원할 생각입니다. 자크무스가 이 역사적인 장소에 흔적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가집니다.” 시몽 포르트 자크무스의 말이다.
베르사유 궁전에서 자크무스가 쇼를 선보였다는 사실은 이들이 매일 성장하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다. 250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자크무스는 지난해에만 2억 유로가 넘는 매출을 올렸는데, 이는 2021년과 비교해 2배가 넘는 수치다. 브랜드의 CEO 바스티엔 다구잔(Bastien Daguzan)은 2023년 목표치를 밝히지 않았지만, 지금과 같은 성장세라면 2025년에는 5억 유로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예상한다. 5억 유로라는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한 자크무스의 전략은 고급화, 더욱 적극적인 남성복 라인 전개, 그리고 미국 시장에서의 확장이다. 몽테뉴 거리와 생 트로페에 플래그십 매장을 열고 코모 호수, 포시타노 등에 팝업을 여는 자크무스는 이미 전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다. 나이키와 자크무스의 협업 제품은 ‘솔드 아웃’ 행진을 이어간다.
지금의 자크무스를 메가 브랜드라 부를 수 있을까? 다구잔은 ‘예’, 또는 ‘아니요’로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자크무스가 모든 면에서 ‘흥미로운’ 브랜드로 거듭나고 있으며, 단순한 디자이너 브랜드를 뛰어넘는 무언가가 되어가고 있다 말했다.
몽테뉴 거리의 자크무스 플래그십 스토어는 역사적인 디올 플래그십 스토어와 매우 가까운 곳에 위치한다. 애초에 자크무스는 임시 팝업을 생각했지만, 소비자가 뜨거운 반응을 보이자 계획을 바꿔 아예 브랜드의 첫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다. 시몽 포르트 자크무스는 매장 근처에 표지판이라도 세워서 이 소식을 전하고 싶었다는 비하인드를 밝혔다. 자크무스는 미국과 영국에도 플래그십 매장을 오픈하며 도매 및 유통 과정에서 생기는 손실을 줄이고자 한다. 물론 여전히 세계 각지에 팝업을 열면서 말이다.
자크무스는 온라인과 아시아 시장에서 특히 반응이 좋은 남성복에도 주목하고 있다. 현재 자크무스의 매출 중 남성복이 차지하는 비중은 15%다. 지금도 판매되고 있는 ‘라피아 컬렉션’의 남성복은 흔히 말하는 ‘대박’을 터뜨렸으며, 이번 2023 F/W 컬렉션에도 12개의 남성 룩이 등장했다.
지난 컬렉션에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의 ‘르 비쥬(Le Bisou)’ 백을 출시하며 젊은 고객층을 겨냥한 자크무스는, 이번 컬렉션을 통해 공개한 ‘르 칼리노(Le Calino)’ 백과 함께 고급화 전략을 수립했다. 다구잔은 브랜드를 오래 유지하기 위해선 이와 같은 전략이 필수라 설명했다. 핸드백을 포함한 액세서리는 자크무스의 총매출 중 60%를 차지한다.
며칠 전 있었던 2023 F/W 컬렉션의 제목은 헤어 스크런치를 뜻하는 ‘르 슈슈(Le Chou Chou)’. 다이애나 왕세자비와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영감받은 볼륨감 넘치는 룩들이 헤어 스크런치를 닮았기 때문이다. 보트에 앉아 쇼를 즐겼던 베르사유 궁의 관장 카트린 페가르(Catherine Pégard)는 베르사유 궁에서 열린 쇼들은 늘 왕실에서 영감받은 룩으로 가득했다고 말했다. 그녀의 말처럼 컬렉션에는 거대한 소매, 볼륨감 넘치는 치마와 후드가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쇼의 마지막을 장식한 세 웨딩드레스의 컬러는? 블루, 화이트 그리고 레드. 각각 자유, 평등 그리고 우애를 상징하는 프랑스의 ‘삼색기’를 연상시켰다. 꾸레주의 니콜라 디 펠리체, 스키아파렐리의 다니엘 로즈베리 같은 디자이너들 역시 현장에 있었다.
이번 베르사유 쇼 이후, 자크무스를 향한 기대치는 점점 커질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은 뭘까? ‘따스한 환대’가 좋은 키워드일 수 있겠다. 시몽 포르트 자크무스는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는 말과 함께 이렇게 덧붙였다. “베르사유 궁처럼 거대한 곳이 아닌, 자그마한 장소에서도 쇼를 열고 싶어요. 웅장한 장소에서 쇼를 선보이는 것과는 또 다른 의미가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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