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하지만 새롭게: 버버리 2024 리조트 컬렉션
“버버리의 새로운 비전을 본 사람들이 안도감을 느꼈으면 한다.”
지난해 12월 다니엘 리가 <보그> 인터뷰에서 남긴 말입니다. 버버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직을 맡은 직후였죠. 160여 년 역사를 자랑하는 하우스만의 고유한 코드는 살리되, 이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펼쳐 보이겠다는 다짐이었습니다. 지난 2월 열린 그의 데뷔 컬렉션에서 그는 자신과 버버리 하우스의 뿌리인 ‘영국’에 집중했는데요. 바로 지난주에 공개한 ‘뉴 버버리’의 2024 리조트 컬렉션에서는 어땠을까요?
여전히 체크
다니엘 리는 오래된 것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특출한 재능을 지닌 디자이너입니다. 분명 클래식하지만 어딘가 고루했던 보테가 베네타의 ‘인트레치아토’ 기법 역시 그의 영향으로 새롭게 태어났죠. 이번에는 ‘버버리 체크’의 차례인가 봅니다. 지난 2023 F/W 컬렉션에서 그는 다양한 컬러와 레이어드를 활용하며 체크 패턴을 모던하게 탈바꿈하고자 했는데요.
이번 리조트 컬렉션에는 아예 새로운 패턴의 체크가 등장했습니다. 기존의 정갈한 체크를 변주하며 불규칙적이고 사이키델릭한 느낌의 체크를 탄생시킨 것. 다니엘 리는 코트, 셔츠, 니트웨어처럼 클래식한 아이템에 패턴을 적용하며 흥미로운 대조를 완성했습니다. 반문화로 시작한 사이키델리아(Psychedelia)는 젊음, 자유, 반항 같은 단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데요. 이 패턴이 ‘젊고 새로운 버버리’의 시발점이자 상징으로 자리 잡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아우터웨어
아웃도어 의류에 필수적으로 쓰이는 원단 개버딘을 발명한 하우스이자, 최초의 트렌치 코트를 선보이기도 한 버버리. 다니엘 리는 하우스의 설립자 토마스 버버리처럼 자신 역시 항상 움직이는 사람들을 위한 옷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는데요. 그는 버버리의 대표 아이템 트렌치 코트를 재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길을 선택했습니다.
이번 컬렉션에는 패딩은 물론 에비에이터 재킷, 파카 등 다양한 아웃도어 의류가 등장했는데요. 마음대로 늘이고 조일 수 있는 후드는 물론, 단추와 지퍼 역시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어 착용자의 편리함을 극대화했습니다. 퀼팅 재킷과 레인 부츠처럼 클래식한 아이템 역시 평소 다니엘 리가 선호하는 팝한 컬러를 만나 새 생명을 얻었고요.
아웃도어 의류가 바람막이, 패딩, 봄버 재킷만은 아니죠. 데님 역시 ‘항상 움직이는’ 노동자를 위해 개발된 원단입니다. 그리고 다니엘 리는 기존 버버리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던 데님 재킷과 데님 팬츠 역시 선보였죠. 재킷 소매와 팬츠 밑단을 접어 올리면 장미 프린트가 드러나도록 해 ‘버버리스러움’을 한 스푼 더하는 것도 잊지 않았고요!
프로섬 나이트
다니엘 리가 버버리에 부임한 뒤, 처음 한 일은? 로고를 바꾸는 것. 그는 브랜드의 아카이브를 참고한 뒤 리카르도 티시의 버버리 부임과 함께 자취를 감춘 ‘돌진하는 기사’ 로고를 부활시켰는데요. 이번 리조트 컬렉션은 이 ‘기사’에 대한 레퍼런스로 가득했습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 기사 로고가 크게 프린트된 아이템은 하나도 등장하지 않았다는 것. 대신 다니엘 리는 앞서 언급한 패딩과 패딩 베스트는 물론, 다양한 레더 백에도 보일 듯 말 듯 자그마한 기사 로고를 새겨 넣는 것을 선택했죠. 리카르도 티시가 버버리의 모노그램을 전면에 내세운 것과 정반대입니다.
이번 컬렉션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 ‘나이트 백’은 그 이름에서부터 짐작할 수 있듯, 로고의 기사로부터 영감을 받아 탄생한 백입니다. 다니엘 리는 ‘카라비너와 말 머리 모양’을 참고해 백에 달린 버클을 완성했다고 밝혔죠. ‘체스 사첼백’에는 체스판의 ‘나이트’를 형상화한 버클이 달려 있었고, 귀고리 모양은 중세 시대 기사의 투구를 연상시켰습니다.
하우스의 고유한 코드를 깨뜨리지 않는 선에서 변주하며, 버버리를 바꿔나가는 다니엘 리. 3개월 뒤에 있을 2024 S/S 컬렉션은 어떤 모습일지 기대해봐야겠죠?
- 사진
- Courtesy Photos,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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