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패션 광고계의 키워드는 한마디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초현실주의. 엉뚱한 비주얼을 담은 광고가 연이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죠. 어떤 브랜드들이 초현실적인 광고를 선보였는지, 함께 확인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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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화제를 불러 모은 자크무스의 캠페인부터 볼까요? 지난 4월, 자크무스는 버스만큼 거대한 백이 파리 거리를 쌩쌩 돌아다니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이는 브랜드의 시그니처 아이템인 ‘밤비노 백’을 홍보하기 위한 캠페인의 일환이었는데요. 비록 ‘실제 상황’이 아니라 편집된 3D 영상이었지만, 소비자의 반응은 매우 뜨거웠습니다. 평소 파리는 교통 체증이 심하기로 유명한 데다, 자크무스가 ‘미니 사이즈 백’ 유행을 선도한 브랜드라는 점 역시 더욱 아이러니한 재미를 자아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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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뒤에는 이탈리아 코모(Como) 지역에 오픈한 팝업을 홍보하기 위해 코모호에 밤비노 백을 배처럼 띄우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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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 베컴 역시 최근 기발한 광고 캠페인을 공개했는데요. 세 편의 영상으로 구성된 캠페인에는 빅토리아 베컴의 ‘체인 파우치’가 런던 타워 브리지, 자유의 여신상, 그리고 콜로세움 위를 떠다니는 모습이 표현되어 있었습니다. 백들은 탱탱볼처럼 다리 위를 굴러가는가 하면, 낙하산을 탄 듯 센트럴 파크에 착륙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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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벨 마랑이 공개한 캠페인 역시 비현실적이기 그지없습니다. 10초 남짓의 짤막한 영상 내용은 난데없이 거대한 치약이 나타나 이자벨 마랑의 매장 앞에 내용물을 뿌리는 것이 전부거든요. 이는 며칠 뒤 공개될 브랜드의 2024 S/S 남성복 컬렉션과 생제르맹데프레(Saint-Germain-des-Prés)에 오픈한 남성복 매장을 홍보하기 위한 캠페인이었습니다. 이자벨 마랑은 파리, 런던, 그리고 뉴욕의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영상에 등장하는 것과 같은 디자인의 (하지만 크기는 훨씬 작은) 치약을 증정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패션 광고계가 초현실주의와 사랑에 빠진 것은 크게 놀랄 일이 아닌데요. 둘은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기 때문입니다. 스키아파렐리를 창립한 엘사 스키아파렐리는 디자이너이기 전에 초현실주의 예술가였습니다. 살바도르 달리와 자코메티 같은 아티스트와도 활발히 교류할 정도였죠. 프라다와 발렌시아가 역시 각각 2012년과 2020년, 초현실적인 미래를 그린 캠페인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최근 자크무스, 빅토리아 베컴, 그리고 이자벨 마랑은 왜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초현실적인 광고를 선보인 걸까요?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는 이유는, 그림을 그려주는 미드저니 같은 인공지능이 등장하며 브랜드들 역시 자연스레 디지털 아트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 카사블랑카는 2023 S/S 시즌 캠페인 이미지를 전부 AI로 제작하기도 했죠.

두 번째 이유는 바로 충격요법. 3D로 편집하거나 AI로 제작한 이미지와 영상은 더없이 참신하고 새로운 비주얼을 선사합니다. 모델이 가방을 든 채 포즈를 취하는 광고보다, 꿈에서나 가능한 일을 담은 광고가 고객의 뇌리에 더 깊이 남는다는 뜻이죠. 실제로 자크무스의 캠페인 영상이 업로드된 이후, ‘자크무스 광고 캠페인’에 대한 검색량은 9배 증가했고 밤비노 백에 대한 관심 역시 폭발적으로 늘어났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초현실적인 광고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그냥 즐기면 됩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렇게 상상력을 발휘한 광고는 우리를 웃게 한다는 점. 그것이 너털웃음이든, 실소든 상관없이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