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닉 트래블의 명소 ③ – 포르투갈
7월호 패션 화보 촬영을 위해 〈보그〉 패션 에디터와 스타일리스트가 떠난 에스닉 트래블의 명소. 그들은 과연 이곳에서 어떤 의식주를 경험했을까? 촬영 다이어리에 적힌 그들만의 트래블 팁!
Azulejo Story
지인이 보내준 여행 책자에서 푸른빛 타일인 아줄레주(Azulejo)에 반해 여름 화보 촬영지로 포르투갈 리스본행을 결정했다. 리스본에 도착한 것은 출발 20시간 만인 저녁 9시. 에어비앤비(Airbnb)로 예약한 숙소로 이동, 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 속 레지스탕스들이 튀어나올 것 같은 골목으로 들어서자 앤티크한 소품과 특별한 감각으로 재탄생된 환상적인 공간이 나타났다 (집주인 애나는 친절하게도 문밖에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 날 지구 반대편에 와있음이 피부로 와 닿지 않았지만 리스본에서 꼭 먹어봐야 한다는 에그 타르트(프랑스의 크루아상만큼이나 어딜 가나 맛볼 수 있다!)를 먹고, 이번 출장의 테마인 아줄레주를 찾아 프론테이라 성으로 갔다. 그곳은 1671년에 완공됐으며 스페인으로부터 왕권을 회복하는 과정을 아줄레주 패널화로 만들어 장식한 성으로 유명하다. 최근까지도 주택으로 사용됐기에 보존 상태가 좋고 다양한 아줄레주를 볼 수 있는 곳. 하지만 전체 출장비와 맞먹는 어마어마한 장소 대여비 때문에 포기하고 두 번째 장소인 부티크 호텔 벨몬트 궁(역시 아줄레주로 유명한 곳)으로 향했다.
리스본의 교통수단인 전차를 타고 언덕에 위치한 벨몬트 궁을 찾아갔는데, 부티크 호텔답게 아무 표시 없는 빨간색 문만 덩그러니 있는 게 아닌가. 이곳은 벨몬트 백작이 살던 궁으로 1449년에 지어져 1755년 대지진을 겪고도 살아남은 몇 안 되는 국가 유물 중 하나. 흔쾌히 촬영 승낙을 받은 후 마지막 로케이션 장소로 향했다. 우리가 서둘러 간 곳은 테주 강 건너편 와이너리와 정원이 함께 있는 바칼료아 저택. 15세기 초창기 아줄레주가 있는 곳으로 그 문양이나 색감이 무슬림 영향으로 푸른빛 일색이던 이전의 아줄레주와는 달랐다. 초기 아줄레주는 식물 문양을 이용해 반복적인 방법으로 벽면을 장식했고, 16세기에는 스커팅 아줄레주라 해서 직사각 패널 안에 스토리를 담아 장식하기 시작했는데, 그 초기 모습이 이 저택 안에 남아 있다. 또 다양한 박물관과 현대미술품이 전시돼 있어 일반 와이너리와 달리 역사와 문화를 함께 체험할 수 있었다. 촬영 허락을 받은 후 이곳 홍보 담당자가 건넨 화이트 와인을 한 모금 입에 머금자 그제야 촬영에 대한 안도감이 밀려왔다.
일단 로케이션 장소가 정해지자 촬영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촬영 틈틈이 리스본 명물인 대구 요리와 정어리 소금구이, 올리브 오일이 듬뿍 들어간 문어 요리를 먹고, 촉촉한 카스텔라 안에 부드러운 달걀 크림이 들어 있는 롤 케이크, 리베이라 재래시장에서 감탄한 하몽 한 접시, 다양한 향의 와인 등을 맛볼 수 있었는데 리스본의 또 다른 추억거리를 선사했다.
푸른빛 아줄레주의 아름다움에 반해 떠난 포르투갈 리스본, 가까이 들여다보니 16세기 전 세계를 제패했던 영광의 기념품처럼 아줄레주는 세월과 함께 저마다의 이야기를 갖고 있었다. 무엇보다 숙소 주인 애나 자매처럼 포르투갈을 쉽게 이해하고 정겹게 만들어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언제든 다시 오고 싶은 곳이다.
HOTEL 아줄레주가 멋진 부티크 호텔 벨몬트 궁(Palácio Belmonte). 아줄레주 장인이 3만 장의 타일로 장식한 59개 패널이 그대로 보존돼 있는 곳으로, 1994년 이 성을 구입한 프랑스인 프레데릭 쿠스톨스가 6년간의 리모델링을 거쳐 11개 스위트룸이 있는 고급 호텔로 변신시켰다. 친환경적인 호텔로 2000년 <콘데나스트 트래블러>에 기재된 이후, 세계에서 10대 로맨틱 호텔로 손꼽히는 곳이기도 하다. 저렴하면서 현지 문화를 직접 경험하고 싶은 이라면 에어비앤비를 이용해볼 것. 190개국과 연결돼 있어, 원하는 나라와 도시를 검색해 내가 머물고 싶은 현지인의 집을 입맛대로 고를 수 있다.
EAT&DRINK 프랑스의 크루아상만큼 유명한 포르투갈의 에그 타르트와 촉촉한 달걀 카스텔라는 기본. 그 유명한 테주 강 석양을 바라보며 대구 요리를 맛보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혹은 리스본 맛집들이 모여 있는 리베이라 재래시장에서 온갖 전통 요리를 맛보며 하몽 한 접시에 와인 한잔을 곁들이는 것도 낭만적이다.
CITY TOUR 28번 트램(전차)을 타고 리스본 명소를 구경해보자(리스본 명소만 다녀서인지 너무 많은 이용객들로 인해 번번이 놓치게 되는 것이 흠). 또한 16세기 수도원을 박물관으로 개조한 아줄레주 박물관에서 1755년 대지진 이전의 리스본 풍경을 아줄레주 패널로 감상해보자. 석유 재벌 굴벤키안이 만든 굴벤키안 박물관에서 고대 작품부터 현대미술품까지 감상한 후, 호수와 건축물이 어울린 정원에 앉아 여행의 여유로움과 낭만을 제대로 만끽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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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서영희
- 포토
- LEE GUN HO, CHA HYE K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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