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스타일스와 데이비드 호크니가 만날 때
‘좋은 초상화’란 어떤 걸까? 지난 7월 9일 86세 생일을 맞이한 데이비드 호크니는 평생 인물과 사물을 관찰해왔다. 그런 호크니는 초상화를 그릴 때 늘 그 사람의 얼굴부터 시작한다. “머리부터 시작하죠. 그리고 다른 부분을 채워나갑니다.” 프랑스 어딘가에 있는 집에서 그가 나에게 한 말이다.
지난 5월 해리 스타일스는 노르망디에 있는 호크니의 스튜디오를 방문했다. 밝은 빛이 가득한 스튜디오로 들어선 해리는 등받이 의자에 앉아 호크니만을 위한 모델 역할을 흔쾌히 자처했다. 이틀이 넘도록 호크니는 해리 스타일스의 모든 것을 담으려 노력했다. 스트라이프 카디건부터 데님의 색상, 목에 걸린 진주 목걸이, 해리 스타일스의 시그니처인 헝클어진 머리까지. 호크니는 해리 스타일스가 전 세계적인 팝 스타라는 사실이 초상화에 아무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냥 스튜디오를 방문한 사람일 뿐이죠. 그림을 그릴 당시에는 그가 이렇게 유명한 사람인지도 잘 몰랐습니다.” 그의 말처럼 호크니는 오직 앞에 놓인 모델을 그려냈을 뿐이다.
두 사람은 즉각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는 해리 스타일스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열렬한 팬이기 때문이다. 2020년 미국 <보그>와 진행한 커버 촬영에서 해리 스타일스는 데이비드 호크니의 얼굴이 그려진 보디의 커스텀 팬츠를 입고 있었다. 해리 스타일스의 솔로 앨범 역시 캘리포니아 특유의 따스한 분위기를 담아내는 호크니의 그림과 닮았다. “그는 사람들이 세상을 보는 방식을 수십 년째 바꿔놓았죠. 그가 제 초상화를 그려준다는 것만으로 큰 영광입니다.” 호크니에 대한 해리의 설명이다.
해리 스타일스의 초상화뿐이 아니다. 국립 초상화 미술관에서는 곧 호크니의 개인전 <Drawing from Life>를 개최한다. 지난 2020년 2월 팬데믹으로 몇 주 만에 중단된 그의 전시가 약 3년 6개월 만에 돌아오는 것이다. 코로나 기간 동안 호크니가 작업한 초상화가 추가된 전시는 11월 2일 국립 초상화 박물관이 새 단장을 마친 직후 열린다. 물론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그가 그려낸 해리 스타일스의 모습이다. 시니어 큐레이터 사라 하우게이트(Sarah Howgate)는 호크니의 작품이 2020년부터 쭉 박물관에 걸려 있었다는 비하인드를 공개했다. 전시가 열리면 그의 작품은 새 삶을 살게 될 것이다.
다른 그림 역시 해리의 초상화만큼 매력적이다. 호크니의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진실함’이다. 각각 1970년과 1971년에 완성된 오시 클락(Ossie Clark)과 실리아 버트웰(Celia Birtwell)의 초상화에는 묘한 긴장이 감돈다. 2016년 왕립 예술원에 전시된 그의 누나 마가렛(Margaret), 배우 배리 험프리즈(Barry Humphries) 등이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을 그린 초상화 역시 마찬가지다. 호크니는 때론 장난스럽게, 때론 변화무쌍하게, 때론 환상적인 방식으로 대상을 표현한다. 하지만 한 가지 변치 않는 것은 그의 작품에는 항상 진솔함이 담겨 있다는 사실이다.
해리의 초상화 옆에는 극작가 그레고리 에반스(Gregory Evans), 호크니의 그림을 인쇄한 모리스 페인(Maurice Payne), 그가 살고 있는 마을 도줄레(Dozulé)의 시장, 정원사, 호크니의 수족 치료 전문의의 (호크니는 그를 “내 발톱을 잘라주는 댄디한 사람”이라 부른다) 그림이 걸린다.
호크니는 최근 음악 프로듀서 클라이브 데이비스(Clive Davis)의 초상화를 그리기도 했다. 해리를 호크니에게 소개해준 사람 역시 클라이브였다. “클라이브를 통해서 해리 스타일스가 앨범을 출시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이후 제 어시스턴트가 해리에게 연락해, 초상화 모델이 될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죠. 해리는 즉시 ‘오케이’를 보내왔습니다.” 호크니가 말했다. 이후 그는 본능에 의존해 해리의 초상화를 그렸다. 그림을 완성한 후 호크니는 해리의 뮤직비디오를 전부 찾아봤다.
하우게이트는 호크니에 대해 “전통적인 초상화 화가가 아니다”라고 설명한다. 호크니는 대상이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가 아니라, 누구인지 궁금해하기 때문이다. 해리의 그림을 그릴 때만 해도 그가 ‘스튜디오를 방문한 사람’이라 생각한 만큼, 호크니는 상대방의 명성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가 관심 있는 것은 오로지 ‘이 사람이 누구인지, 다른 이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이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호크니는 최근 친분이 두터운 사람들을 위주로 초상화를 그리고 있다. 물론 그의 끝없는 호기심 덕분에 해리 스타일스와 같은 ‘낯선 이’와의 작업도 종종 이뤄지지만. 호크니의 모델이 된 해리는 그가 행운아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호크니는 정말 유머러스합니다. 그의 농담에 시간 가는 줄 몰랐거든요!” 그 수많은 농담 중 하나를 들려줄 수 있는지 묻자, 호크니와 해리 모두 침묵을 지켰다. 스튜디오에서 벌어진 일은 스튜디오에 머문다.
<David Hockney: Drawing From Life> 전시는 11월 2일부터 2024년 1월 21일까지, 런던의 국립 초상화 박물관에서 관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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