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어 보이고 싶을 땐, ‘이걸’ 드세요
마크 제이콥스가 미국 현대문학에서 가장 과소평가된 작가 중 한 명이자 배우였던 쿠키 뮬러(Cookie Mueller)의 책을 읽는 자신의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게재했습니다. 피드에는 ‘만나고 싶었던 비범한 인간’이라고 썼죠. 과감함의 한계를 넘어선 삶을 살아온 제이콥스가 뮬러의 책에 끌리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뮬러는 존 워터스(John Waters) 영화에 출연했고 뉴욕에서 고고 댄스를 췄으며, 희대의 살인마로 불리는 찰스 맨슨(Charles Manson)과 담배를 피우고 앤디 워홀과 사랑에 빠졌다는 이야기를 책에 썼으니까요.
책등이 갈라지지 않은 새 책인 듯했지만, 그게 요점은 아닙니다. 마크 제이콥스의 포스팅에는 좋은 책을 공유하고 싶다는 순수한 의도에 자신이 ‘니치 북 컬처’의 일부라는 사실을 알리고자 하는 마음이 포함되어 있죠. 켄달 제너가 첼시 호드슨(Chelsea Hodson)의 <투나잇 아임 섬원 엘스(Tonight I’m Someone Else)> 에세이 컬렉션과 함께 요트에 탑승하거나, 지지 하디드가 밀라노 패션 위크에서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들고 사진을 찍은 것처럼 책은 취향을 대변하고, 때로 인테리어 소품이 되죠. 소셜 미디어는 이런 사진을 두고 시니컬하게 반응할지 모르겠지만, 진지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사람들에게 책은 최적의 도구가 되어주며, 지위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책과 외모 모두 갖췄을 때 시너지가 난다는 사실입니다. 옷을 잘 입는 괴짜는 옷을 못 입는 괴짜와 다르며, 주류 미디어에서 강력한 조합임이 임증되었습니다. <가십걸>과 <화이트 로투스>에서는 하이힐을 신고 허세를 부리는 10대들이 이브 바비츠(Eve Babitz),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Nietzsche), 엘레나 페란테(Elena Ferrante)의 책을 마치 펜디의 바게트 백처럼 들고 다닙니다.
이런 종류의 지적, 문화적 과시를 모방하려는 욕구는 매우 많은 사람들에게서 엿볼 수 있습니다. 최근 톰 포드의 아카이브 북을 가짜로 만드는 방법이 틱톡 영상을 통해 전수되고 있죠. 책은 사람을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합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 책들을 읽어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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