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그 코리아 9월호 표지 사진가 루이지와 이앙고의 비전
<보그 코리아> 9월호 표지의 사진가 루이지와 이앙고. 10년을 함께한 듀오가 예술과 사회의 새로운 비전을 이야기한다.
리안, 빙크스, 벨라, 레베카, 릴라의 공통점은? 당대 톱 모델들의 이름이 정답이다. 여기에 정답 하나를 더 추가한다. 2020년부터 현재까지 이 <보그 코리아> 커버 걸들을 촬영한 사진가가 루이지와 이앙고라는 사실. 카메라 렌즈를 통해 마법 같은 세상을 바라보는 두 남자 루이지 무레누(Luigi Murenu)와 이앙고 헨지(Iango Henzi)는 스위스와 이탈리아, 가까우면서도 먼 나라에서 각각 헤어 스타일리스트와 댄서로 활약했다. 그리고 운명처럼 만나 2013년부터 사진가라는 직업을 공유했다. 그렇게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쌓은 두 사람의 파트너십과 우정의 결정체가 <Unveiled>라는 동명의 책과 전시를 통해 공개된다. 100여 개가 넘는 아트 프린트와 미공개 아카이브 자료로 구성한 전시는 9월 21일부터 11월 26일까지 밀라노 왕궁 박물관(Palazzo Reale di Milano)에서 열린다. “이번 프로젝트는 진실하고, 직설적이고, 진실을 보여줍니다.” 큐레이터 티에리 맥시메 로리오트(Thierry-Maxime Loriot)의 말처럼 루이지와 이앙고는 둘만 담을 수 있는 인간의 가치를 기념하고자 한다. 이 듀오 사진가의 역사적 순간을 기념하며 <보그 코리아> 9월호를 위해 마리아카를라 보스코노를 촬영한 이 두 남자를 밀라노에서 만났다.
‘루이지 & 이앙고’는 어떻게 탄생했는지 궁금하다. 모든 과정이 자연스러웠다. 파리에서 우연히 만나 밤새 토론했고, 서로 같은 예술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을 느꼈다. 마침 루이지가 <i-D> 매거진의 큰 프로젝트를 앞두고 있었고, 우린 운명처럼 그 화보를 위해 힘을 모았다. 그날 이후 한 번도 떨어진 적 없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공동 작업을 한다. 마찰이 생기진 않나? 우리는 유기적으로 일한다. 굉장히 구체적으로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 물론 준비 과정에서 갈등도 겪지만, 그것 역시 서로에게 의미 있고 창의적인 과정이라고 여긴다. 새로운 질문은 또 다른 호기심과 도전 정신을 끊임없이 야기하기 때문이다.
9월 21일 <Unveiled>전이 공개된다. 지금껏 진행해온 다양한 전시 프로젝트와의 차별점은? 온전히 우리 작업물에 집중한 첫 개인전이다. 2년에 걸쳐 준비했다. 회고전이라기보다는 자기 성찰에 대한 매우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하고자 했다. ‘진실’과 ‘자신을 드러내는 행위’라는 주제에 대한 진솔한 분석을 통해 세상을 단순한 미학이 아니라 개성과 자긍심의 관점에서 바라봤다. 세상을 향한 우리만의 특별한 시선을 알릴 수 있어 흥분되고 신난다. 관람객의 마음을 울리며 많은 공감을 얻었으면 좋겠다. 토론을 유도하고, 대화 소재가 되는 것이 목표다.
미공개 작품을 대거 선보인다고 들었다. 전시를 위해 우리 보물 창고를 60% 오픈했다.
320페이지에 달하는 포토 북의 커버 주인공은 마돈나다. 왜 그녀인가? 가장 상징적이고 대표적인 사진이다. 더불어 항상 흥미롭고 창의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위대한 예술가에 대한 찬사의 표시이기도 하다.
작업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본질을 포착하는 것! 실제로 촬영 전에는 촬영 대상을 이해하는 것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모델이 헤어와 메이크업을 받는 동안 같이 커피를 마시며 수다도 떨면서 말이다. 사진 촬영은 공동 창작물이다. 명확한 컨셉이 있어도 순간의 즉흥성과 발견을 통해 한층 독특하고 놀라운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받나? 아름다움, 관습과 전통. 사람들이 모여 공동체를 만들고,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생각을 공유하듯, 개인과 문명을 구성하는 요소를 탐색하고 발견하는 것은 매우 매력적이다. 호기심은 끝이 없다. 우리는 새로운 지식과 꿈, 상상, 시를 재해석하는 ‘이야기꾼’이다.
흑백사진이 특히 인상적이다. 톤과 색을 고르는 기준이 있다면? 특별한 규칙은 없다. 컬러와 흑백을 동등하게 평가하고 선호하지만, 흑백이 더 깊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사실이다.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고, 더 높은 개념을 전달한다. 컬러 사진은 설명적인 측면에 가깝다. 은은한 파스텔 톤이 시적인 느낌을 자아내는 것처럼 말이다.
누드를 숭고하고 강렬한 느낌으로 담아낸 작품이 많다. 최대한 인위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순수하게 본인을 보여주는 것에서 진정한 아름다움을 느낀다. 자신감과 자기 확신을 가지고, 취약점까지 포용한 채 말이다. 누드 사진은 신뢰의 순간이다. 어느 모델이든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사진을 찍는 사람에게 상당한 책임이 따른다.
친구들을 촬영한 작업이 눈에 띈다. 친구가 뮤즈인 건가? 아니면 뮤즈를 친구로 사귀는 건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진정으로 사랑하기 때문에 뮤즈와 친구가 겹치는 경우가 많다. 작업을 자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뮤즈들이 친구가 되기도 한다.
만삭의 지지 하디드 사진도 흥미로웠다. 진심으로 ‘애정’하는 친구다. 다양한 작업을 함께했지만, 그 프로젝트는 오롯이 지지를 위한 것이었다. 소중한 순간을 남기고 싶다며 촬영을 부탁했을 때 감격하고 감동했다. 모델이 주는 신뢰는 어떤 선물보다도 값지다.
최근 눈에 띄는 모델이나 아티스트가 있다면? 새로운 얼굴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솔직히 이미 알고 있는 인물과 꾸준히 일하는 방식을 더 선호한다. 단 한 번의 촬영으로는 해당 인물에 대한 이해와 존경을 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항상 더 많은 것을 발견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오래 지속되는 관계로 발전하는 것이 더 의미 있기도 하다.
촬영하고 싶은 인물이 있다면? 미국 싱어송라이터 패티 스미스(Patti Smith). 동아프리카 유목민인 마사이족도 만나보고 싶다. 새로운 곳에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케냐에 가고 싶다. 사파리 풍경도 궁금하다.
‘상업적인 것과 창의적인 것이 공존하는 사진가’라는 수식이 따른다. 어떻게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작업할 수 있나? 모든 촬영 목표를 동일하게 유지한다. 촬영하는 대상이 사람이든, 제품이든, 피사체의 가장 매력적인 각도를 찾아 특별하게 만들기 위해 애쓴다.
지금까지 300개 이상의 커버 작업을 했다. 기억에 남는 촬영이 있다면? 모든 촬영이 즐겁지만, 물론 좀 더 감정적으로 연결되고 기억에 남는 촬영이 있다. <보그 코리아> 작업처럼 말이다. 진정한 협업이라고 느껴져 특히 좋아한다. 항상 새로운 아이디어와 놀라운 레이아웃으로 작업물을 빛나게 해준다. 완벽한 조합이다. 실제로 이번 책에 <보그 코리아>와 함께한 사진을 많이 실었다. 9월호에는 친한 친구 마리아카를라도 함께했다. 운이 좋았다. (VK)
- 사진
-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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