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을 위한 아침 식사
혼자 사는 삶에는 리듬이 필요하다. 제때 밥을 차리고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갠 후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리듬과 안정적인 루틴은 나의 생활에 잘 장착된 듯싶다가도 잠깐 방심하면 이내 사라진다. 마치 그랬던 적이 없었던 것처럼 설거지와 빨래가 밀리고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가기가 무서워지며 나를 위한 식사 준비 같은 것은 꿈도 꾸지 못하게 된다. 무기력이 몰고 다니는 이 모든 일은 반드시 함께 온다. 도쿄에서 일하고 생활하며, SNS에서 공유하는 음식 사진과 뉴스레터로 유명해진 오토나쿨은 이 분야의 전문가다. 그는 혼자 하는 식사의 전문가일 뿐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시간, 그리고 그 시간으로부터 천천히 벗어나는 일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최근에 출간한 <재생의 부엌>에도 이러한 시간들이 온전히 담겨 있다. 손자국이 남을 만큼 먼지가 가득한 식탁 위에서 토스트를 씹으며 “늘 해온 것들을 아무 일 없이 계속해나갈 수 있는 생활을 하는 사람이 되자”고 다짐하거나 프로틴 셰이크를 먹기 위해 냉동실 서랍을 열다가 12개들이 닭 날개의 끝마디에 이마를 가격당하는 시간, 일요일 저녁 의식처럼 빵을 굽는 시간, 집에 오자마자 옷도 갈아입지 않고 부엌으로 가 매실 봉지를 여는 시간, 그러니까 암흑과 재생의 시간들 말이다. 정갈한 음식 사진이 인스타그램 속 인증샷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생존 기록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어느 날 무너진 생활 리듬이 한번에 돌아오지는 않는다. 그러나 어느 날 이제 좀 정비해봐야겠다는 마음이 들 수는 있다. 저자의 경험에 의하면 한번의 정성스러운 아침 식사 준비가 변곡점이 되어줄 수도 있다. 그래서 이런 아침 풍경도 이해가 된다. 마른 빵이나 셰이크로 연명하던 여름이 지나고 따뜻한 음식이 먹고 싶어지는 계절, 이불 속에서 스트레칭을 하며 한참 동안 ‘아침 정식’을 구상해본다. 두부는 물기를 제거하고, 냉동실에 넣어두었던 명란을 꺼내 껍질을 벗기고, 달걀말이를 제일 먼저 하고, 그런 다음 밥을 짓고, 옆에서 두부를 굽고, 밥이 뜸 들기 시작하면 생선을 굽고. 실행에 옮기기로 마음먹고 이불 밖으로 나오면 그 순간부터 재생은 시작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세 가지 아침 메뉴를 소개한다. 누군가에게는 간단한 아침 메뉴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난도 높게 느껴질 수도 있는 아침 정찬이다. ‘아침에 이게 된다고?’ 싶은 마음이 들지라도 미리 포기하지는 말 것. 원래 재생에는 시간과 절차가 필요한 법이다.
1. 삶은 연어 정식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연어가 저에게는 애증의 생선입니다. 회는 너무 기름지고 구이는 너무 평범하고, 인기 많은 연어의 기고만장함을 담백하게 만들어주는 삶은 연어를 좋아합니다. 생선은 먹고 싶은데 냄새 때문에 조리하기 망설여질 때 특히 삶은 연어를 추천합니다.”
삶은 연어 정식 레시피:
물에 소금 1/2작은술을 넣고 5~8분 정도 삶은 연어에 당근, 깍지콩, 브로콜리 등 삶은 채소, 시금치 두부 무침, 달걀 프라이와 맑은 미역 장국 등을 곁들인다.
2. 버섯 버터 파스타
“파스타가 저의 주종이 된 가장 큰 이유는 만드는 시간이 짧기 때문이었습니다. 늦잠으로 거르려던 아침을 짧은 시간에 만들어 배를 든든하게 채울 수 있는 요리가 바로 파스타였습니다. 이 버섯 버터 파스타 역시 바쁜 아침에 15분 컷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버섯 버터 파스타 레시피:
좋아하는 버섯을 세 종류 정도 손으로 찢어놓고 면을 삶는다. 팬에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마늘 슬라이스를 볶아 향을 내고 버섯을 넣어 소금 약간과 굴소스 1작은술을 뿌린 후 촉촉해질 때까지 볶는다. 면수 한 국자와 삶은 스파게티를 추가해 섞은 다음 버터를 넣어 완성한다.
3. 크레이프
“저는 아침으로 가끔 크레이프를 해 먹습니다. 빵이 먹고 싶은데 집에 없으면 크레이프를 해 먹는데, 빵을 원한다면서 왜 두툼한 팬케이크가 아니라 크레이프냐고 묻는다면 우유와 달걀, 버터로 만드는 것 중에서 가장 간단하고 손쉽기 때문입니다.”
크레이프 레시피:
큰 달걀은 보통 55~65g이다. 같은 양의 달걀과 밀가루와 우유를 준비한다. 여기에 전자레인지에 30초 돌린 버터 25g과 소금 약간을 넣은 후 핸드 블렌더로 섞어 반죽을 만든다. 프라이팬은 중간 불에 올리고 반죽을 구울 때는 약한 불로 낮춘다. 반죽을 적당량 팬에 올려 달걀 지단 부치듯 넓게 펴서 얇게 만든다. 완성된 크레이프에 심플하게 버터만, 혹은 콩포트나 잼, 메이플 시럽을 곁들인다.
- 사진
- 오토나쿨, 유선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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