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팔이 자유로운 가방이 다음 트렌드?
패션 위크의 시작을 알리는 뉴욕에 가장 편한 가방이 등장했습니다.
프로엔자 스쿨러의 2024 S/S 컬렉션에 등장한 벨트 백은 지금 주목해야 할 백입니다. 두 손을 자유롭게 만들면서 허리에 세련된 미학을 더해줄 수 있으니까요. 웨이스트 백, 캥거루 백, 포켓 벨트, 패니 팩 등으로도 불리는 벨트 백은 말 그대로 벨트에 가방을 더한 액세서리입니다.
벨트 백은 군인 또는 작업자가 사용하던 ‘유틸리티 벨트’를 변형한 제품입니다. 단단한 벨트 아래 파우치가 붙어 있는 형태인데요. 이 파우치 덕에 공사 작업자는 랜치를 집어넣고, 군인은 권총 같은 무기를 달고 다닐 수 있죠.
물론 이 벨트 백이 프로엔자 스쿨러의 런웨이에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닙니다. 지금 런웨이에서 볼 수 있는 벨트 백의 프로토타입은 지금으로부터 25년 전, 헬무트 랭이 1998년 S/S 시즌 런웨이에서 처음 선보였습니다. 크기와 소재, 지퍼가 달린 모습까지 모두 유틸리티 벨트와 아주 흡사했죠. 이후 프라다와 에르메스의 런웨이에 벨트와 가방을 결합한 액세서리가 등장했습니다.
마틴 마르지엘라는 에르메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있던 2000년, 주머니가 달린 가죽 벨트를 만들었는데요. 벨트를 포함해 이 컬렉션은 ‘조용한 럭셔리’의 시작점으로 꼽힐 정도로, 우아하고 감각적인 쇼로 남았죠. 당시 벨트에 달린 주머니는 손을 넣을 수 있을 정도로 깊었는데요. 손을 삐죽 넣는 건 부자들이 지루함을 표시하는 제스처를 상징하는 것으로, 마르지엘라만의 위트를 표현했습니다. 프라다는 매끈한 소재를 활용해 스포티한 모습을 연출했고요.
이후에도 벨트 백은 여러 형태로 런웨이에 등장했습니다. 미우미우는 큼직한 파우치가 2개 달린 가방을 만들기도 하고, 네헤라의 벨트 백은 허리뿐 아니라 목에까지 둘러 안정적으로 착용할 수 있죠. 그리고 이번에 프로엔자 스쿨러가 만든 벨트 백은 다시 프로토타입으로 회귀했습니다. 심플하면서 구조적인 디자인으로 말이죠. 파우치도 핸드폰과 지갑 등 간단한 소지품을 넣을 수 있는 크기라, 그 어떤 룩에든 활용하기 좋죠. 두 손에 자유를 선사하는 벨트 백. 다음 시즌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지, 남은 패션 위크를 보며 판단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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