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

최현욱의 눈을 들여다보다

2023.09.25

최현욱의 눈을 들여다보다

배우는 눈빛이다. 최현욱도 눈빛이다.

레오퍼드 재킷은 제이백쿠튀르(Jaybaek Couture).
레오퍼드 재킷은 제이백쿠튀르(Jaybaek Couture).
가죽 베스트는 베르사체(Versace), 체인 네크리스는 마르스마크(Marsmark), 이어커프는 톰 우드(Tom Wood).
레오퍼드 재킷은 제이백쿠튀르(Jaybaek Couture), 블랙 코팅 팬츠는 꾸레주(Courrèges), 블랭 앵클 부츠는 생 로랑 바이 안토니 바카렐로(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화이트 실크 셔츠와 가죽 글러브는 생 로랑 바이 안토니 바카렐로(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실버 이어커프는 톰 우드(Tom Wood).
블랙 맥시 코트, 실크 셔츠, 블랙 진, 앵클 부츠와 글러브는 생 로랑 바이 안토니 바카렐로(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첫 방송이 9월 25일인 <반짝이는 워터멜론>, U+의 창립작 <하이쿠키>는 한 달 간격으로 공개된다. 그에 앞서 7월에는 <D.P.> 시즌 2를 넷플릭스를 통해 선보였고, 4화에서 최현욱의 연기는 많은 사람에게 회자됐다. 거의 한두 달 차이로 작품 세 편을 선보이는 셈이다. 이쪽 표현으로 ‘요즘 잘나가는’ 대세. 데뷔 4년, 최현욱의 많은 것이 달라졌다.

“팔꿈치 부상으로 야구를 그만두고 3~4개월 정도 방황했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운동만 했으니까 저를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아직 어렸으니까요. 몸을 쓰고 기술을 높이는 일에만 온 신경을 썼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도 혼란스러웠어요. 그러던 어느 날 친구가 집 앞으로 찾아왔는데, 감독님이랑 동료들이 저를 걱정한다고 전하더군요. 그때 정신이 번쩍 들었죠.” 최현욱은 아주 가끔 운동을 그만둔 선배들이 나쁜 경로로 빠지는 것을 지켜본 지인들의 우려에 보란 듯이 나의 길을 가겠다고, 보여주고 싶은 오기가 생겼다. 건드리고 자극하면 터지는 타입.

데님 재킷은 오프화이트(Off-White), 데님 팬츠는 골든구스(Golden Goose), 롱 네크리스는 발렌티노(Valentino), 체인 네크리스는 톰 우드(Tom Wood), 왼손 검지의 스퀘어 링은 우영미(Wooyoungmi), 새끼손가락 링은 버버리(Burberry).

시작은 <고등래퍼 2>였다. “힙합을 엄청 좋아했어요. 그래서 직접 가사를 쓰고 랩을 녹음해서 들어봤는데(웃음)… 제가 ‘자기 객관화가’ 잘되는 편이거든요. 바로 접었죠.” 생각지도 못한 연기를 하게 된 건 그나마 거울 보고 표정 짓는 걸 즐겼기 때문이다. 수원에서 연기 학원이 있는 서울 압구정동까지 왕복하는 고됨도 기꺼이 감수했다. 운동을 그만뒀으니 야구 전문인 남고에 머물 필요가 없었고, 오디션 끝에 한림연예예고로 편입했다. 재능으로 똘똘 뭉친 ‘끼쟁이’들만 모인 예고에 편입했으니 적응기 또한 만만치 않았다. 느슨해질 틈을 주지 않고 혼란 속에서 중심을 잡기 위해 스스로를 다잡았다. 3개월이 지날 무렵 SNS DM으로 오디션 제안을 받았고, 그렇게 덜컥 최현욱의 데뷔작 <리얼:타임:러브>가 결정됐다. 이 정도 스피드면 이 거친 연예계에서 꽤나 ‘럭키’한 타입이 아니냐고 물었다. “그런 거 있잖아요. 멀리서 보면 희극인데, 가까이 들여다보면 비극이라고. 운동을 하면서 자주 들었던 생각이 ‘나는 왜 운도 없을까’였어요. 부상이 끊이지 않았고, 제가 노력한 시간은 결과 앞에서 언제나 가볍게 소멸됐죠. 변수라도 좀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딱 나타난 거예요. 놀랍고도 감사한 일이죠. 적어도 연기자가 된 후에는 노력한 만큼은 돌려받고 있는 느낌이에요.” 스물한 살, 20년을 조금 넘긴 자신의 성장기를 ‘한 편의 스펙터클한 영화’라고 표현한다. 성공과 실패, 행운과 불운을 떠나 자신에게도 나름의 고된 시간이었음을 알아달라는 말일 거다.

옐로 터틀넥은 라프 시몬스(Raf Simons at G.Street 494 Homme).
옐로 터틀넥은 라프 시몬스(Raf Simons at G.Street 494 Homme), 레드 팬츠는 제냐(Zegna), 로퍼는 프라다(Prada).
옐로 터틀넥은 라프 시몬스(Raf Simons at G.Street 494 Homme), 레드 팬츠는 제냐(Zegna), 로퍼는 프라다(Prada).

최현욱의 필모그래피는 아직은 교복에 한정되어 있다. <리얼:타임:러브>가 시즌 4까지 연결됐고, 그 외 <만찢남녀>, 한 회 에피소드를 이끌었던 <모범택시>와 <라켓소년단> <스물다섯 스물하나>, 웨이브 오리지널이지만 대중과 평단의 호평을 이끌어낸 <약한영웅 Class 1> 그리고 오픈 대기 중인 <반짝이는 워터멜론>과 <하이쿠키>까지. <D.P.>시즌 2의 ‘신아휘’를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의 캐릭터가 고등학생으로 귀결된다. 캐릭터의 다양화가 배우의 생명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키라면, 지금까지의 필모그래피는 분명 최현욱에게 틈새일 수 있다. “다양성의 측면에서는 분명 아쉬움이 있어요. 그런데 아직 뭔가를 정의하거나 판단하고 싶지는 않아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카메라 불빛이 어디서 반짝이는지조차 찾기 버거웠던 병아리였는걸요. 아직 선배들의 잣대를 제게 드리우고 싶지는 않습니다. 지금은 그게 캐릭터든 장르든, 한쪽으로 치우지지 않으려는 균형감만 있으면 될 것 같아요. 그 시작이 <D.P.> 시즌 2의 ‘신아휘’를 만난 것이기도 하고요.”

<D.P.> 시즌 2의 ‘신아휘’는 최현욱이 유일하게 경험하지 못한 미래의 얘기다. DMZ라는 특수한 상황을 다룬 이 에피소드에서 최현욱은 일인이역처럼 ‘신아휘’를 소화했다. 손석구의 자동차에 태우던 담뱃재를 휘 불어 날리던 클로즈업 컷은 <D.P.> 시즌 2가 공개되자마자 <관상>에서 ‘수양대군’ 역을 맡은 이정재의 등장 신에 비견할 만큼 강렬한 등장으로 꼽힌다. “운동할 때 경험이 살아오는 동안 많은 도움이 됐어요. 선후배 사이가 엄격하고 규율과 규칙을 중요시하는 건 군대와 거의 비슷하거든요. 그렇지만 그건 몸에 익은 분위기에 대한 도움이고, 감정적인 세밀함은 손석구 선배님의 배려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거예요.” 실제로 손석구에게 몇 번이고 뺨을 내주며, 모든 액션 신을 직접 소화했다.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요. 직접 소화한 덕분에 만들어진 감정이 아니라 ‘아휘’의 진짜 감정을 꺼낼 수 있었으니까요.”

오렌지 패딩과 블랙 슬랙스는 프라다(Prada).

지금 한창 티저 예고편이 풀리고 있는 <반짝이는 워터멜론>의 ‘이찬’이 더욱더 흥미롭게 느껴지는 건 전작인 <D.P.>의 ‘신아휘’가 이처럼 징검다리 역할을 잘해냈기 때문이다. 음악에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코다(CODA: 청각장애를 가진 부모 아래 태어난 청인) 소년이 수상한 악기점을 통해 1995년이라는 과거의 시간에 불시착하고, 그곳에서 동갑내기 아빠를 만나 ‘워터멜론 슈가’라는 밴드를 결성하며 벌어지는 판타지 청춘 성장 드라마. 음악 드라마답게 꽤 다양한 곡을 부르고 악기를 연주해야 한다. “일렉트릭 기타를 직접 연주하긴 하지만 가창은 직접 하지 않아요. 제가 음치나 박치는 아니거든요(웃음). <스물다섯 스물하나> 때 OST를 부른 경험도 있고. 근데 ‘이찬’이라는 캐릭터가 록 밴드 메인 보컬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실제 제 음역대랑은 차이가 나요. 그냥 어느 정도 부르는 수준으로는 본격적인 음악 드라마에 해가 될 수 있어서 전문 가창가와 협업했어요. 아마 시청자 입장에서는 완성도가 훨씬 높게 느껴질 거예요.” 대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했다. 초등학교 때 기타 동아리에서 비틀스의 ‘Let It Be’를 연주한 이래 던져놓았던 통기타를 다시 손에 쥐었다. 록 밴드 특성상 일렉트릭 기타도 제법 연주해야 해서 드라마에 나오는 웬만한 곡은 모두 직접 연주할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공연하는 장면이 많은 덕분에 관객으로 동원된 200~300명의 보조 출연자 앞에서 최현욱은 거의 모든 곡을 직접 연주하며 공연했다. 한편으로는 정서적인 시간보다 물리적인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드라마.

가죽 베스트와 팬츠는 베르사체(Versace), 체인 네크리스는 마르스마크(Marsmark), 사각 펜던트 네크리스는 우영미(Wooyoungmi), 이어커프는 톰 우드(Tom Wood), 실버 팔찌는 루이 비통(Louis Vuitton).

<반짝이는 워터멜론>의 촬영이 두 달 남짓 남은 만큼, 다음 달에 오픈되는 <하이쿠키> 홍보 일정까지 더해지면 당분간 최현욱의 자유 시간은 허락되지 않는다. 그의 SNS 메인 문구에 쓰인 ‘관광. 음식. 여행사’ 영업을 재개하긴 어렵다는 얘기. “종종 ‘이찬’의 미친 텐션이 제게도 있을 텐데, 그걸 뿜어내지 못해 병이 나진 아닐까 싶을 때도 있죠. 고약한 호기심이 뭉게뭉게 피어오르지도 못하고 사라진 경험이 꽤 많으니까요(웃음).”

<보그> 인터뷰 다음 날 최현욱은 데뷔 4주년을 맞았다. 과한 축하나 오글거리는 세리머니는 사양한다고 했다. 그 날짜를 마주하기까지 평범한 운동선수였던 최현욱은 제법 많은 일상의 자신을 내려놓았을 게다. 진실도 한 끗만 어긋나면 거짓이 되는 혹독한 연예계에서 주체하지 못하는 에너지를 아직은 잘 감싸고 조절하는 중. “이름에 책임이 따른다는 걸 체감하는 요즘이에요. 하지만 배우는 어디까지나 제 부캐입니다. 본캐는 ‘인간 최현욱’이고 싶습니다. 썩 괜찮은 사람으로.”

인터뷰 중간에 흐름을 끊고 갑자기 최현욱이 이런 말을 했다. “저, 지금 얘기하는 거 되게 재밌어요.” 진지한 질답이 오가는 와중에 이렇게 신박하게 맥을 끊어놓을 수 있다니. 연기로 인정받는 배우와 눈길을 끄는 배우는 따로 있다. 최현욱은 본능적으로 이 두 가지를 모두 가진 배우다. 그럼에도 나는 ‘미친 텐션’을 가진 이 배우의 매력적인 ‘본캐’를 응원한다. (VK)

포토그래퍼
최문혁
비주얼 디렉터 & 글
김민경
스타일리스트
이민형
헤어 & 메이크업
김환
세트
Plus by J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