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27세! 커플이 돼야 한다는 압박감을 벌써 받기 시작했다
<섹스 앤 더 시티>를 다루는 아주 유쾌한 팟캐스트 시리즈 <센티멘탈 인 더 시티(Sentimental in the City)>에서 진행자 돌리 앨더턴(Dolly Alderton)과 캐럴라인 오도너휴(Caroline O’Donoghue)가 “35세면 생식 능력이 급격히 저하된다는 말을 들으면 짜증 난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쇼핑하면서 그 대화를 듣다 보니, 나 또한 전에 그런 말을 자주 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인지 나에게 하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주차에 대해 툴툴거리고 여러 개의 은행 계좌를 가지고 있으며, 발이 자주 아프고 리넨 파자마에 돈을 많이 지출하는 여성이 대상이었다. 문득 인생을 허비하고 있음을 깨닫기 전에 서둘러 누군가를 찾아야 한다는 게 요지였다. 나는 아직 숙취 해소제 광고의 타깃이었고, 크리스마스에 감사 카드를 보내지 않으며, 우유를 마시지 않았다. 즉 나는 아직 젊다고, 아니 적어도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는 뜻이다. 스물일곱이 되기 몇 주 전까지는 그랬다.
내 생일을 기점으로 몸의 변화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샤워 후 침대에 털썩 주저앉아 노트북에 비치는 내 모습을 바라보니 전체적으로, 모든 것이 아래로 살짝 처진 듯했다. 모니터의 굴절 때문에 내 이미지가 불분명해 보이는 것이라고 되뇌었다. 가르마 사이로 희끗희끗한 새치를 보았을 때는 애써 침착하게 굴었다. 주말에 광란의 밤을 즐기고 나면 수요일 정도 되어야 머리가 맑아진다는 사실을 무시했다. 그렇지만 이런 현실을 회피하기가 점차 어려워졌다. 영국 오디션 프로그램 <더 엑스 팩터(The X factor)>의 연령 카테고리에서 나는 높은 쪽에 속했다. ‘디 오버스(The Overs)’, 즉 25세 이상 연장자 그룹에 해당되는 것이다. 60세에도 보기 좋은 외모를 유지하려면 25세부터 예방 차원에서 보톡스를 맞아야 한다는 글에 비추어 보면, 2년이나 늦었다. 음주와 흡연이 내 간과 폐에 어떤 피해를 입히는지, 다시 말해 내가 저지르는 끔찍한 행동 때문에 내 신체 기관이 점차 핏기를 잃고 창백해지고 있는 건 아닌지 진심으로 걱정하게 되었다. 나는 아름다운 경치를 둘러보고, 화려한 고층 빌딩과 일렬로 늘어선 멋진 테라스 하우스 단지를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그러자 내 창자 깊숙한 곳에서 무언가 울컥 올라오는 듯했다. 내가 세상의 것들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느낌, 모든 것이 나를 스쳐 지나가고 있다는 사실이 걱정되기 시작한 거다. 25세 젊은이들이 다음에 맞게 될 생일 때문에 벌써 우울하다는 소리를 들으면, 그들이 미웠다. 자신들에게 얼마나 많은 시간이 있는지도 모르고 그런 소리를 하다니! 지금 이 글을 읽는, 나보다 나이 많은 독자들도 같은 이유로 나를 미워하고 있을지 모른다.
나이 드는 것을 체감하기 전, ‘애인’을 원하지 않았다. 그저 이탈리아 해변에 앉아 바텐더의 근무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쪽을 택했다. 그와 함께 발가벗고 바다로 뛰어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해변에 앉아 와인을 마시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성적으로 끌리지 않는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었다. 관계가 망가질까 봐 걱정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희소성’에 관한 생각이 싹트기 시작했다. 여자들이 내 주변의 남자들을 덥석 채 가고 이제 몇 명 남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알 게 뭐야’ 하는 마음으로 44세에 이르러, 다른 사람들이 이혼하기 시작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건지 궁금해하게 되었다. 이제 엄마와 아빠가 처음 직장에서 만난 나이에서 불과 2년밖에 남지 않았다. 나는 공원 벤치, 슈퍼마켓 등 어디를 가든 눈을 크게 뜨고 있다. 흔히 자기 남자는 어디서 만날지 모른다고 하기 때문이다. 나는 연애가 노화 과정을 늦추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적어도 삶에 영향을 미치기는 할 것이다. 진짜 어른의 삶이 시작되었다. 생계비와 육아로 고통받는 지점을 향해 천천히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내 사후에도 계속 존재할 무언가가 나로부터 생기고 나면,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고도 하고.
그러다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The Worst Person in the World)>를 보았고 기분이 더 착잡해졌다. (스포일러 주의!) 죽어가는 주인공이 “나는 당신의 추억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아. 당신 머릿속 목소리로 남고 싶지 않아. 내 작품으로 계속 존재하는 것도 바라지 않아. 나는 당신과 함께 내 아파트에서 그냥 살고 싶어!”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특히 더 그랬다. 화면을 끄고 나서 내 밑에서 시간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매 순간 내가 원치 않는 곳으로 끌어당겨졌다. 인생에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르고 지금 이 순간을 손에 쥐고 싶었다. ‘어떻게 벌써 올해의 절반이 지나간 거지?’ 난 파티장에 커튼을 치고 아침을 피하듯, 이 진실로부터 숨고 싶었다.
영화를 본 후 엄마에게 전화를 했더니 “귀염둥이야!”라는 외침이 들려왔다. 그녀는 “나도 나이 먹는 거 걱정했어. 그런데 막상 마흔이 되니까 걱정과는 다르더라. 서른과 완전히 다르다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 걱정했는데 막상 그 나이가 되니 생각했던 것처럼 별로는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지”라고 따뜻하게 말했다. 나는 엄마가 수화기 저편에서 나를 볼 수 없다는 것도 잊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인생은 길단다. 꽤 길어”라고 엄마가 말해주었다.
난 엄마의 말이 사실이라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궁금해졌다. 나는 현재의 삶에 만족한다. 행복하다. 그 때문에 지금의 나는 서둘러 파트너를 찾지 않는다. 토요일 오전 내내 침대에서 뒹굴며 책을 읽다가 바에 들러 야외 탁자에 앉아 햇볕을 쬔다. 하루의 안부를 묻지 않아도 짜증 내는 사람이 없고, 나 외에는 돌봐야 할 사람도 없다. 긴 목욕을 즐기며 유튜버 엠마 체임벌린(Emma Chamberlain)이 파리 호텔 방에서 케일 샐러드를 주문해 먹는 영상을 보며 시간을 보낸다.
나는 내가 다른 곳에 있어야 할 나이가 되었기 때문에 지금의 생활에 문제가 있다고 느끼는 것 같다. 하지만 내가 그저 시간을 낭비하기로 마음먹고 산다면? 손가락 사이로 세월이 그냥 새어나가게 둔다면 어떻게 될까? 몸은 늙어도 마음은 늙지 않을 것이다. 열정을 잃지 않고 이의를 제기하며 시위에 참여하는 70대 노인들처럼 옳은 편에 서서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런 식으로 나는 퇴보하지 않거나, ‘퇴보’란 없다는 것을 입증할 것이다.
“인생은 길다.” 온몸으로 확신할 수 있도록, 엄마의 말을 다시 한번 되뇌었다.
“인생은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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