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치&주얼리

지구를 위한 빛 8

2023.10.15

지구를 위한 빛 8

〈VOGUE Time & Gem〉이 지금 지구를 밝히는 여덟 가지 색다른 반짝임을 소개한다.

DYNE
고대 이집트의 보물을 되돌아보고 사이버 공간으로 나아간다. 사라 이사벨 다인 나리치의 절충주의가 문득 모두의 레이더망에 포착되었다.

폴리 포켓(Polly Pocket)의 미덕에서 트랜스휴머니즘 철학으로 대화를 이어가다 비잔틴 예술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은 흔히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하지만 영국계 이탤리언 주얼리 디자이너 사라 이사벨 다인 나리치(Sarah Ysabel Dyne-Narici)는 단절된 듯 보이는 두 점 사이의 연결 고리를 찾아내고, 이런 영향을 2022년 초에 설립한 브랜드 다인(Dyne)에 적용했다. 넉넉한 비율의 상형문자, 표면에 상형문자를 연상시키는 보석과 기호가 새겨진 반지는 그 주인의 사연을 담고 있다. 그녀의 신생 레이블을 유명하게 만든 주얼리다. 과거와 현재, 개인적 요소와 보편적 요소가 영리하게 결합된 이 반지는 주목할 주얼리 목록 최상위에 올랐다.

하룻밤 사이에 혁신을 일으킨 모든 위대한 것들이 그렇듯, 다인 나리치도 주목받기 훨씬 전부터 부지런히 일하고 있었다. 밀라노에서 태어나 열 살 때부터 영국에서 자란 그녀의 친척 대부분은 변호사나 과학자였다. 그녀도 친척들을 뒤따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생화학자인 어머니는 주얼리 제작에 기량이 뛰어나니 재능을 키우라며 딸을 격려했다. 센트럴 세인트 마틴을 방문한 후 그녀의 운명은 결정되었다. 그녀는 학교에 등록했다. “아무것도 없던 상태에서 100%로 바뀐 거죠. 제가 하고 싶었던 것은 주얼리뿐이었어요. 플랜 B는 없었습니다.”

다른 야심 찬 졸업생들과 마찬가지로 다인 나리치 역시 알렉산더 맥퀸에서 약 10년간 로큰롤 주얼리의 거장 스티븐 웹스터와 레드 카펫 주얼리의 여왕 로레인 슈워츠를 보조하는 등 다양한 직무를 경험했다. 이런 경험은 그녀의 비전을 구체화하고 현재 거주하는 뉴욕의 미국 보석 연구소에서 보석의 분자 구조까지 연구하는 보석학 석사를 취득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이 획기적인 상형문자는 그녀와 남편을 위해 사적인 추억과 의미를 상징하는 문양을 새긴 웨딩 밴드를 만드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그녀는 이 테마를 펜던트, 귀고리 등으로 확장했다. 손가락을 감싸는 물결 모양의 골드와 부드러운 복숭앗빛이 감도는 쿠션형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약혼반지도 많은 사랑을 받는 디자인이다. 물결치는 슬림한 밴드에 파베 세팅된 젬스톤 스트라이프가 이집트 파라오가 착용한 머리 장식인 네메스의 그래픽 라인을 연상시키는 아처리(Archery) 링도 팬들에게 사랑받는다.

그녀는 연이은 히트작을 손에 쥐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하지만, 일부 결과물에 얽매이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뻔한 길을 따라가고 싶지 않습니다. 상업적인 컬렉션을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싶지 않아요.” 대신 그녀는 브리올레트 컷 다이아몬드와 에메랄드 비즈가 은하수처럼 귀를 감싸는 후프, 실드 컷 화이트 다이아몬드와 독특한 초승달 모양의 에메랄드 카보숑을 결합한 곡선형 반지 등 상상을 뛰어넘는 작품을 제작하며 프로젝트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쌓고 있다. 앤티크 보석과 현대적인 스톤을 비슷한 스타일로 커팅하고, 보석과 귀금속을 융합하는 세공 기술을 선보이며, 가능하면 살짝 치키한(Cheeky) 긴장감을 불어넣는 등 이미 그녀만의 독창적인 지문이 된 기술과 소재 개발에 집중한다. 팬들에게는 안타깝지만, 맞춤 제작한 작품 대부분은 다인 나리치가 소셜 미디어에서 이야기할 수 없는 고가의 비밀스러운 보물이다.

지난여름 그녀는 사촌이자 영국계 싱가포르 아티스트 카라 친(Kara Chin)과 협업한 디지털 아트워크를 공개해 온라인 주얼리 마니아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이 작품에서 그녀의 반지 중 하나의 소용돌이치는 이미지가 하얀 허공에 나타나고, 반지 표면의 보석과 아이콘(열쇠로 열린 심장, 굴 껍데기 속의 진주, 활과 화살)이 애니메이션으로 렌더링되어 보석 주위에 떠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어떤 렌더링이나 일러스트레이션으로도 작품에 담긴 생명력을 담아낼 수는 없습니다.” 그녀가 설명했다. 이 디지털 아트워크로 디자이너는 제작하고 싶은 작품을 샘플로 만들어 구매자가 나타날 때까지 재료비와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다.

그녀의 비전은 올가을 뉴욕 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를 통해 최대 규모의 플랫폼을 찾는 것이다. 맞춤 제작을 유혹하는 주얼리와 보석, 디지털 주얼리 작품을 전시하게 된다. 사업을 시작한 지 2년도 채 되지 않은 디자이너로서는 대단한 성과다.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앞으로의 행보가 매우 기대됩니다.”

COURTESY OF NIKOS KOULIS

NIKOS KOULIS
니코스 쿨리스는 그리스의 유산과 금세공인 아버지로부터 배운 교훈을 바탕으로 대담한 디자인을 선보인다.

그리스인 보석 디자이너 니코스 쿨리스(Nikos Koulis)는 2019년 꾸뛰르 디자인 어워드의 한 수상자가 수락 연설에서 그가 같은 부문에 출품하지 않은 데 감사를 표할 정도로 비평가들의 극찬을 받았다. 사실 쿨리스는 상을 휩쓰는 버릇이 있다. 하지만 2013년 이후 올해 처음으로 꾸뛰르에 출품하지 않았다.

아테네 근교의 별장에서 만난 쿨리스는 이렇게 말한다. “꾸뛰르는 훌륭한 쇼이고 제가 미국에서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지만 더 이상 참가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새로운 소통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6월에는 파로스섬에 부티크를 오픈했고, 올해 말에는 시내에 있는 플래그십을 더 큰 공간으로 옮긴다.

쿨리스의 컬렉션은 디자인, 규모, 가격 면에서 점점 더 대담해진다. 그의 최신작 ‘ME’는 브러시트 블랙과 옐로 골드 소재의 둥글납작한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새틴 마감은 두툼한 링, 후프, 목걸이를 장식하는 다이아몬드 및 젬스톤과 대조적인 느낌을 준다. 블랙과 골드, 기하학적 구조와 유려함의 조합, 흔들림 없는 장인 정신 등 미묘한 시그니처로 가득 찬 그의 이전 작품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컬렉션이다. “여성스러운 동시에 남성적이죠.” 펠로폰네소스 지방의 아르카디아에서 금세공인으로 활동한 아버지의 전통적인 그리스 주얼리와는 거리가 먼 디자인이다.

쿨리스는 아버지의 작업장에서 여름을 보냈지만 처음에는 아버지의 발자취를 따르는 것을 거부하고 독일 문학을 공부했다. “그런데 이론과 단어들이 저를 불행하게 만들었습니다. 손으로 하는 일을 해야만 했죠.” 그래서 주얼리 디자인 수업을 듣고 미국 보석 연구소에서 보석학 학위를, 비첸차에서 조각학 학위를 취득하고, 아테네에서 다이아몬드를 거래했다.

2006년 맞춤 제작을 위한 작은 쇼룸을 만든 쿨리스는 이 시기를 ‘인생에서 매우 낭만적인 시기’였다고 언급한다. 2014년부터는 바젤 월드에서 전시를 시작했다. “우리 부스는 즉시 개성 있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그가 말했다. 독특한 디자인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디자인은 향후 5년 동안 고대 그리스의 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에서 건축과 기하학에 대한 추상적인 리프로 진화했다.

2016년에는 아르데코에서 영감을 받은 다이아몬드와 칠흑 같은 에나멜로 완성한 획기적인 ‘Oui’ 컬렉션이 출시되었다. “‘Oui’는 제 커리어에서 주요한 진전이었어요. 반응도 놀라웠습니다.” 성공은 필연적으로 모방을 불러왔다. “기분이 좋으면서도 거슬렸어요. 영혼 없는 복제품을 보는 것은 실망스러웠죠. 하지만 맞서 싸울 수는 없으니 저만의 일을 계속했습니다.”

쿨리스는 고객이 다시 찾는 이유가 영혼이라고 믿는다. “모든 것을 손으로 직접 만집니다. 고객은 이것이 개인적인 것임을 느낄 수 있죠.” 이제 그의 목표는 독특함을 유지하는 것이다.

도매 컬렉션에서 벗어나 하이 주얼리에 집중한다는 의미일까? “아직은 아닙니다.” 그가 웃으며 털어놓았다. “두 가지를 모두 좋아해요. 물론 매출을 많이 올리거나 상을 받으면 기분이 좋지만, 공방에서 만든 작품이 상상한 것보다 훨씬 멋지게 느껴질 때 더 기쁩니다. 그때가 가장 중요한 순간이죠.”

COURTESY OF NADA GHAZAL

NADA GHAZAL
나다 가잘의 브랜드가 전 세계로 뻗어나갈 무렵 재앙이 닥쳤다. 다시 돌아온 그녀는 대담한 골드 제품을 디자인한다.

레바논 주얼러 나다 가잘(Nada Ghazal)은 새로운 시작에 관한 한 전문가다. 창의성을 향한 평생의 열정에 이끌려 2002년 성공적인 광고 커리어를 그만두고 자신만의 주얼리 라인을 설립했다. “작업대뿐인 베이루트의 한 아파트에 사람들을 초대해 오픈 하우스 행사를 열었습니다. 전적으로 독학으로 배웠죠.” 가잘이 설명했다. 가잘이 자신의 뮤즈라고 표현하는 도시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꼬불꼬불한 전선과 전화 케이블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그녀의 첫 번째 컬렉션 ‘Organised Chaos’는 3일 만에 품절되었다.

2020년 초, 해외에 브랜드를 론칭할 때 코로나19 팬데믹이 닥치면서 가잘은 생산을 계속하기 위해 비상 작업장을 설치해야 했다. 그런데 몇 달 후 베이루트 항구에서 발생한 치명적인 화학물질 폭발 사고로 207명이 사망하고 수십만 명이 노숙자가 되었으며 약 120억 파운드의 피해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가잘의 작업실과 공개하지도 못한 플래그십 스토어가 파괴되었다. “심리적으로나 재정적으로 힘든 시기였습니다. 모두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은 것 같아요.” 폭발 사고 이후 현지 매출이 70%나 감소했다.

기적적으로 가잘의 팀은 무사히 탈출했고, 가능한 한 빨리 작업장을 재건하기 시작했다. “서로를 지원하고 계속 일하기 위해서는 브랜드가 하루빨리 성장해야 했습니다. 다행히 영국을 비롯한 해외에서 반응이 좋았기 때문에 거기에 집중하기로 결정했죠. 브랜드 운영에 필요한 인지도를 얻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회와 새로운 플래그십 스토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잘과 가족은 지난해 12월 말 영국으로 이주했다. “어릴 때 영국에서 학교에 다녔는데 영국의 에너지가 너무 좋았어요. 런던은 베이루트와 마찬가지로 항상 동서양의 교차로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래서인지 영국에 정착하는 일이 자연스럽게 느껴졌어요.” 런던 남서부에 정착한 가잘은 사무실과 작업실은 레바논에 그대로 두고 새 부티크를 위한 완벽한 장소를 물색하고 있다. “동네 같은 분위기가 느껴지는 장소를 찾고 싶어요. 주얼리를 구입하는 것은 우리의 감정과 연결되기 때문에 처음 살던 작은 아파트의 아늑한 느낌을 재현하고 싶은 마음이죠.”

런던으로 이사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도 떠올랐다. “정원에 작은 장식용 문이 있는 집을 발견했는데, 마법의 순간처럼 느껴졌어요. 축복처럼요. 제게 문은 새로운 가능성과 기회예요. 바로 제 브랜드에 필요한 요소라고 여겼습니다.”

올여름 출시된 주얼리 컬렉션은 가잘의 시그니처인 브러시트 골드에 낙관주의, 힘, 믿음 같은 특성을 표현하기 위해 다채로운 젬스톤을 사용한 아치 형태와 도어웨이, 키홀이 특징이다. 대담한 스테이트먼트 이어링도 등장한다고 가잘이 귀띔했다. “해본 적 없는 작업이었지만 이제 기회를 잡고 더 큰 것을 만들 때입니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야 해요.”

LEEN HEYNE
네덜란드 주얼러 레인 헤이너는 스톤의 개성과 금속의 움직임에서 영감을 얻어 재료를 존중하는 조각 작품을 제작한다.

금세공 과정에 등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주얼리에 대한 애정, 아니면 전통 공예에 대한 동경일까? 레인 헤이너(Leen Heyne)는 확신하지 못한다. 그는 몇 년 전 어느 날, 1895년 설립 이래 시계 제작과 함께 금세공과 은세공을 가르쳐온 직업학교인 팍스홀 스혼호번(Vakschool Schoonhoven)에 입학하게 된 계기를 곰곰이 생각해본다. “약간 모호해요.” 그가 말했다.

어릴 때 조각가인 어머니와 함께 방문한 수많은 미술관 때문이었을까? 그럴지도 모른다. 사물의 구조와 기원에 매료된 탓도 있다. “항상 물건을 만들고 분해한 후 다시 조립하는 일을 해왔습니다.” 작은 사물은 곧 ‘반짝이는 보물찾기 같은 것들’과 마찬가지로 열정이 되었다. 당시 낡은 자전거를 고치는 등 별난 일을 하던 헤이너가 금세공이 자신의 적성에 맞을지도 모른다는 판단을 내렸을 때 모든 요소가 한데 모였다. “그 모든 것을 돌이켜보면 금세공은 결코 이상한 결정이 아니었습니다.”

팍스홀에 재학 중이던 헤이너는 졸업 후 주얼리 디자이너가 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자신을 창의적인 사람보다는 장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20세기 초에 탄생한 아르데코와 유겐트슈틸 주얼리가 형태와 스타일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사실에 감탄한 기억을 떠올렸다. 2009년 현지 금세공 장인의 견습생으로 일하던 헤이너는 간단한 은반지로 실험을 시작했다. “저만의 언어를 이해하기 시작했는데, 거기서부터 모든 것이 진행되었습니다.”

현재 헤이너는 에인트호번 북서쪽에 있는 틸뷔르흐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제 작업실은 그저 작업 공간일 뿐입니다. 대부분의 금세공인이 그렇겠지만 꽤 지저분합니다. 하지만 가끔은 제가 기준을 세우고 있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정돈이 잘되어 있지는 않지만 이곳에서 그는 미니멀리즘의 이상을 담은 주얼리를 만든다. 헤이너는 귀금속과 보석에서 디자인 힌트를 얻어 원재료의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재구성한다.

헤이너는 개성과 특별함을 지닌 보석을 찾는다. 그런 뒤 프롱 세팅 대신 스톤을 제자리에 압축해 떠다니는 마법처럼 보이게 하는 텐션 세팅을 한다. 최근에 등급을 획득한 스톤으로는 타원형과 마키즈 컷 사이에 위치한 길고 좁은 모양의 2.47캐럿 앤티크 모벌 컷(Moval Cut) 다이아몬드, 페어 그린 경옥, 원뿔형 스텝 컷의 피치 브라운 다이아몬드, 앤티크 쿠션 컷 다이아몬드 등이 있다. 후자는 화이트 다이아몬드이며 일반적으로 그는 색조가 있는 다이아몬드를 선호한다. “앤티크 스톤을 아주 좋아합니다. 아주 얕은 스톤이나 아주 긴 스톤과 같은 특별한 특징이 있으면 더 좋죠. 바삭한 느낌이나 세월의 흔적이 보이는 원석도 좋아합니다.”

그는 오랫동안 다이아몬드 거래의 중심지였던 앤트워프에 직접 가기보다 온라인과 인스타그램으로 만난 딜러와 직접 거래하는 것을 선호한다. 일단 보석을 고르면, 각 보석을 어떻게 잡을지 결정한다. 먼저 종이에 펜을 대고 가능한 모양을 스케치한다. 그런 다음 특수 구리 합금으로 아이디어를 시험해본다. “이 금속으로 많은 테스트를 합니다. 비율을 조금 조정할 수도 있어요. 반지 하나를 만들려면 다섯 번 정도 테스트하지만 스무 번 할 때도 있습니다.”

이는 헤이너가 ‘자연스러운 성형(Forming), 누르고 구부리는 방식’이라고 서술하는 노동 집약적인 방법이지만, 그의 주얼리가 겉으로 보기에 편안해 보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반지는 종종 하나의 띠 모양 금속 밴드로 만들어 유기적으로 흘리고, 말리고, 감긴다. 헤이너는 옐로 골드나 팔라듐 그레이 골드 같은 금속을 미리 샌딩해 무광택 섬유 같은 표면을 구현하고, 일부 제품은 산화를 통해 진한 무연탄색 음영을 입힌다.

얼마 전 인스타그램을 통해 선보인 디자인을 헤이너는 ‘아주 색다른 반지’라고 했다. “강철로 만든 반지는 제가 처음 선보이는 제품입니다. 반년 동안 이 소재를 가지고 놀면서 간단한 반지를 몇 개 만들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빨갛게 달아오른 상태에서 구부릴 수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다양한 가능성을 제공합니다.” 불에 태워 산화시킨 스틸 밴드는 이제 앤티크 포트레이트 컷 다이아몬드를 둘러싸고 있다. “이 다이아몬드를 한동안 가지고 있었고 완전히 사랑에 빠졌습니다.” 헤이너는 다이아몬드에 대한 열정으로 오직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방식, 말하자면 단순함이라는 아름다움으로 다이아몬드를 장식한다.

MARLO LAZ
브라질에서 공예를 공부하든 몬태나에서 사파이어를 조달하든, 국경을 넘는 일은 제시 말로 라조프스키에게 본능적으로 다가온다.

제시 말로 라조프스키(Jesse Marlo Lazowski)는 진정한 글로벌 시민이다. 말로 라즈(Marlo Laz)의 창립자이자 디자이너인 그녀에게 무엇을 묻더라도 다양한 지역이 나온다. 뉴욕 매장 디자인은 모로코에서 영감을 받았고, 브랜드에 사용된 색상은 멕시코시티와 라자스탄에서 따왔고, 첫 캡슐 컬렉션은 파리에서 출시했고, 교육은 뉴욕에서 받았다.

전 세계에서 얻은 지혜가 자연스럽게 그녀의 작품에 영향을 미쳤다. 브라질은 최근 디자인에 영향을 준 국가이며, 인도는 처음 주얼리를 디자인할 때 영감을 준 나라다. 그녀는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원석을 구한다. 보츠와나에서 새 컬렉션에 사용할 지속 가능한 다이아몬드를 찾았고, 몬태나에서 발견한 보석의 품질에 놀랐다.

코네티컷에서 나고 자란 라조프스키는 온라인에서 국경 없는 브랜드 스토리를 전달하는 일이 어렵다는 걸 인정한다. “디자인과 몰입형 체험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그녀가 말했다. 매장은 한 곳이고 웹사이트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제품을 노출하고 매출을 올린다. 트렁크 쇼도 도움이 된다. “트렁크 쇼가 성장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고 운영 책임자 칼리 슈스터와 함께 미국과 유럽에서 소규모 판매에 나서 고객을 만나는 것은 고객의 요구 사항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다른 사람의 마음속에 들어가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어떻게 고객이 원하는 것을 만들 수 있느냐고요? 그것은 놀라울 정도로 친밀한 작업입니다.”

고객이 한곳에 있는 것도 아니고, 연령대는 20세부터 90세까지 다양하며, 한 가지 제품만 구매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고객에 대한 이런 조사를 통해 결론을 도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나이나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태도, 영혼, 탐험에 대한 호기심이 중요합니다. 제 주얼리는 그것에 공감하는 사람들을 찾죠.” 그래서 그녀는 전 세계로 뻗어나간다.

주얼리가 단순히 아름다운 물건 이상이라는 사실을 라조프스키가 처음 깨달은 것은 열세 살 생일에 받은 선물 덕분이었다. 빈티지 주얼리 딜러였던 대고모가 그녀에게 다이아몬드와 루비 브로치를 선물했다(지금은 매년 생일 선물로 아르누보 스타일의 여성용 장식 핀을 선물하는 것이 전통이 되었다). “가보의 소중함을 느꼈습니다. 대고모가 보석에 대해 완벽한 교육을 해주셨고, 보석은 숨겨두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한 것이라고 가르쳐주셨어요.” 우연한 인도 여행, 미국 보석 연구소에서의 교육과정, 뉴욕 주얼리 브랜드에서의 견습생 생활, 두 번의 컬렉션을 통해 라조프스키는 고급 주얼리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행운의 탐색 또는 발견이라는 아이디어를 구현한 그녀의 데뷔작 ‘La Trouvaille’ 컬렉션에는 대고모로부터 받은 선물의 감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진귀한 센터 스톤과 프랑스어로 행운을 기원하는 메시지를 에나멜에 각인한 하이브리드 원형과 팔각형 부적으로 구성된 바이럴 수버니어 메달리온 목걸이가 완벽한 예다. “정확히 어디에서 온 건지 알 수 없는 수버니어입니다. 세련미가 느껴지죠.” 컬렉션은 호평을 받았고 그 후 라조프스키는 일주일에 7일 내내 일할 정도로 바빠졌다.

브랜드가 성장하면서 라조프스키는 뉴욕에 뿌리를 내렸다. 그녀는 2019년 초 뉴욕 웨스트빌리지에 매장을 임대하고 향후 1년 동안 매장을 리노베이션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컬렉터들과 진정한 영감을 나누기 위한 방법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매장을 목적지로서 경험하고 작품 뒤에 숨겨진 영감, 즉 예술 작품이나 뮤즈를 이해합니다.” 팬데믹이 시작되기 직전에 문을 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은 번창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라조프스키는 거의 모든 제품을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과 더불어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만들어야 한다는 도전에 직면해왔다. “미국에서 주얼리를 생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공정한 임금을 지원하고 장인 정신을 살리는 것이 지속 가능성의 토대입니다.” 애리조나주 투손에서 열린 보석 박람회에서 몬태나 사파이어를 발견한 라조프스키는 이를 주얼리에 어떻게 접목할지 고민했다. “그 색상이 계속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라조프스키가 나머지 재료를 미국에서 조달하려고 할 때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 “금 중개인에게 전화해서 ‘미국산만 원한다’고 말했더니 면전에서 웃음을 터뜨리더군요. 다이아몬드 얘기는 하지도 마세요.” 완전히 지속 가능한 것을 얻기 위해 그녀는 국경에 대한 생각을 없애기로 결심했다. “마음을 열고 도로가 어디로 이어지는지 살폈어요. 마음이 넓어지는 느낌이었죠.”

COURTESY OF COMMERCIAL ART LAB

필요에 따라 소량 생산된 캡슐 컬렉션에는 라조프스키의 8개월간의 배움이 담겨 있다. 몬태나 사파이어는 미국의 소규모 회사에서, 다이아몬드는 보츠와나마크(보츠와나가 국가 소유의 광산에서 채굴한 다이아몬드를 판매할 수 있게 돕고 그 수익을 경제에 투자하는 동시에 탄소 배출을 상쇄하는 회사)에서, 공정하게 채굴된 금은 페루에서 가져왔다. 이 프로젝트에 대한 라조프스키의 열정에 걸맞게, 지난 한 해 동안 그녀와 함께 시간을 보낸 이들은 무언가를 배웠다. 나는 뉴욕에서 라조프스키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한 적 있는 사람들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는데, 그들은 라조프스키와 나눈 풍부한 토론 내용을 공유해주었다.

인터뷰 당시 그녀는 상파울루 국제 예술제 여행을 계획하고 브라질에서 막 돌아온 상태였다. 그녀는 아마존 사람들의 장인 정신과 자연을 칭찬하면서 “이렇게 울창한 자연은 본 적이 없다”며 활기찬 에너지를 발산했다. 라조프스키가 다음 컬렉션에서 이 모든 것을 어떻게 결합할지 기대된다. “일정에 맞춰 제작할 수는 없어요. 인디아 아리(India Arie)의 말을 빌리자면, ‘제 영혼이 하고 싶은 대로’ 작업하니까요.”

COURTESY OF EMEFA COLE, SMO GOLD, NICOLA TREE, JUAN CARLOS, SIMONE BREWSTER

EMEFA COLE
V&A의 컬렉션을 다양화하는 주얼리 디자이너 에메파 콜은 세상의 탁월함을 봐야 한다고 말한다.

에메파 콜(Emefa Cole)은 더없이 바쁜 한 해를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자이너 겸 제작자인 그녀는 2023년 멧 갈라의 공동 주최자이자 동료인 가나계 영국인 미카엘라 코엘(Michaela Coel)이 행사에 착용할 맞춤 디자인의 골드 주얼리 세트를 만들기 위해 밤늦게까지 작업대에서 시간을 보냈다. 24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콜은 세계 최대 금 생산국 가나에서 아샨티족의 왕인 아산테헤네의 공식 금세공사 나나 드웜푸어(Nana Dwumfour)에게 다시 한번 교육을 받기 위해 가나로 날아갔다.

그뿐만이 아니다. 나는 아샨티의 수도 쿠마시에 있는 호텔에 막 도착한 열정적이고 사려 깊은 콜과 전화 통화를 하면서 지난 한 해 동안 일어난 주요 소식을 모두 듣고 싶었다. 지난 8월은 그녀가 런던 빅토리아 앤 앨버트 박물관의 주얼리(디아스포라) 초대 큐레이터로 임명된 지 12개월이 되는 해였다.

모든 박물관은 그 지역의 문화와 역사의 산물이다. 빅토리아 앤 앨버트 박물관의 설립자 빅토리아 여왕과 앨버트 왕자의 무거운 제국주의 유산을 고려할 때, 2020년 팬데믹 기간 동안 박물관은 식민지 역사를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인식하게 되었다. “이 새로운 역할은 V&A 컬렉션을 알리는 목소리를 다양화하는 것입니다.” 장식미술 및 조각 담당 큐레이터 제임스 로빈슨(James Robinson)이 말했다. “우리는 이 역할을 실질적으로 이해하는 실무자가 맡아주기를 원했습니다. 에메파는 끈질긴 집중력과 확실한 결단력으로 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데 성공했습니다.”

콜은 수 세기에 걸쳐 다양한 개인, 공동체, 문화가 서로 교차하는 풍부한 용광로를 반영하는 전 세계 예술가들과 함께 가장 넓은 의미의 글로벌 디아스포라를 대표하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고 굳게 믿는다. “V&A의 사명은 세계 최고의 예술 및 디자인 박물관이 되는 것입니다”라고 콜은 말했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전 세계의 탁월함을 대표하는 작품을 볼 수 있어야 해요.”

2019년에 자신의 작품을 박물관에 기증한 콜은 디자이너이자 제작자의 경험이 큐레이터로서 자신의 접근 방식을 형성했다고 말한다. 디자인, 장인 정신, 작품 탄생에 담긴 열정과 깊은 생각, 콜은 자신이 영혼이라 부르는 이 세 가지 요소가 어우러져야 박물관에 영구적으로 전시할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믿는다. “자신의 모든 것을 작품에 담는 보석상을 찾고 있습니다.” 그녀가 설명했다. “제작을 시작한 시점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명확한 발전 과정을 볼 수 있는 것이 중요하죠.”

재클린 라분(Jacqueline Rabun)의 뷰티풀 링도 그런 작품 중 하나다. 세 가지 섹션으로 구성되어 조각처럼 응집력 있는 전체를 이루는 이 스테이트먼트 링은 라분이 과거에 있었던 중요한 관계에서 영감을 받았다. 골드 섹션과 침수정은 한 쌍이다. 그 사이에 있는 금 조각은 부부일지라도 각자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모든 개인의 공간을 의미한다. “반지를 보는 사람에게는 아름답고 우아한 작품이지만, 그 뒤에 숨겨진 이야기를 알면 더욱 특별해집니다.” 중요한 것은 이 작품이 라분의 광범위한 커리어를 대표하는 작품이라는 점이다. “재클린은 모든 디자이너의 롤모델입니다.” 콜이 덧붙였다. “그녀는 경력 전반에 걸쳐 끊임없이 장애물을 뛰어넘고 소리 없이 장벽을 깨뜨렸습니다.” 컬렉션에 참여한 라분의 소감은 어떨까? “정말 영광스럽고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저는 V&A를 좋아합니다. 항상 가장 특별한 전시회를 개최하고, 전시를 기획하는 방식도 독특하죠.”

방대한 작품 세계를 자랑하는 또 다른 디자이너는 럭셔리 의상 주얼리 디자이너 비키 사지(Vicki Sarge)다. 뉴욕에서 태어난 그녀는 고향에 에릭슨 비먼(Erickson Beamon)을 설립한 후 1985년 런던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패션쇼, 유명인, 뮤지컬을 위한 멋진 작품을 제작하고 있으며, 2014년에는 벨그레이비어에 자신의 매장을 오픈했다. 그녀는 비욘세를 위해 아프리카 여왕과 여전사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드라마틱한 머리 장식을 기부했다. “클레오파트라 스타일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매우 강렬한 작품입니다.” 콜은 올여름 박물관의 디바 전시회에서 이 머리 장식을 처음 선보이게 되어 기쁘다고 밝혔다.

콜은 또한 건축을 전공한 런던의 다재다능한 예술가 시몬 브루스터(Simone Brewster)의 인상적이고 조각적인 흑단 목걸이에 반했다. “시몬의 사랑과 열정, 인내심이 돋보입니다. 그녀는 제품 디자인부터 가구, 주얼리에 이르기까지 디자인 세계의 다양한 측면을 아우르며 자신이 하는 모든 일에 마음과 영혼을 쏟고 있습니다.” 카리브해 출신인 브루스터는 자신이 컬렉션에 합류하게 되어 기쁘고, V&A가 컬렉션을 다양화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사실도 기쁘게 생각한다. “기술 중심의 세상에서 기관의 문을 두드렸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재능 있는 많은 사람들이 소셜 미디어에서 관객을 찾았습니다”라고 그녀는 목소리를 높였다. “박물관이 앞으로 나아가고 새로운 관객과 관련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을 볼 수 있다는 건 정말 멋진 일입니다.”

브루스터와 마찬가지로 런던에 거주하며 중국에서 태어나 오스트리아에서 자란 제시카 주(Jessica Jue) 역시 이제 막 경력을 쌓기 시작한 작가다. 독보적으로 우아한 그녀의 그릇 중 하나는 콜의 동료이자 1900년대 금속공예 큐레이터 레베카 노트(Rebecca Knott)가 인수했다. “그녀는 현존하는 최고의 은세공인으로 꼽히며 그녀의 작품은 점점 더 좋아지고 있습니다.” 콜의 말이다.

그녀는 박물관에서 배우고 공유할 것이 너무 많아 이제 경력을 시작하는 듯한 기분이다. 앞으로 그녀가 인수할 작품이 그녀의 작품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제작자로서 큐레이터의 모자를 쓰는 것은 새로운 눈을 뜨게 하는 경험입니다.”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작업에 대한 생각의 폭도 넓어졌고, 더 나은 제작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COURTESY OF CINDY CHAO THE ART JEWEL

CINDY CHAO
직계가족이 조각가와 사원 건축가로 활동한 신디 차오는 덕분에 일찍부터 디테일에 대한 안목을 키웠다. 이런 풍부한 유산이 그녀의 디자인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주얼리는 언제나 가족의 일이었다. 기술과 노하우는 말할 것도 없고 독특함과 기발함도 오랫동안 세대를 거쳐 전승되어왔다. 젊은 신인 보석 세공사가 부모와 나란히 작업대에 앉아 보석을 세공하거나 도착한 원석을 선별하는 모습은 수많은 이야기로 전해졌다. 신디 차오(Cindy Chao)는 가족 중 첫 번째 보석상이지만 건축가 할아버지와 조각가 아버지의 영향이 컸던 만큼, 부모로부터 배우고 지켜보는 일은 당연한 일이었다.

차오의 아름답고 정교한 예술 작품은 흔히 ‘조각’과 ‘건축’으로 묘사되지만, 선조의 영향은 훨씬 더 깊다. 타이완 최남단에 위치한 항구도시 가오슝에서 두 가지 견습직을 오가며 어린 시절을 보낸 차오는 “그 정신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그녀의 조부 시에 쯔난(Hsieh Tzu-Nan)은 아시아 전역에 걸쳐 100곳 이상의 사원을 설계한 유명한 건축가였으며(타이완에서 역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중요한 건축물 중 하나인 일월담 원우사원(Sun Moon Lake Wen Wu Temple)의 재건축을 담당했다), 어린 차오는 끝없는 청사진과 계산에 둘러싸인 건설 현장을 돌아다니며 성장했다. 차오는 손주 36명 중 가장 조용한 아이였다고 한다. “할아버지 옆에서 몇 시간이고 스케치를 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평범한 아이로서는 드문 일이었지요.”

차오는 할아버지에게서 색과 구도에 대한 가르침을 받았다. 당시 대부분의 사원은 나무로 지었고 신을 상징하는 붉은색이나 하늘을 상징하는 파란색 등 상징적인 색으로 정교하게 칠했다. “색의 종류는 매우 까다로웠어요. 할아버지는 청록색, 녹청색, 자줏빛 청색, 보랏빛 청색 등 12종의 파란색을 모두 준비해두었습니다. 어릴 때 저는 ‘어떻게 이런 색을 구별할 수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할아버지의 영향을 받아서 색조에 특별히 민감해졌지요.”

건축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사고방식이 되었다. “건축은 공간의 지배를 받는 공간에서 색, 빛, 음영을 배치하는 예술입니다”라고 그녀는 설명한다. “아트 주얼리를 디자인할 때 저는 각 보석의 ‘청사진’을 어떻게 배치해야 광채를 극대화할 수 있는지 고민합니다.”

81캐럿의 콜롬비아산 에메랄드 카보숑으로 한 쌍의 새싹이 돋아나는 스프링 카다멈 브로치를 보자. 색상 구성도 놀랍다. 28가지 색조의 녹색 젬스톤이 윤곽, 명암, 대비, 빛과 그림자를 표현한다. 차오가 유화에서나 볼 수 있는 새로운 컬러 레이어드 기법을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으며, 그녀는 이 기법이 자신의 시그니처인 조각 같은 룩에 ‘돌파구’라고 했다. “이 기법은 삼차원을 더욱 입체적으로 만들었습니다.”

이런 안목은 조각가인 아버지 차오 안 유(Chao An Yu)에게서 물려받았다. 그는 작품에 에너지와 생명, 감성을 불어넣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어릴 때 아버지는 제게 큰 조각품의 점토 조각을 주면서 조각할 주제를 정해주곤 하셨어요.” 지금은 조각 도구를 잡는 것이 젓가락을 잡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느껴질 만큼 일찍부터 도제식 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여러 시간 동안 버스에서 노인들을 연구하고는 딸에게 “대상을 관찰하고 아주 작은 디테일에 주의를 기울인 다음, 마음과 영혼을 다해 인식한 것을 형상으로 만들어라”라고 말했다. 그녀의 노력은 결실을 맺었다. 차오의 꽃 브로치를 본 고객이 꽃향기가 난다고 말할 정도로 차오의 주얼리 작품은 사실적이다.

나중에 두 사람은 함께 작업할 기회가 있었고, 2011년에 총 30.42캐럿의 다이아몬드와 원석이 세팅된 희귀한 10.07캐럿의 육각형 에메랄드가 돋보이는 아름다운 수사슴(Stag) 브로치를 제작했다. 아버지가 사실적인 사슴을 조각하고 딸이 개성을 더한 이 작품은 전형적인 가족의 순간을 구현하는 창의적인 과정이었다. “사슴의 형태와 분위기를 두고 끝없는 싸움과 갈등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서로 공감하는 부분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함께 보낸 순간들은 정말 즐거웠습니다. 사슴뿔은 사실적이면서도 역동적이며, 우리의 스타일과 정신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아버지는 작품이 완성되기 전에 돌아가셨지만, 아버지와 할아버지로부터 인내, 근면, 근성, 집중력에 대한 교훈을 얻었다. 차오는 할아버지가 자신만의 유산을 만들어가는 그녀를 자랑스러워했을 것이라고 믿는다. 할아버지의 말씀은 그녀를 늘 겸손하게 한다. “이 땅에서 우리의 인생은 유한하지만, 삶은 무한하고 우리의 영혼과 유산은 영원하다. 우리가 만든 작품은 우리 존재의 증거다.”

JACQUELINE RABUN
재클린 라분은 30년이 넘는 동안 이야기 전달 수단으로 형태를 활용하면서 현대 주얼리의 서사를 바꿔놓았다.

“제 이야기가 주얼리를 매개로 작업하는 예술가의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런던 카펜터스 워크숍 갤러리에서 9월 14일부터 11월 18일까지 열리는 회고전에서 재클린 라분(Jacqueline Rabun)은 감정적으로 복잡한 시기에 있다고 말했다. 33년간의 커리어를 아우르는 전시회에는 라분의 개인 아카이브에 있는 그림과 사진을 포함해 25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미니멀한 조각 작품으로 상업적 성공과 비평가들의 찬사를 동시에 받은 현대 주얼리의 살아 있는 거장에 대해 통찰력을 제공하는 영감 넘치는 전시다. “회고전은 많은 감정을 불러일으키죠. 하지만 저는 작업과 여정을 공유하고 ‘세상에 알몸으로’ 나아가기에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했습니다.” 라분은 프로젝트를 구현하는 동안 내부 작업 제목으로 사용한 클래식 티나 마리 트랙(Teena Marie Track)에 대해 언급했다.

라분의 디자인은 감정적 경험을 추출하는 데 중점을 둔다. “제 작품은 인간의 경험에서 영감을 얻은 것입니다. 여기에는 출생부터 삶의 주기, 자신을 발견하고 궁극적으로 진화하기 위해 나아가는 여정이 포함됩니다.” 컬렉션 이름에서 그녀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Offspring’은 어머니와 자식 간의 끊을 수 없는 유대감에 대한 찬사였고, 게오르그 옌센(Georg Jensen)을 위해 디자인한 ‘Mercy’는 많은 사람이 현대의 부적처럼 착용하고 있으며, 1990년 그녀의 획기적인 컬렉션인 ‘Raw Elegance’는 대담하게 미래를 바라보았다. 최근에는 1990년대의 양성성과 21세기의 젠더 유동성 개념이 어떻게 유사한지를 보여주는 ‘Reflect’ 컬렉션을 통해 체인 형태를 재치 있게 재해석했다.

“첫 번째 컬렉션인 ‘Raw Elegance’는 영국으로 이주했을 때 현대 주얼리 세계뿐 아니라 소재와 새로운 문화를 발견한 경험을 반영했습니다. 저의 예술성을 발견한 백지상태의 캔버스 같은 순간이었습니다. 그 후 모든 것의 토대가 되었죠.” 많은 주얼리 수집가에게 라분은 덴마크 하우스 게오르그 옌센과 23년간의 협업으로 잘 알려진다. 그를 통해 탄생한 그녀의 작품(금으로도 제작 가능)은 폭넓은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으며, 많은 사람이 그녀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아름다운 디자인과 진정성 있는 스토리를 결합한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게오르그 옌센이 아프리카계 미국인 및 최근 유럽에서 활동하는 이민자와 협력해 주얼리 제품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이 대담하게 느껴졌을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수익성과 선구자적 면모를 모두 갖춘 것으로 판명되었다. 이제 라분은 전설적인 스칸디나비아 여성 디자이너 비비안나 토룬 뷜로브 휘베(Vivianna Torun Bülow-Hübe), 난나 디첼(Nanna Ditzel)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좋은 디자인의 수호자 역할을 확장한다.

라분의 디자인 언어는 착용자와의 관계를 형성한다. 그 매력은 본능적이다. “유기적이고 미니멀한 구조가 인간의 형태를 보완하는 경향이 있다고 봅니다. 조화가 이루어집니다. 주얼리를 착용하는 것이 아니라 주얼리가 착용자의 일부가 되는 거죠.” 특별한 인연 덕분에 래드브로크 홀의 카펜터스 워크숍 갤러리는 라분 작품의 자연스러운 고향이 되었다. 갤러리의 주얼리 책임자 타마라 플라티사(Tamara Platisa)는 “재클린 라분의 주얼리 컬렉션은 단순한 디자인 오브제가 아니라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이어가는 웨어러블 예술 작품으로 구성됩니다”라고 말했다.

COURTESY OF GEORG JENSEN, JUAN CARLOS VERONA, MARK MATTOCK STUDIO, THOMAS BROWN

라분은 카펜터스를 위해 메타노이아(Metanoia) 시리즈를 디자인했으며, 처음부터 이 시리즈가 자신과 자신의 작업에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회상한다. “팬데믹이 시작되기 전에 디자인을 시작했습니다. 유럽에서 몇 년 보낸 후 고향인 캘리포니아로 돌아가기로 결정(그녀는 2020년에 로스앤젤레스에 돌아왔다)하는 등 제 인생에 변화가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바로 제가 메타노이아(변화)를 겪고 있었죠.” 라분은 보석 선택에 대해 “침수정은 영혼을 정화하고 활력을 불어넣는 조명과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매우 훌륭합니다”라고 말했다. 플라티사도 그 감정에 공감했다. “최근 라분의 메타노이아 토크 골드 목걸이를 착용할 수 있는 특권을 누렸는데, 내면에서 힘이 솟아나는 것을 느꼈습니다. 자연스러워 보이는 디자인이 저를 사로잡았고, 강한 에너지가 충전되는 것 같았죠.”

이제 주얼리계의 거장이 된 라분은 새로운 인재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저 같은 사람에게서 영감을 찾으려는 젊은 아티스트와 주얼리 디자이너 세대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이제 제가 영감을 제공할 차례입니다.” 그녀가 말했다. 그녀는 젊은 주얼리 제작자들을 멘토링하고 있으며, 새로운 주얼리 시리즈와 디자인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콜라보레이션도 진행 중이다.

31년간 런던에서 살아온 라분은 경력을 쌓은 도시에서 회고전이 열리는 것을 기쁘게 여긴다. “전시가 런던에서 열리게 되어 기쁩니다. 제 일부는 언제나 런던 시민이니까요. 제게는 고향이 두 군데 이상 있으며 런던도 그중 하나입니다.” 집, 소속감, 우리가 몸담은 공간, 삶의 여러 단계 등 재클린 라분은 이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는 주얼리를 지닌 듯하다. (VK)

    Tanya Dukes, Sarah Royce-Greensill, Kim Parker, Felix Bischof, Daisy Shaw-Ellis, Rachel Garrahan, Ming Liu, Mazzi Odu
    사진
    Steven DeVilbiss, Bonnie Melendez, Marthe Bodil, Katherine Gogu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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