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지고 깨지고! 꾸레주 2024 S/S 비하인드
모델이 런웨이에 발을 내딛는 순간, 바닥이 갈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달 표면처럼 보이도록 디자인한 석고 바닥은 쇼가 진행되고 음악이 고조될수록 부서지고 깨졌죠. 꾸레주(Courrèges)가 2024 S/S 컬렉션을 통해 또다시 새로운 지평을 여는 순간이었습니다.
석고 바닥 아래에는 지그재그로 부풀린 소방용 호수가 깔려 있었습니다. 음악에 따라 호스가 수축되면서 극적인 균열 효과가 연출됐죠. 쇼 초대장에는 포르트 드 베르사유 전시장에 깔렸던 것과 동일한 석고 한 장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미래가 담긴 예고장이었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니콜라 디 펠리체(Nicolas Di Felice)는 모델이 첫발을 내딛는 순간, 안도의 한숨을 쉬었을 겁니다. 벨기에 출신의 이 디자이너는 쇼를 이틀 앞두고서도 여전히 스튜디오에서 피팅을 하고 있었죠. 모델들이 방을 드나드는 동안 쇼에 대한 자신의 계획을 설명하며 “저를 생각해주세요. 너무 무서워요!”라고 말했습니다.
니콜라는 쇼를 통해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데 익숙합니다. 2023 S/S 쇼에서는 모래를 이용한 퍼포먼스를 선보였습니다. 저음의 진동을 활용해 천장에 있는 모래가 바닥으로 떨어지도록 연출했죠. 2023 F/W 쇼 모델들은 휴대폰에서 나오는 푸른빛을 받으며 안개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2024 S/S에 대해서는 지난 3년 중 가장 미니멀한 쇼였으며, 단순한 효과로 진행했다고 자평했죠.
쇼 이틀 전 저녁 8시, <보그 비즈니스>는 니콜라의 스튜디오를 방문했습니다. 테크노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죠. 그는 우리의 질문에 답하는 사이사이 모델의 워킹을 지켜보며 팀원에게 “이 길이가 맞나요?”라고 묻거나 “졸리, 안 그래요?”라며 고개를 돌렸습니다. 니콜라는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창밖으로 담배 연기를 뿜어냈고 편안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쇼에 올릴 10개의 작품이 완성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터라 조금 불안한 상태였죠. 그는 “가끔 작품이 도착했을 때 완벽하지 않은 경우가 있는데, 불완전하고 너무 늦었다는 사실에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저만 알아채더라도요”라고 말했습니다.
2020년 꾸레주의 CEO로 아드리앵 다 마이아(Adrien Da Maia)가 취임한 직후, 니콜라 디 펠리체는 루이 비통에서 합류했습니다. 앙드레 꾸레주와 그의 아내 코클린이 1961년 창립한 브랜드 꾸레주는 턴어라운드 계획의 일환으로 그를 투입했죠. 그는 첫 쇼 이후 젊은 고객층을 위해 옷은 에지 있게, 쇼는 더 크고 개념적으로 바꾸는 등 브랜드 포지셔닝을 재정비했습니다. 비즈니스 측면에서 꾸레주는 비닐 재킷 같은 캐리 오버 스타일의 리에디션 컬렉션 가격을 낮춰 코페르니, 자크뮈스 같은 신생 레이블과 가격대를 맞췄습니다(메인 라인은 더 비싸며, 헤리티지 하우스에 맞추기 위해 점차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고 CEO 아드리앵은 설명했습니다).
아드리앵은 “오늘 저는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어 매우 자랑스럽고 기쁩니다. 3년 반 전 제가 입사했을 때와는 완전히 달라진 꾸레주를 보고 있습니다”라며 감격했습니다. 꾸레주는 매출을 공개하지 않지만, 아드리앵은 2021년과 2022년 세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고 말했습니다. 꾸레주가 목표한 수익성을 달성했는지 여부는 밝히지 않았지만, 올해는 비즈니스 규모가 2배로 늘어날 예정이라고 덧붙였죠.
이러한 성과는 컬렉션에서 비롯됐다고 아드리앵은 믿고 있습니다. 쇼가 업계에서 브랜드의 성장과 리포지셔닝, 그리고 젊은 고객층 유치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죠. 또 “쇼는 우리가 가장 많은 투자를 하기로 결정한 분야이며 니콜라는 발렌시아가, 디올 출신으로 프로덕션뿐만 아니라 컨셉 측면에서도 훌륭한 쇼를 만들 수 있는 재능을 지니고 있습니다”라고 칭찬했습니다(꾸레주는 주요 브랜드의 쇼를 제작하는 프랑스 프로덕션 회사 라 모드 앵 이미지(La Mode En Images)와 함께 2024년 S/S 쇼를 제작했습니다).
캐스팅에서는 모나 투가드(Mona Tougaard), 비토리아 체레티(Vittoria Ceretti), 아녹 야이(Anok Yai) 같은 당대 최고의 모델들이 쇼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시즌 니콜라는 프랑스의 잇 걸 데바 카셀(Deva Cassel)을 추가했죠.
꾸레주의 컬렉션은 의도를 가지고 입을 수 있습니다. 즉 구매할 수 있는 ‘욕망의 대상’을 쇼에 올린다는 것입니다. 아드리앵은 “첫 시즌부터 쇼에서 보여준 욕망과 실제 매장에서 구매할 수 있는 제품 사이에는 강한 연관성이 있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액세서리 또한 꾸레주의 성장 전략 중 하나입니다. 여전히 기성복이 주요 매출 동력이지만 액세서리가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도 밝혔죠. 2024 S/S에서 니콜라는 앙드레 꾸레주의 아카이브 백을 모델로 한 새로운 가방을 출시했습니다. 가죽과 라피아로 제작했으며, 다양한 사이즈로 선보였죠.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지름이 약 1m인 슈퍼사이즈 버전으로 스튜디오의 하얀 바닥에서 니콜라가 시연한 것처럼 단추를 채우면 토트백이나 작은 숄더백으로 연출 가능하다는 사실입니다.
꾸레주의 2024 S/S 쇼는 대학 졸업 후 로드 트립을 떠난 한 여성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기획되었습니다. “사막으로 향하는 여정에서 그녀는 어머니들이 이끄는 컬트적 집단을 만나게 됩니다”라고 니콜라는 설명했죠. “저는 디자이너로서 매우 기술적이기 때문에 컬렉션에 관련된 스토리가 있어야 합니다.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되죠”라며 보드에 표시된 룩의 진행 과정을 손짓으로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이번 컬렉션에서 그는 크림 컬러의 모듈식 바시티 재킷에서 영감을 받은 스웨터, 넉넉한 컷아웃이 돋보이는 세컨드 스킨 보디수트, 그리고 착용자의 기분에 따라 입거나 벗을 수 있는 셔츠를 선보였습니다. 교복 차림의 학생, 대학생 등 10~20대를 떠올리게 하는 의상이죠. 니콜라는 투가드가 입은 비대칭 스커트는 빈티지 텐트로 만든 것으로, 평평하게 눕히면 텐트처럼 보이기도 한다고 설명하며 “이것이 이야기의 일부이며, 지금이 바로 그녀가 컬트를 만나는 순간”이라고 말했습니다.
꾸레주의 유산과 현재의 연결 고리
니콜라는 쇼가 개념적일 수 있지만, 다른 헤리티지 레이블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한 쇼 피스가 아니라 실제 착용하거나 판매할 수 있는 꾸레주 컬렉션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는 “제 사명은 하우스를 부활시키는 것뿐 아니라 비즈니스도 부활시키는 것입니다. 거짓말은 하지 말자고요”라고 이야기했죠. “제가 더 많은 일을 하고 싶다면, 하우스를 다시 건강하게 만들고 정상 궤도에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야 더 큰 쇼를 할 수 있고 더 많은 개발 예산을 확보할 수 있으며, 더 많은 창의성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꾸레주의 유산은 종종 창립자가 개척한 1960년대 우주 시대의 미학, 깔끔한 라인, 대담한 색상과 관련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브랜드는 1960년대에 전성기를 맞은 후 격동의 역사를 겪어왔습니다. 2011년, 광고업계 임원 자크 벙게르(Jacques Bungert)와 프레데리크 토를로탱(Frédéric Torloting)이 꾸레주를 인수합니다. 이후 2015년, 코페르니 듀오 아르노 방릴랑(Arnaud Vaillant)과 세바스티앵 마이어(Sébastien Meyer)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하지만, 이들은 코페르니를 위해 2017년 꾸레주를 떠납니다. 이후 2018년에는 소수의 주주였던 (케어링 투자 부문) 아르테미스(Artemis)가 브랜드를 완전히 인수했고, 2년 후 아드리앵을 CEO로, 니콜라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합니다.
두 사람 모두 많은 이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습니다. 니콜라는 꾸레주의 순혈주의자들과 새로운 젊은 고객층의 균형을 맞추는 데 익숙합니다. 꾸레주의 유산과 현재를 이어주는 건 스티칭, 소재, 크레이프의 두께 등 기술적인 부분이라고 능숙하게 대답하기도 하죠. 그는 “최근 빈티지 꾸레주가 눈에 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착용하고 구매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것은 꾸레주 하우스 역사의 일부입니다. 앙드레 꾸레주는 달을 위한 옷을 만드는 것뿐 아니라 길거리를 다니는 사람들이 입을 옷을 만들고 싶어 했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니콜라의 지휘 아래 이월 상품으로 재출시된 꾸레주의 전설적인 비닐 재킷과 미니스커트는 셀레나 고메즈, 두아 리파 등 셀럽과 파리 거리의 Z세대가 즐겨 입는 베스트셀러가 됐습니다.
니콜라는 “아직 팀을 구성하는 중이기 때문에 지금은 모두가 조금씩 모든 일을 하고 있습니다”라며 꾸레주가 시즌을 거듭할수록 팀을 성장시키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꾸레주는 지난해 니콜라를 도와줄 컬렉션 디렉터를 고용했고, 2주 전에는 2020년 이후 브랜드 최초의 CMO로 테레사 룬드스트룀(Therese Lundström)을 임명했죠.
꾸레주가 혁신을 거듭하는 가운데, 2024 S/S 쇼는 일본과 한국 같은 신흥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이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CEO 아드리앵은 “단기적으로는 미국, 아시아-태평양 및 프랑스에서 사업을 확장해 이미 수요가 많은 시장을 강화하는 동시에 향후 다른 도시로 확장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남성복 비즈니스가 성장 중이며, 현재 계획은 없지만 남성복 쇼를 개최할 수 있다고도 언급했죠.
물론 현재는 여성복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브랜드 마케팅 플랫폼 및 데이터 분석 회사인 런치메트릭스(Launchmetrics)에 따르면 꾸레주는 2023년 2분기 미디어 영향력 면에서 전 세계 상위 35개 브랜드에 포함됐습니다. 아드리앵은 “이 모든 것이 쇼 덕분”이라며 “2024 S/S는 역사에 남을 만한 쇼”라고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쇼를 14시간 앞둔 상황에서 캐스팅을 마친 니콜라는 “다른 쇼가 있을 때는 (캐스팅이) 늘 어렵죠”라며 “하지만 (원하는 모델들은) 거의 다 왔어요”라고 말했죠. 그가 쇼장에 도착했을 때 바닥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조명도 약간의 조정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지금은 너무 깔끔해요. (쇼는) 절대 이렇지 않을 거예요”라고 장담하며 “우리는 이 위에 파편과 먼지를 더 뿌릴 거예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깊은 숨을 내쉬고는 “침착해지려 노력하고 있어요”라며 미소를 지었습니다.
- 글
- Lucy Maguire
- 사진
- Christina Fragkou, Courtesy of Courrèges, 꾸레쥬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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