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스페인의 푸른 보석, 갈리시아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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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푸른 보석, 갈리시아를 찾아서

2023.10.23

갈리시아에는 경이로운 대자연의 풍광만이 아니라 오랜 전통에 대한 존중이 녹아 있다. 갈리시아 크리에이터들이 추천하는 갈리시아의 핫 스폿.

요리, 음악, 경이로운 대자연의 풍광으로 유명한 갈리시아는 지역의 역사와 현대적 요소가 조화를 이룬 곳이다. ‘도보 여행자의 천국’이라는 별칭은 9세기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오늘날 다양한 사람들이 갈리시아 곳곳으로 뻗은 길을 탐험하며, 그 별칭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이 지역의 미래를 주도하는 창의적인 인물들은 누구일까? 트렌디한 패션으로 무장하고 이베리아반도 북서부를 여행하는 갈리시아의 크리에이터들을 만나기 위해 갈리시아로 떠났다.

옛것과 새로운 것
갈리시아에는 여러 전설이 전해온다. 그중에서도 이곳의 특산품인 최상급 해산물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문어 요리인 ‘폴보 아 페이라(Polbo á feira)’와 고급 거북손 요리 ‘페르세베스(Percebes)’를 여러 번 먹어보니 전설이 사실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과일 맛과 부드러운 목 넘김으로 유명한 갈리시아의 화이트 와인 ‘알바리뇨(Albariño)’ 역시 그 명성에 부응했다.

프라가스 도 에우메(Fragas do Eume) 자연공원

‘도보 여행자의 천국’이라는 갈리시아의 별칭에 영향을 준 다양한 하이킹 코스는 든든하게 식사를 마치고 산책이 필요하다 싶을 때 걷기 좋다. 나는 갈리시아의 푸른 자연을 체험하기 위해 ‘프라가스 도 에우메(Fragas do Eume)’ 자연공원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갈리시아 밴드 ‘탄수게이라스(Tanxugueiras)’의 세 멤버 중 아이다 타리오(Aida Tarrío)와 올라이아 마네이로(Olaia Maneiro)를 만났다. 이들은 갈리시아 전통 음악 장르의 하나인 ‘무이녜이라(Muiñeira)’를 현대 팝 느낌으로 재해석한 것으로 유명하다. 더불어 노래를 통해 여성의 임파워먼트를 지지하는 한편, 문화적 정체성을 지키고자 노력한다. “전통을 현대적으로 발전시키면, 전통에 거리감을 느끼는 젊은 세대에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어요”라고 멤버 타리오는 말했다. “그건 새로운 문이 열리는 것과 같아요. 그렇게 젊은 세대에게 가까이 다가갈수록 전통에 대한 그들의 관심이 커지는 거죠.” 프라가스 도 에우메의 싱그러운 푸른 숲은 그들의 음악적 영감, 즉 옛것과 새것의 조화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에 더없이 완벽한 장소였다. 고풍스러운 자태를 뽐내는 ‘산 후안 데 카베이로(San Juan de Caaveiro)’ 수도원에서는 10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갈리시아의 풍부한 역사를 실감할 수 있었다.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 대성당

걷는 것이 갈리시아의 정체성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된 이유는 분명 미식의 즐거움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갈리시아는 오랜 역사를 가진 순례의 중심지이며, ‘카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로 유명하다. 매년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이 지역의 수도인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로 모여든다. 많은 이가 수백 킬로미터를 걸어오거나, 온갖 교통수단을 이용해 찾을 만큼 탐방할 가치가 충분하다. 도시 곳곳이 영화나 TV에서 본 것같이 익숙하게 느껴진다. 구시가를 거닐며 도시의 상징인 대성당 같은 역사적인 건축물을 보게 되면 영화 속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만 같다.

파라도르 데 산토 에스테보(Parador de Santo Estevo)

갈리시아에 몇 분만 머물러도 자신이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낀다. 특히 이 지역 중심부에 위치한 ‘파라도르 데 산토 에스테보(Parador de Santo Estevo)’ 같은 개조된 수도원이나 ‘파라도레스(Paradores)’를 거닐다 보면 로맨스 소설의 주인공이 된 듯하다. 갈리시아의 명소이자 자연 생태권으로 찬사를 받는 ‘리베이라 사크라(Ribeira Sacra)’에서는 그 기분이 더 극대화된다.

한 번쯤 대담한 탐험가가 되어보고 싶다면 ‘미라도이로 데 빌로욱세(Miradoiro de Vilouxe)’를 찾아도 좋다. V자형 협곡이 만들어낸 경이로운 광경이 펼쳐진 곳으로, 삶에 대해 성찰하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인증 사진을 찍기에 더없이 완벽한 곳이다.

해안 도시 ‘라코루냐(La Coruña)’의 끝자락에 위치한 ‘헤라클레스 타워(Tower of Hercules)’는 잠시 멈추어 생각하기에 이상적인 장소다. 나는 황혼이 시작될 무렵 자전거를 타고 그곳 성벽 근처에 도착했다. 그때 만난 스타일리스트 클로에 프랑코는 헤라클레스가 처치한 적의 머리가 묻힌 전설이 이 지역의 깃발 디자인에 영향을 미쳤다고 이야기했다. 그녀는 이 1세기 건축물과 별빛으로 물든 장관은 새로운 시작점처럼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라코루냐에는 인디텍스 그룹 같은 대표적인 패션 브랜드가 밀집해 있고, 프랑코는 이곳에서 자신의 커리어를 계속 발전시키는 패션 전문가다. “여기에는 다양한 경험과 관심사를 가진 천차만별의 사람들이 있지만, 모두 뭔가를 창조하려는 공통된 열정을 갖고 있어요”라고 프랑코는 말했다.

공예의 재탄생
루고의 아늑한 시골 풍경 속에 자리한 이도이아 쿠에스타(Idoia Cuesta)의 아틀리에는 갈리시아의 자연과 전통이 현대 공예와 만나는 장소다. 이곳에서 공예가 쿠에스타를 만났다. 양모, 가죽, 헴프를 비롯해 정원에서 자라는 버들가지 같은 다양한 천연 소재를 사용해 스페인의 바구니 짜기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그녀는 다수의 패션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가방과 장식용 예술품을 만들며, 모든 작품에 갈리시아의 정수를 녹여 넣고자 한다. “생태 보전 구역 한가운데서 자연과 함께 생활하고 있어요. 담쟁이덩굴이 얽힌 모습, 새들이 둥지를 트는 모습을 지켜보며 걷곤 하죠. 주변의 모든 것이 창작 활동에 반영된답니다”라고 쿠에스타가 얘기했다.

나는 쿠에스타의 대표적인 기법을 시도했다가 실패했지만, 갈리시아의 매력에 완전히 빠지고 말았다. 갈리시아에서 만난 여러 크리에이터는 각각 사용하는 매개체는 다르지만, 하나같이 그들을 둘러싼 환경의 중요성을 대변했다. 이도이아, 아이다, 올라이아, 클로에와 같은 사람들은 전통에 현대적인 해석을 가미하며, 전설과 전래 동화에 새로운 시각을 부여한다. 과거의 발자취를 되짚고 함께 미래를 만들어가는 곳, 이곳이 바로 갈리시아다.

[최고의 여행지, 갈리시아의 진정한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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