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에바 조스팽이 만든 메종 루이나의 세계

2023.10.10

에바 조스팽이 만든 메종 루이나의 세계

압도하는 비주얼로 세상을 울리는 아티스트 에바 조스팽의 ‘프롬나드’가 예술로 물든 서울, 메종 루이나의 세계로 들어왔다.

9월 6일, 전 세계의 눈이 서울로 향한다. 세계 2대 아트페어 중 하나인 ‘프리즈 서울 2023’의 개막과 함께 세계 정상급 갤러리와 국내의 굵직한 갤러리의 유려한 작품들이 한 곳에 모이기 때문이다.
고대 유물부터 20세기까지의 작품을 소개하는 프리즈 마스터스를 비롯, 아시아의 젊은 작가를 소개하는 포커스 아시아, 그리고 세계적인 브랜드의 부스 전시까지 프리즈 서울에는 놓쳐서는 안 될 볼거리가 넘쳐흐른다. 이 중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샴페인 하우스 루이나(Ruinart)는 프리즈 서울에서 프랑스 아티스트 에바 조스팽(Eva Jospin)의 설치 작품인 ‘카르트 블랑슈 2023(Carte Blanche 2023)’을 공개했다.

루이나는 프리즈와 아트 바젤을 포함, 전 세계 30개 이상의 국제 미술 박람회에서 예술가의 작품을 공개하는 카르트 블랑슈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재능 있는 아티스트가 자신의 재량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주고 있다. 루이나 테루아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는 인물이자 객원 아티스트인 에바 조스팽과 루이나는 일상적인 요소를 확대해 자세히 들여다보고 시간의 힘을 활용한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산책로’를 뜻하는 ‘프롬나드(Promenade(s))’ 프로젝트를 선보인 에바 조스팽은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소재로 경이로운 세계를 만들어낸다. 조스팽이 가장 좋아하는 소재인 판지를 사용한 설치미술 작품, 카르몽텔(Carmontelle)을 표현한 일련의 창작물과 고부조, 그림, 자수 등 카르트 블랑슈의 서사에 뼈대가 되는, 종이에 그린 이 프리즈는 언어가 아닌 그림으로 기록한 하나의 이야기다. 자연과 건축 사이, 포도나무의 가지치기부터 보틀의 리들링(Riddling; 침전물을 병 입구로 모으는 수작업)까지의 샴페인 생산 공정과 아티스트의 작업실에서 이뤄지는 일련의 동작 사이의 연결고리를 떠올리게 하는 이번 카르트 블랑슈는 에바 조스팽이 탄생시킨 풍경과 샴페인의 제작 과정이 맞닿아 있다는 것을 알게 한다.

올해 프리즈 서울에 전시된 루이나 카르트 블랑슈 2023 프로젝트로 탄생한 작품 ‘산책로’ 일부.

사람과 자연, 환경, 그리고 그 깊은 내면 사이의 연결을 되찾고자 하는 루이나는 프리즈 서울에서 ‘루이나 라운지’를 운영하며 관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생명의 주기가 깃든 파노라마 속을 거닐며 영원한 재생을 체감하는 프리즈 서울에서의 루이나, 그 안에서 조각의 형태를 통한 여정을 표현한 아티스트 에바 조스팽과 <보그>가 만났다.

프리즈 서울 2023 개막 후 <보그>와 인터뷰 중인 에바 조스팽.

초기부터 판지를 사용한 작업을 전개해왔어요. 평범한 소재를 사용해 경이로운 세계를 만들어내는데요. 판지가 주재료인 이유가 있을까요?
굉장히 많은 층위로 이루어진 소재가 판지죠. 제 작품도 반복되는 몸짓을 통해 수작업으로 쌓아 올린 층위가 아주 많아요. 제가 추구하는 작품의 특성과 판지의 본질이 닮아 있기 때문이죠. 또 다른 이유는 순환의 개념을 들 수 있어요. 숲에서부터 시작된 순환으로, 판지는 흔히 볼 수 있고, 판지의 시작도 숲과 나무로 귀결돼요. 층위를 보여주는 작업을 연출하기 위해 판지 위에 판지를 쌓으며 층위, 순환이 이루어지는 세계를 만들어내는 거죠. 마지막으로, 단순하고 일반적인 소재를 활용해 또 다른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에요. 주변 환경의 조건과 상관없이 가장 평범한 것을 특별하게 만드는 과정이 재미있습니다.

메종 루이나와 협업할 때 가장 고려한 부분은요?
어느 하나에 중점을 두지는 않습니다. 세상은 다 측면으로 이루어졌고, 다양한 통로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여겨요. 그래서 이번 작품 또한 다양성, 다채로움을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메종 루이나와의 협업에서도 한 가지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장소, 시간, 인간의 행위를 쌓아 다양한 면면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프랑스 샹파뉴 지방에서 포도를 재배하고, 메종 루이나의 공간을 거니는 사진을 봤어요. 그 경험이 작업에 어떻게 반영되었나요?
루이나와 작업하기 전까지 샴페인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았어요. 함께 작업하며 알게 된 모든 것이 흥미로웠고, 많은 배움이 있었습니다. 샴페인을 만드는 과정이 하나의 단순한 메커니즘을 넘어, 자신이 하는 일에 믿음을 가진 인간의 행위가 축적된 것이란 생각이 들었고, 둘 다 일상적인 요소를 확대해 자세히 들여다보고 시간의 힘을 활용한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프리즈 서울 2023 개막 후 <보그>와 인터뷰 중인 에바 조스팽.

프리즈 서울 2023에서 공개한 메종 루이나와의 작업이 굉장히 인상 깊었어요. 기회가 된다면, 어떤 작업을 함께 하고 싶은가요?
지금 루이나와 함께 구상하는 아이디어가 있어요. 다수의 작가들이 함께하는 정원 프로젝트로, 그들 작품을 메종 루이나의 공간에 설치하는 거죠. 저도 그중 한 사람이 되어 상설 작품을 전시합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루이나와 저의 협업이 완성되겠죠. 매우 특별한 정원이 탄생할 거예요.

    포토그래퍼
    김유성
    콘텐츠 에디터
    신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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