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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기 이후 ‘나는 솔로’를 즐길 수 있는 관전 포인트는?

2023.10.18

16기 이후 ‘나는 솔로’를 즐길 수 있는 관전 포인트는?

어쩔 수 없이 <나는 솔로> 17기 1화를 봤다. 16기에 빠져 살던 지난 두 달의 관성이 그만큼 강했다. 매일 운동을 한다는 근육질의 남자 영수를 보고는 트레이너였던 16기의 영수를 떠올렸다. 예리한 눈빛으로 분석을 즐기는 17기의 영철에게서 16기의 ‘나니까 상(영철)’을 보았다. 어쩌면 17기의 영철도 자신의 분석을 토대로 다른 출연자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하며 “이게 나니까 가능한 것 같아”라고 말하지 않을까? 16기의 순자는 별다른 존재감이 없었지만, 17기의 순자는 도드라진 역할이 있을 만한 캐릭터로 보였다. 17기의 옥순을 보면서도 16기의 옥순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역시 옥순은 ‘미모’와 ‘재력’이군. 그런데 영숙은… 영숙이란 이름은 16기 그녀의 것일 수밖에 없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그렇다.)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 등을 통해 끊임없이 이슈를 양산하던 16기의 영숙은 최근 유튜브 채널까지 개설했다. 그렇게 잠시 영숙을 생각했다. 나는 17기를 보면서도 16기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SBS Plus & SBSi

<나는 솔로>를 1화부터 본 건 아니다. 가끔 문제적 인물의 문제적 행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정도였다. 16기는 달랐다. 평소 영화 이야기를 주로 나누던 지인들도 16기에 대해 떠들고 있었다. “이건 올해의 예능이다!” “영숙은 올해의 여성이다.” “<나는 솔로> 16기는 2023년의 한국이다!” ‘찍먹’의 의도로 유튜브 영상 하나를 보았다. 영숙과 옥순의 갈등이 폭발한 그 회의 장면을 본 후 정주행을 시작했다. 그제야 지인들의 말을 납득할 수 있었다. 남성, 여성, 이혼, 결혼, 육아, 지역, 종교, 외모, 돈 등등 이 시대의 모든 갈등을 보는 것 같았다. 16기 출연자의 아귀다툼(이걸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을 정신없이 보다가 잠시 멈칫했다. “이 사람들은 이게 방송으로 나갈 줄 알면서 이러는 거야?” 출연자는 모두 직접 출연에 응했다. 그들의 표면적 목표는 ‘사랑을 찾는 것’이다. 그런데 이건 방송이다. 그들은 전 국민에게 얼굴을 노출한 후에도, 사랑을 찾지 못한 후에도, 현실을 살아가야 한다. 그런데 시청자를 경악시킨 16기의 몇몇 출연자, 영숙, 상철, 광수, 영철 등은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이 방송에 임하고 있었다. <나는 솔로> 16기를 <환승연애>나 <솔로지옥> <하트시그널> 같은 연애 프로그램과 비교할 때 가장 뚜렷하게 구분되는 지점이 여기일 것이다. 더 젊고, 예쁘고, 몸 좋은 출연자가 나온다는 게 아니라, 방송 이후의 삶을 생각하지 않는 듯한 말과 행동이 노출된다는 것. 그런 모습을 통해 나를 비롯한 시청자가 흥미와 쾌감을 느꼈다. 이 감정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나는 ‘피딱지’를 생각했다. 피딱지를 일부러 떼어낼 때의 쾌감. 딱지가 떨어져 나갈 때의 따끔한 고통, 다시 부풀어 오르는 핏방울을 지그시 바라볼 때의 이상한 안정감. 거기에 다시 소독약을 바를 때 느껴지는 따끔한 고통의 반복. 이때 생겨나는 기묘한 정신적 환기의 효과. 입안에 알보칠을 부어 넣을 때 느끼는 작열감과도 비교할 수 있겠다.

ENA 유튜브 ‘나는 솔로’ 캡처

그러니 16기의 작열감을 느낀 시청자가 이후의 <나는 솔로>에서 이만한 에피소드를 볼 수 있겠느냐고 우려하는 건 당연하다. 16기의 영숙, 상철, 광수, 영철은 이후의 출연자에게 화제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성공 모델을 제시했지만, 동시에 그들에게 ‘경각심’을 갖게 했기 때문이다. ‘이건 방송이야. 정신을 놓아서는 안 돼.’ 일종의 기준이 생긴 이상, 16기의 방송을 보고 솔로 나라로 향한 출연자는 말과 행동을 가리려 할 것이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방송 내내 경각심을 가질 출연자보다 16기보다 더 정신을 놓을 출연자가 더 걱정스럽다. 16기의 4인방보다 더 강한 출연자가 나온다면, 우리는 그들도 흥미롭게 볼 수 있을까? 흥미로움과 혐오감은 사실 한 끗 차이다. 16기 방송 이후 유튜브 라이브에서 노출된 16기 영숙의 모습을 보면 이건 그냥 하는 우려가 아니다. 추정하건대, 16기 방송의 촬영분에는 이미 흥미의 임계점을 넘어버린 장면이 있을 것이다. 제작진은 그나마 출연자의 삶과 방송의 매력을 위해 지금의 결과물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16기보다 더 정신을 놓은 출연자가 나오고 제작진이 16기보다 더 강렬한 에피소드를 만들겠다고 나선다면? 이때는 흥미가 아니라 혐오감을 느끼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제작진과 출연자만이 아니라 시청자에게도 ‘경각심’은 필요하다. 이 삼각의 줄타기가 16기 이후 <나는 솔로>의 관전 포인트가 되지 않을지. 이렇게 쓰고 있지만, 도리 없이 영숙 님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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