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신지 말고 쥐고 다니세요
2024 S/S 시즌에도 어김없이 다양한 형태의 백이 런웨이에 등장했습니다. 불편을 감수할 만큼 아름다운 클러치백은 물론, 유려한 곡선을 자랑하는 백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위트 넘치는 백을 선보인 브랜드는 발렌시아가였죠.
뎀나는 발렌시아가의 2024 S/S 컬렉션에서 신발 모양 클러치백을 선보였는데요. 신발(처럼 보이는 백)을 든 모델의 모습에서 뎀나 특유의 위트가 느껴졌습니다.
쇼가 끝난 뒤, 사실상 발렌시아가의 공식 계정 역할을 하는 뎀나그램은 ‘슈 클러치’를 열고 닫는 영상을 업로드하기도 했죠. 딱 하나 아쉬운 건, 슈 클러치가 신발 역할은 하지 못한다는 점!
뎀나가 슈즈 백을 만들었다면, 미우치아 프라다는 슈즈를 소품처럼 활용했습니다. 어글리 시크의 창시자답게, 미우치아는 2024 S/S 컬렉션에서 ‘정돈되지 않은 것’의 미학을 설파했는데요. 완벽하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는 메시지는 옷가지가 흘러넘치는 백에서 가장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미니 사이즈 백 정도를 제외하면, 지퍼가 잠긴 백은 하나도 없었죠. 하이힐 굽이 가방 밖으로 튀어나온 것 역시 의도적인 연출이었고요.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손에 들린 신발’을 단순한 위트로 치부할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패션계에서 가장 정치적인 디자이너로 꼽히는 뎀나와 미우치아 프라다가 일제히 이 트렌드에 주목한 게 우연이 아니라는 뜻이죠.

비록 미우치아가 프라다 2024 S/S 컬렉션을 선보인 직후 “이념과 견해에 관한 이야기는 지겹습니다. 이제 옷 이야기 좀 합시다“라고 했지만, 정치 이야기를 안 할 수는 없겠죠. ‘신발’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정치인은 구소련의 제1서기였던 니키타 흐루쇼프(Nikita Khrushchev)입니다. 1960년 유엔총회에 참석한 그가 구두를 벗어 탁자에 내리치며 회의장이 울릴 정도로 큰 소음을 일으켰거든요. 필리핀 대표가 소련을 비판하는 내용의 연설을 이어갔기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의장 프레데릭 볼랜드(Frederick Boland) 역시 모두를 진정시키려다가 의사봉을 부러트렸고요.
제2차 걸프 전쟁 중,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를 방문했을 때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이라크 출신의 젊은 방송기자 문타다르 알자이디(Muntadhar al-Zaidi)가 부시에게 욕설을 하며 신발 두 짝을 투척했죠. 신발이 경멸의 표시이자, 하나의 정치적인 메시지로 둔갑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손에 쥔 신발에 담긴 역사를 알고 발렌시아가와 미우미우의 컬렉션 룩을 다시 보니, 흥미로운 공통점이 눈에 들어옵니다. 모델들이 당장이라도 신발을 내려치거나, 집어 던질 수 있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죠. 뎀나와 미우치아 프라다가 손에 쥔 신발과 함께 어떤 정치적인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는지는 그들만 알고 있을 겁니다. 우리는 단지 이 트렌드를 즐기기만 하면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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