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하야오 영화에서 패션이 말해왔던 것
새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자신의 필모그래피에서 소중한 주제를 하나로 모으고자 어깨 너머로 세상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부터 우리와 비슷한 평행 세계에 뿌리를 내리는 마법까지, 모든 것이 담겨 있습니다. 때때로 불분명하며 영화 중간에 목표를 바꾸는 강렬하면서도 복잡한 캐릭터도 포함됩니다. 변화하는 성격을 표현하기 위해 일본의 영화감독은 의상에 의존하며, 플레이어들의 의도를 옷에 녹여냈습니다. 하야오는 옷을 통해 무엇을 말하려 했을까요? *이 글에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문화적 정체성을 형성하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 여성 캐릭터는 2명입니다. 주인공인 마히토의 엄마이자 사망한 히사코, 이모였으나 현재는 새엄마가 된 나츠코입니다. 영화의 첫 순간을 차지한, 악몽 같은 화재로 언니가 죽은 후, 나츠코는 임신 중에 사춘기 조카를 자식으로 맞이하게 됩니다. 일본의 작은 마을, 기차역 밖에서 첫 등장하는 나츠코의 모습은 매우 화려합니다. 전쟁 중에도 가사 도우미가 있는 큰 저택에 사는 그녀는 노란색에 주황색 모티브를 더한 기모노를 입고 있습니다. 밝고 화려한 의상처럼 외향적인 여성으로 그려지죠. 집 안팎을 관리하는 가사 도우미인 노파들은 줄무늬와 하트 같은 고전적이면서도 유치한 모티브가 들어간 회색, 갈색, 또는 보라색 기모노를 입고 있습니다. 옷에서 사회적 지위가 드러납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의상은 인물의 성격을 유추할 수 있는 단서가 됩니다. 영화 초반 병적으로 수줍음을 많이 타며 모자로 얼굴을 숨기는 어린 소피가 그러하죠. 단조로운 파란색 드레스는 그녀의 지루한 삶을 반영하며, 더욱 흥미로운 세상을 꿈꾸는 소피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사악한 주문에 걸려 할머니로 변한 소피는 아이러니하게도 거울을 보며 “괜찮아 할멈, 전보다 옷도 잘 어울리네”라고 말합니다.
하야오의 영화 속 의상에는 개성보다는 사회적 지위와 문화적 소속감이 표현되곤 합니다. 영화 <모노노케 히메>에 등장하는 어린 왕자, 아시타카를 떠올려보세요. 에미시(蝦夷, Emishi) 부족의 후계자인 그는 영화 내내 17세기에 만든 부탄의 남성용 전통 의상 ‘고(Gho)’를 입고 등장합니다. 이는 에미시의 의상에 대한 참고 자료 부족에 기인합니다. 하야오 감독은 부탄과 윈난성 소수민족의 전통 의상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이야기를 뒷받침하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로 돌아가봅시다.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의상도 함께 변화합니다. 앞서 언급한 나츠코의 경우 이러한 변화가 두드러집니다. 처음 등장할 때는 화려한 색상과 패턴의 의상으로 시선을 사로잡지만,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내면의 고통과 자아 상실의 상징으로 흰색 드레스를 입고 유령에 가까운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우리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도 비슷한 과정을 목격한 바 있습니다. 영화 초반부에는 줄무늬 티셔츠에 분홍색 반바지를 입고 있던 어린 치히로가 부모를 구하기 위해 낯선 세상에 발을 디디면서 옷을 갈아입는 과정을 거칩니다. 진홍색 유니폼을 입고부터는 자신과 가족의 운명을 책임지는 사람이 되어야 했죠.
젠더: 변화하는 개념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의 시작 부분에 배치된 매우 짧은 시퀀스에서 마히토는 여학생과 남학생이 구분된, 특히 복장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학교에 갑니다. 교실 한쪽에 있는 남학생들은 회색, 푸른빛의 어두운 옷을 입고 있는 반면, 여학생들은 훨씬 더 화려한 기모노를 입고 있습니다.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자유로운, 강한 여성 캐릭터에 대한 하야오의 사랑을 생각해보면, 이는 지나치게 경직되고 낡은 일본 사회에 대한 비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야오 영화에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의상을 입은 여성 캐릭터가 가득합니다. 사냥꾼 복장을 한 <모노노케 히메> 속 산, 주머니가 달린 파란색 원피스에 밝은 베이지색 타이츠, 튼튼한 부츠를 신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속 나우시카가 있습니다. 반대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주인공 하울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에서 가장 중성적인 스타일링을 한 캐릭터입니다. 금발이든 검은색이든 그는 언제나 어깨가 넓고 밝은 색상의 재킷 위로 우아하게 떨어지는 긴 머리를 하고 있습니다. 재킷 안에 입은 흰색 블라우스, 녹색 이어링과 목걸이를 떠올려보세요.
전후 일본을 배경으로 하든, 보다 현대적인 시대를 배경으로 하든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는 일본의 전통적 코드를 활용하지만 매우 현대적인 구성을 취합니다. 결코 쉬운 함정에는 빠지지 않을 캐릭터를 통해 이야기를 이끌어갑니다. 그리고 그들의 옷이 첫 번째 증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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