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향기
조용한 사무실에 사이렌이 울렸다. 국민안전처에서 보낸 긴급재난문자. ‘폭염특보 발령’. 뜨겁고 따갑게 내리쬐는 햇볕을 보고 있자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더운 날씨에 먹고 싶은 음식은 넘쳐나는데 왜 맡고 싶은 냄새는 없을까?’
여름이면 시원하고 상큼한 시트러스와 아쿠아 계열의 향수들이 물밀듯이 출시된다. 톱노트부터 베이스노트까지 한결 같이 가벼운 향으로 누구나 부담 없이 상쾌함을 느낄 수 있는 향수들. 하지만 오늘 같은 날씨에는 이런 냄새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 향수의 인공적인 시원함이 뜨거운 기온에 증발되면서 흔히 이야기하는 살냄새처럼 자연스러운 향이 아니라 인공적인 텁텁한 느낌으로 전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날에는 오히려 향수보다 보디 로션이나 미스트가 안전할 수 있다. 일단 피부 온도가 오르며 건조해지는 것을 대비해 보습제를 바르는 것만으로도 응급처치가 되고, 향수보다 은은하게 퍼지는 보습제의 향은 향이 증발하면서 난다기 보다는 피부에 스며 베어나는 것처럼 느껴져 코로 느끼는 부담이 적다.
해피바스의 스파클링 시트러스 바이탈 바디미스트
보디 미스트를 고를 때 변성알코올 함유량이 높은 제품은 보습보다는 향에 초점 맞춰진 제품이기 때문에 피부를 촉촉하게 하는 힘이 부족하니 제품 선택 전 확인할 것. 자몽과 레몬, 라임 같은 상큼한 과일향이 기분까지 상쾌하게 한다.
아비노의 데일리 모이스춰라이징 에너자이징 로션
오트밀로 유명한 아비노의 로션에서 자몽향이 난다는 게 쉽게 상상되지 않지만, 의외로 궁합이 잘 맞는다. 향이 오래 지속되는 편은 아니지만 바르는 동안만큼은 더운 날씨를 잊을 정도로 상큼한 향이 난다. 보디 로션의 덥고 답답한 향이 부담스러워 건조한 보디 피부를 참고 견뎌왔던 사람들에게 제격이다.
로얄네이처의 그레이프프룻 민트 바디로션
상큼한 보디 로션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게 블리스의 블러드 오렌지+화이트 페퍼와 자몽+알로에다. 하지만 부담스럽다면 부담스러울 수 있는 가격(3만원대)과 후텁지근한 날씨에는 조금 끈적일 수 있는 과한 보습력 때문에 여름에는 멀리하게 되는 것도 사실. 이럴 때 시도해보기 좋은 제품인데, 상큼한 자몽 향이 오래 지속되지만 피부 겉에 로션이 남는 느낌이 없어 더운 날씨에 사용하기에도 좋다.
라이프 NK의 점프스타트 바디로션
아침을 깨우는 향이라고 광고를 하길래 굉장히 상큼하고 시원한 향을 기대했는데 잠을 확 깨우는 느낌보다는 향긋한 꽃향과 달콤한 시트러스 향이 적절하게 섞인, 가만히 누워있기 아쉽게 만드는 향이다(사실 보디로션을 바를 정도라면 이미 다 깨어 있는 상태일 테지만).
- 글
- 황민영(뷰티 스페셜리스트)
- 사진
-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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