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뉴스

미스치프에 대해 당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

2023.11.22

미스치프에 대해 당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

거대한 고무 소재 아톰 부츠를 만든 이들이 미술관에서 전시를 한다.
동시대 젊은이들이 가장 열광하는 이 집단에 대해 당신은 무엇을 알고 있나?

(왼쪽부터)현재 약 30명으로 구성된 예술가 집단 미스치프의 주요 멤버인 CEO 가브리엘 웨일리, CCO 케빈 위즈너, 리드 엔지니어 엠마 하워드(Emma Howard), 리드 프로듀서 리즈 라이언(Liz Ryan), CCO 루카스 벤텔.

“미스치프(Mschf) 팀은 드롭을 공개하기 전날 밤, 축하하는 자리를 갖습니다. 우리에게는 매우 중요한 과정이죠. 공개한 후에 바이럴이 잘됐다고 해서 축하하거나 하진 않아요.” 미스치프의 CEO 가브리엘 웨일리(Gabriel Whaley)가 말했다. 가장 실패한 프로젝트에 대한 질문에 ‘그저 그랬던’ 아이디어가 많긴 하지만, 가장 실패한 단 하나를 꼽는 건 불가능하다고 케빈 위즈너(Kevin Wiesner)가 단호하게 답한 직후였다. 케빈은 루카스 벤텔(Lukas Bentel)과 함께 CCO직을 맡고 있다. 그는 고개를 저으며 덧붙였다. “우린 지난 작업의 성공 여부를 평가하거나 원인을 분석하는 일은 절대 하지 않습니다.” 가브리엘과 케빈, 루카스는 미스치프의 첫 미술관 전시가 열리는 대림미술관 옆 카페 2층에 앉아 있다. 이들은 예술가 집단 미스치프의 공동 설립자다. 테이블 위에 놓인 1980년대풍 양은 쟁반과 벽의 낡은 나무 패널에는 전시 굿즈인 미스치프 로고 스티커가 잔뜩 붙어 있었다. “사실,” 가브리엘이 키득거리며 말했다. “트래픽이 치솟기 시작하면 다들 패닉에 빠지거든요.”

이들이 첫 작품으로 꼽는 ‘지저스 슈즈’를 발표한 다음 날, 미스치프 웹사이트는 과다한 트래픽과 사이버 공격으로 서버가 다운됐다. 에어 버블을 요르단강의 성수 60cc로 채우고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참을 운동화 끈에 장식한 나이키 에어맥스 97의 발칙함은 즉각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순식간에 완판된 스니커즈의 리세일 가격은 4,000달러까지 치솟았고, 지저스 슈즈는 2019년 구글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신발에 등극했다. 그리고 2년 후 사탄 슈즈가 등장했을 때 나이키는 상표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미술관 4층 ‘Nothing is Sacred’ 섹션에 전시된 것은 사탄 슈즈의 자발적 리콜과 지저스 슈즈의 바이백(판매한 제품을 되사들이는 행위) 프로그램이라는 합의 조건 중에 살아남은 오리지널이다. “셋이서 한 켤레씩, 총 세 켤레를 남길 수 있게 해줬어요. 나이키도 세 켤레를 갖는 조건으로요. 그러니까 공식적으로 남은 건 총 여섯 켤레인 셈이죠.”

지저스 슈즈에는 이후로 지금까지 미스치프가 발표한 작업의 모든 요소가 함축돼 있다. 전시가 열리기 직전 10월 말에 공개한 블랙 버전의 빅 레드 부츠도 이제 구글이 2023년 가장 많이 검색된 신발로 발표하는 일만 제외하면, 올해 ‘모든 걸 이뤘다’. “솔직히 다른 어떤 브랜드나 하우스보다도 신발의 한계를 더 확장시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심미적인 면뿐 아니라 기술적으로도요.” 미스치프의 작업 중 신발이 유별나게 대중의 관심을 받아온 것은 사실이지만, 궁극적으로 다른 모든 작업으로 통하는 관문이 될 거라고 루카스는 확신한다. 가브리엘 또한 신발이 창의적인 기회로서 축복인 동시에 저주가 될 수 있음을 인정한다. “누구나 신발이라는 걸 알아요. 하지만 미술관에 전시돼 있다면, 거기에 신발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는 뜻이고, 그 저의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하죠. 우리는 그런 노력을 기꺼이 감수하는 이들과 소통하려는 겁니다. 그들이라면 우리가 말하려는 걸 결국 알아차릴 테니까요.”

신발 드롭은 실질적인 수익과 함께 오늘날 모든 사업 분야가 애절하게 매달리는 젊은 팬덤을 이 예술 집단에 안겨주었다. 그리고 어딘가 순진한 구석이 있어서 마치 운이 좋은 것처럼 보이는 이들에게 더 많은 젊은이들이 열광할수록, 이들을 둘러싼 소문과 추측도 한층 기발하고 그럴듯해진다. 미스치프 작업에 내재한 반체제적 성향과 유머러스한 표현 방식은 어떤 면에서 상당히 충동적인 인상을 주기 때문에 투자자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의심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웹사이트에 접속하는 사람들의 개인 정보나 추적 데이터를 팔아서 돈을 마련할 거라는 음모론도 그중 하나다. “데이터 파는 일 따위는 하지 않아요. 미스치프는 기업형 구조로 운영되고 그 운영 방식이 우리의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입니다. 생각보다 꽤 건전해요.” 데이터 수집에 대한 음침한 가설은 이들의 도덕적 자아에 상처를 입혔다. “그러니까 우리가 어떻게 돈을 버냐면,” 모두가 궁금해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직관적이고 단순하다. “만들어서 파는 거예요. 그래서 계속 만들어야 해요.”

미스치프의 크고 작은 작업에서 상업적인 면이 부각되는 이유는 아마도 작업의 근간이 되는 개념 때문일 것이다. 케빈은 미스치프의 아이디어가 1990년대 말에 등장한 ‘비평적 디자인(Critical Design)’에서 상당 부분 영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영국 아티스트 앤소니 던(Anthony Dunne)과 피오나 라비(Fiona Raby)가 처음으로 명칭을 붙인 이 디자인 사조는 일상적 사물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관습적 인식이나 제한된 관점, 선입견을 비틀어서 체제 전복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다. 그리고 미스치프는 그들의 오디언스가 그 어느 때보다도 상품과 관계를 맺는 데 능숙하다는 것에 주목했다. “기본적으로 소비자를 놀리는 겁니다. ‘앳 올 코스트(At All Costs)’ 프로젝트에서 똑같은 옷을 다른 가격에 팔거나 ‘인기 디자이너’라는 문구를 옷에 프린트해 패션 소비의 기저에 있는 심리를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식이죠.” 앳 올 코스트는 미스치프가 48번째 드롭으로 론칭한 단발성 의류 라인이다(하지만 다시 등장할지도 모른다).

전시장 4층 다섯 번째 섹션 ‘Nothing is Sacred’ 전경. 데미안 허스트의 스폿 페인팅을 자른 ‘Severed Spots’, 앤디 워홀의 Fairies 1,000장을 복사한 ‘Possibly Real Copy of Fairies by Andy Warhol’, ‘Jesus Shoes’와 Satan Shoes’, ‘Drink Me’, ‘Spot’s Revenge / Spot’s Rampage’.

비평적 디자인이 원래의 목적과 기능성을 파괴함으로써 새로운 관점을 주입한 일상적 사물을 미술관으로 가져왔다면, 미스치프는 실용성은 유지하면서 체제 전복적인 관점을 주입한 일상적 사물을 미술관이 아닌 원래의 위치에 돌려놓음으로써 더 많은 대중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기회를 노린다. 이들의 작업에 예리함을 부여하는 것은 본래의 용도와 새로운 관점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는 균형과 긴장감이다.

미디어는 어느 셀럽이 빅 레드 부츠 유행에 새로 동참했고, 틱톡에는 얼마나 많이 태깅되었으며, 버킨스탁(Birkinstock)을 만들기 위해 구입한 중고 에르메스 버킨 백과 소금 한 톨보다도 작은 루이 비통 가방의 경매가는 얼마인지에 대해 떠들어댄다. 하지만 팀원들이 가장 유의미한 결과를 거둔 프로젝트를 꼽을 때 숫자는 판단 기준에 포함되지 않는다. ‘페이머스 마우스’는 디즈니의 미키 마우스 독점 저작권이 소멸되는 2024년, 첫 번째 비공식 미키 마우스 수집품을 교환할 수 있는 토큰을 판매하는 프로젝트였다. “미국 내에서도 매우 충성도 높은 특정 집단이 열띠게 대응했고 관련해서 흥미로운 법적 쟁점도 많았어요. 우린 그런 것들이 그 프로젝트를 성공시켰다고 여깁니다.”

자동차 한 대의 열쇠 5,000개를 개당 19달러에 판매하고 자동차 위치를 알아내면 누구나 차의 주인이 될 수 있는 ‘키포올(Key4All)’ 프로젝트는 론칭 후 24시간 동안은 기이할 정도로 반응이 없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차주에 의해 유지되고 수리되면서 9개월 동안 이어졌다. “누구나 뒤돌아볼 만한 고가의 자동차가 아니라는 점에 비하면 그 프로젝트가 만들어낸 패러다임은 정말, 훨씬 더 놀라웠어요. 엄청난 걸 거뒀죠.” 빅 레드 부츠는 미스치프의 기준에서는 성공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바이럴리티를 성공의 척도로 삼는 건 세상인 것 같아요.”

미스치프에 협업을 제안한 브랜드(미스치프가 먼저 협업을 제안하는 일은 없다) 중에는 이들의 작업을 시의적절하고 재기 발랄한, 소위 ‘먹히는’ 마케팅 아이디어쯤으로 여기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 모으고 바이럴을 일으키는 면에서 말이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자극해서 인기를 끌 수 있을지를 미리 추정하는 건 어려운 일이에요. 우린 그냥 우리를 위해 이기적으로 작업하죠. 정말 좋아하고 관심 있는 걸 만들 뿐입니다. 드롭을 공개하기 전에 축하하는 것도 그 이유죠.” 마케팅을 하려고 했다면 지금보다 매트릭스를 훨씬 더 잘 추적했을 거라고 장담한 이들은 프로젝트에 담긴 아이디어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얼마나 비효율적인 방식을 택해야 했는지 떠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엄숙한 말투로 결론지었다. “우린 대부분의 경우 최적화를 배격하죠.”

적지 않은 수의 관련 업계 종사자들 혹은 이들의 가파른 성장을 질투하는 누군가가 머릿속에 한 번쯤 그렸을 미스치프 최악의 상황에 대해 질문했을 때, 전에도 똑같은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미스치프를 통해 각자가 진정한 자신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린 처음부터 머릿속에 있는 걸 실제로 만들어서 세상에 내놓기 위해 모였죠. 미스치프 전에도, 그리고 최악의 경우 미스치프가 파산하더라도 계속 그 일을 하고 있을 겁니다. 미스치프는 우리에게 가장 순수한 형태의 자기표현입니다.” (VK)

전시장 3층 ‘For Everything Else, There’s Mastercard’ 섹션에 전시된 ‘Big Red Boots’.
    사진
    하태민, Courtesy of Daelim Museum
    컨트리뷰팅 에디터
    송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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