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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의 롤모델 ④ – 신수지

2016.03.15

여자들의 롤모델 ④ – 신수지

지금은 새로운 시대다. 모두가 운동에 열광하고 새로운 스타 집단이 생겼다. 몸매 종결자, 스타 트레이너, 머슬녀, 스포테이너. 이들의 외모뿐 아니라 내면 또한 동시대 여자들의 롤모델이다.

Sportainer

모든 운동선수가 미친 듯이 목숨 걸고 운동을 하는 건 아니다. 물론 신수지도 예전엔 그랬지만 즐기면서 하는 운동은 운동이 아닌 놀이다.

자카드 드레스는 제이 멘델(J. Mendel), 사이키델릭한 무늬의 운동화는 아디다스 오리지널스(Adidas Originals).

자카드 드레스는 제이 멘델(J. Mendel), 사이키델릭한 무늬의 운동화는 아디다스 오리지널스(Adidas Originals).

VOGUE (이하 V) 요즘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나요?
SHIN SOO JI(이하 S) 스케줄 있는 날은 스케줄 끝나고 볼링장 가서 아주 늦게까지 볼링을 치고, 스케줄 없는 날은 하루 종일 볼링장에서 살아요. 친구들은 밥 먹을 때 잠깐 만나는 게 대부분이죠.

V 운동선수들은 은퇴하고 나면 다들 운동을 끊는 줄 알았어요!
S 솔직히 쳐다보지도 않는 경우가 많긴 하죠. 저도 이렇게 될 줄 몰랐어요. 사실 체조 선수 은퇴 후 안 해본 게 없었거든요. PT 자격증도 따고 요가, 필라테스, 승마, 골프, 야구 등등. 에너지는 넘치고 공허함을 채워줄 뭔가가 필요했죠. 그러던 참에 볼링에 빠져서 끝장을 봐야겠다고 마음 먹게 된 거예요.

V 어떻게 볼링의 매력에 빠지게 됐나요?
S 하루는 친구와 볼링장에 갔는데 세상에, 제가 너무 못 치는 거예요. 분명 일자로 굴렸는데도 계속 도랑으로 빠지고. 왕년에 공 좀 만졌다고 자부했는데 자존심이 몹시 상했죠. 그때부터 혼자 매일 볼링장에 갔어요.

V 대단한 승부사군요.
S 그런 기질이 있는 데다가 더 자극을 받았어요. 단 하루도 안 빼고 한 달 내내 볼링을 치고 평점 180에 도달했죠. 그런데 그다음부터는 200 이상이 안 나오더라고요. 마침 그때 박경신 프로의 경기를 옆에서 보게 됐고, 제대로 배워보자는 생각에 그분을 찾아갔어요. 그리고 10개월 만에 프로 테스트를 거쳐서 프로가 됐고요.

V 또 다른 운동을 시작한다는 게 힘들지는 않나요?
S 저한테 볼링은 운동이 아니라 행복한 여가 생활이자 놀이예요. 누가 억지로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정말 그냥 재미있어서 하는 거죠. 만약 강압적으로 시켰다면 못했을 거예요. 그리고 체조처럼 혼자 하는 운동이라면 외로웠겠지만, 연예인 볼링단과 함께할 수 있어서 더 즐겁고요.

V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해서 그런지 굉장히 활동적이네요.
S 운동 중독 수준이에요, 운동을 사랑하죠. 집에 있으면 축 처지고 힘든데 그럴 때 더 힘들게 밖에서 움직이면 오히려 에너지가 돌고 무슨 일이든 열정이 생겨요! 땀을 흘린 후의 만족과 보람을 가장 크게 느끼는 것 같아요.

홀터넥 니트 드레스는 살바토레 페라가모(Salvatore Ferragamo), 메시 소재 운동화는 나이키(Nike), 자전거는 벨로샵.

홀터넥 니트 드레스는 살바토레 페라가모(Salvatore Ferragamo), 메시 소재 운동화는 나이키(Nike), 자전거는 벨로샵.

V 타고난 만능 스포츠인!
S 절~대 그렇지 않아요. 처음엔 누구보다  못한답니다. 그렇지만 시간이 주어지면 연습량으로 따라잡을 수 있어요. 스스로 타고난 운동감각이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남들의 10배, 20배 연습을 하죠. 또 그렇게 열심히 해서 도달했을 때 오는 희열도 있고요. 만약 운동감각을 타고나서 잘했다면 재미를 못 느꼈겠지만 못하는 걸 죽어라 해서 결과를 냈을 때의 만족감과 성취감은 비할 데가 없어요. 체조도 그랬죠, 늦게 시작했고 다리도 안짱다리에 뻣뻣했으니까요. 불리한 점은 다 갖고 있었지만 정말 독하게 했어요.

V 체조를 할 땐 몸이 많이 상했겠어요.
S 사실 전 체조 선수 시절에도 엄청난 근력의 소유자였답니다. 원래 체조 선수는 몹시 말라서 최소한의 근육만 유지하는 게 보통인데, 제 경우에는 근력 양이 어마어마했어요, 특히 복부와 허리는 다른 종목 선수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 였으니까요. 그래서 그런지 은퇴 후에도 후유증 없이 건강하게 운동할 수 있는 것 같아요.

V 흠, 그러면 요즘 유행하는 머슬 대회에 나가는 것도 좋을 뻔했네요.
S 실제로 PT 자격증을 딸 무렵엔 근육 크기도 꽤 크고 근육 형태가 뚜렷이 드러날 정도였어요. 주변에서도 대회에 나가보라고 권유했지만 도저히 먹는 걸 포기 못하겠더라고요! 전 식단 조절은 안 해요. 체조 선수 시절에도 남들 안 먹고 잘 때 전 차라리 먹고 운동하는 쪽을 택했죠. 지금은 새벽 3시에 야식도 챙겨 먹는답니다. 그냥 볼링에 맞는 몸을 만들고 싶어요. 볼링은 하체 힘이 중요해서 하체 운동을 굉장히 많이 하고 있어요. 허벅지 둘레를 2인치 늘렸죠, 물론 지방이 아니라 근육으로요!

V 몸무게도 늘었겠네요.
S 그때보다 8kg이 늘었어요(조용히 속삭이며). 과거보단 몸이 좀 무겁고 민첩성이 떨어졌단 걸 저도 느끼지만, 볼링에는 오히려 그런 게 필요하니까요. 마른 건 건강하지 않아요. 체격이 좀 있어도 운동해서 균형 잡힌 몸이 예쁘죠. 당시엔 종목 특성상 저도 마른 몸을 유지했지만 솔직히 별로 좋아 보이진 않았어요. 제가 원하는 체형은 아니었죠. 44 사이즈도 작아서 옷 사기도 힘들었고요. 물론 지금은 그때 옷을 전혀 입을 수 없답니다. 하하!

V 미디어에서는 볼링을 비롯해서 다방면으로 스포츠인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죠.
S 운동을 통해 얻는 이 기쁨을 함께하고 싶어요. 더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부담감 없이 취미 활동으로 즐기는 데 일조하면 좋겠고. 운동이 재미가 없으면 조금이라도 잘할 수 있는 종목을 찾으면 됩니다. 그러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게 되고 칼로리 소모도 빠르거든요. 볼링의 경우 사람들과 즐기면서 할 수 있다는 점 또한 매력적입니다. 처음 만난 사람들과도 경기를 하면 금세 친해질 수 있죠.

V 사람들에게 어떤 이미지로 보이기를 원하나요?
S 저한테 붙은 수식어인데, ‘스포테이너’요. 그게 제일 좋아요. 뭐든 열심히 하고 그런 걸 보면서 다른 사람들도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그렇지만 은퇴 후 연예인으로 전환하려는 게 아닌, 운동선수로서의 정체성은 분명하게 지키고 싶습니다. 스포츠인이 은퇴 후에도 계속 운동을 한다는 걸 보여주는 것 또한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V 스포테이너로서 동시대 한국 여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S 불가능은 없다! 몸은 내가 얼마만큼 하느냐에 따라 표가 납니다. 누구나 만들 수 있어요. 마음이 있고, 마음 먹은 대로 몸이 움직여준다면요.

    에디터
    송보라
    포토그래퍼
    CHA HYE KYUNG
    모델
    신수지
    스탭
    헤어 / 임수민(엔끌로에), 메이크업 / 정경화(엔끌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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