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베스트 앨범 23선
2023년에 발매된 앨범의 유일한 공통점은, 어떠한 공통점도 찾을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스트리밍의 시대’가 도래하며 장르의 경계 또한 무의미해졌죠. 아마레(Amaarae)는 Y2K 스타일의 음악과 아프로 팝을 접목했고, 카롤 G(Karol G)는 란체라부터 레게콘까지 아우르는 라틴 팝을 선보이며 스타덤에 올랐습니다. 디스코부터 하이퍼 팝, 하드코어까지. 그 어떤 제약도 두지 않고 <보그> 에디터들이 올해 가장 자주 들었던 앨범을 선정했습니다.
100 겍스(100 Gecs), <10,000 Gecs>
올해 내내 ‘틱톡이 음악을 망쳤다’는 한탄을 늘어놨다면, 100 겍스의 앨범을 들어보라. 그들의 음악은 기괴하면서도 날것의 하이퍼 팝 그 자체니까. 100 겍스의 음악은 이어폰을 끼고 들을 때 효과가 배가된다. 글리치와 오토튠, 파워 팝, 그리고 얼터너티브 록처럼 이미 존재하는 장르를 교묘히 섞은 이들의 음악은 이상하리만치 새롭게 느껴진다. ‘Dumbest Girl Alive’, ‘Hollywood Baby’, ‘Doritos & Fritos’처럼 귀가 멍멍할 정도로 신나는 음악을 듣다 보면 아드레날린이 자극되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테일러 앤트림
아마레(Amaarae), <Fountain Baby>
몇 년 전부터 주목받아온 아마레는 <Fountain Baby>를 기점으로 슈퍼스타 반열에 올라섰다. 가나의 수도인 아크라와 애틀란타에서 성장한 그녀는 아프로 팝, 버블검 팝, 댄스 홀 같은 장르는 물론 자넷 잭슨 같은 아티스트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았다. ‘Angels in Tibet’, ‘Wasted Eyes’ 같은 곡에서는 그녀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도드라지고 ‘Princess Going Digital’, ‘Sociopathic Dance Queen’에서는 다양한 장르를 능숙하게 섞는 그녀의 능력이 돋보인다. – 리암 헤스
아노니(Anohni), <My Back Was a Bridge for You to Cross>
2016년, 아노니의 데뷔 앨범 <Hopelessness>의 공동 프로듀서는 워프 레코즈의 부활을 주도한 원오트릭스 포인트 네버(Oneohtrix Point Never)와 허드슨 모호크(Hudson Mohawke)였다. 그리고 이 셋은 함께 21세기의 음악사에서 손꼽힐 만큼 반항적이고 강렬한 앨범을 만들어냈다. 아노니의 정규 2집이 발매되기에 앞서 공개된 싱글 ‘It Must Change’는 일종의 반환점처럼 느껴졌다. 전작의 강렬한 드럼과 신시사이저는 온데간데없고, 귀가 편안해지는 블루 아이드 소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끈한 사운드 이면에 중요한 메시지가 숨어 있다. 그녀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기후 위기를 부인하는 이들과 맞서 싸워야 하며, 모두가 함께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아노니는 변하지 않았다. 그녀는 여전히 반항적이고, 더 나은 세상을 꿈꾼다. 단지 그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 바뀌었을 뿐이다. – 리암 헤스
불리(Bully), <Lucky For You>
얼리샤 보그나노(Alicia Bognanno)의 원맨 프로젝트인 불리는 데뷔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젊은 밴드지만, 음악은 꽤 복고적이다. 홀(Hole), L7, 베루카 솔트(Veruca Salt) 같은 밴드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Lucky For You>의 매력 포인트는 강렬한 드럼, 얼리샤의 힘찬 목소리, 그리고 디스토션이 잔뜩 들어간 기타 사운드다. 하지만 이 모든 요란함 뒤에는 상실과 구원에 대한 그녀만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힘든 시기를 이겨낸 뒤 맞이한 행복을 이야기하는 앨범은 듣는 이의 기분마저 들뜨게 한다. – 코리 세이모어
블론드 레드헤드(Blonde Redhead), <Sit Down for Dinner>
2000년, 나는 블론드 레드헤드의 ‘Melody of Certain Damaged Lemons’를 들으며 리듬을 타곤 했다. 23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그들의 신보를 들으며 고개를 까딱거리고 있다. 한번 드림 팝 팬은 영원한 드림 팝 팬이다. – 니콜 펠프스
보이지니어스(Boygenius), <The Record>
아름다우면서도 어딘가 스산한 오프닝 트랙, ‘Without You Without Them’을 듣는 순간 알 수 있다. <The Record>가 세 멤버 각자의 장점을 적절히 섞어 완성한 앨범이라는 걸 말이다. 이번 앨범의 곳곳에는 피비 브리저스(Phoebe Bridgers), 루시 다커스(Lucy Dacus), 줄리언 베이커(Julien Baker)의 DNA가 묻어 있다. 원초적인 스크리밍, 찬송가를 연상시키는 멜로디, 그리고 세련된 가사까지. 2023년 올해의 앨범으로도 손색없다. – 한나 잭슨
캐롤라인 폴라첵(Caroline Polachek), <Desire, I Want to Turn into You>
2005년부터 2016년까지 아론 페닝(Aaron Pfenning)과 함께 듀오 그룹 ‘체어리프트(Chairlift)’로 활동하다가 솔로로 전향한 캐롤라인 폴라첵은 지금 가장 매력적이고 영리한 아티스트 중 한 명이다. 2019년 발매된 그녀의 솔로 데뷔 앨범 <Pang>에 이어 2집 <Desire, I Want to Turn into You> 역시 평단의 사랑을 받고 있다. 유머러스한 가사, 탁월한 보컬, 그리고 대니 L 할(Danny L Harle)의 빼어난 프로덕션이 합쳐진 이번 앨범은 캐롤라인이 전성기를 맞이했음을 알리는 신호탄과도 같다. 캐롤라인의 최대 강점은 이질적인 요소를 하나로 엮는 데 매우 능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이런 능력은 타블라 비트로 시작했다가 어린아이들의 합창으로 끝나는 트랙, ‘Billions’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다. 그녀가 아직까지 한 번도 그래미를 수상하지 못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 리암 헤스
차펠 론(Chappell Roan), <The Rise and Fall of a Midwest Princess>
차펠 론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친구의 추천을 통해서였다. 그녀의 음악을 틀자마자, 나는 경쾌한 팝 사운드에 빠져들었다. 라디오를 틀기만 하면 슬픈 노래가 흘러나오는 시대지만, 차펠의 음악은 즐거움을 선사한다. ‘Red Wine Supernova’를 듣고 있으면 구름 위를 걸어 다니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고, ‘Super Graphic Ultra Modern Girl’은 사무실로 향하는 발걸음조차 가볍게 해줄 것이다. 한 곡도 건너뛰지 않고 듣는 것을 추천한다. – 크리스티안 알레어
정글(Jungle), <Volcano>
내 틱톡 알고리즘이 어딘가 이상하다. 아니, 좋다고 해야 할까? 앱을 열기만 하면 정글의 ‘Back on 74’ 챌린지 영상이 화면을 도배한다. 중독적이고 강렬한 <Volcano>는 올 한 해 가장 흥미로운 ‘댄스 챌린지’를 촉발했을 뿐만 아니라, 수용에 관한 의미 있는 메시지가 담긴 앨범이기도 하다. 올해 ‘Back on 74’의 후렴 중 “다시는 울지 않을 거야”라고 읊조리는 부분만큼 내게 감동을 준 가사는 없다. 정글의 정체성은 역시 화려한 카메라 워크와 흥미진진한 구성을 자랑하는 뮤직비디오지만, 음악 역시 그 자체로 훌륭하다. – 클로에 샤마
카롤 G(Karol G), <Mañana Será Bonito>
카롤 G의 <Mañana Será Bonito>를 듣고 있으면 자연스레 여름이 떠오른다. 삶이 춥게 느껴질 때, 이 앨범을 듣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콜롬비아 출신 슈퍼스타, 카롤 G의 목소리와 호소력은 첫 트랙부터 청자를 사로잡는다. 사랑이든, 실연이든, 성적 욕망에 관해 노래하든 카롤 G의 음악과 목소리에는 진솔함이 담겨 있다. 레게톤부터 트랩, 란체라, 뎀보 등 다양한 마이너 장르를 섞었다는 점 역시 앨범을 훨씬 다채롭게 한다. 피처링으로 ‘지원 사격’을 하는 샤키라, 배드 걸(Bad Gyal), 션 폴, 그리고 로미오 산토스(Romeo Santos)의 존재감도 빼놓을 수 없고! – 라이아 가르시아 퍼타도
켈렐라(Kelela), <Raven>
2017년, 데뷔 앨범 <Take Me Apart>와 함께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켈렐라가 돌아왔다. 그리고 6년간의 기다림은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Raven>에서 켈렐라는 장엄하고 유려한 신시사이저 소리에 퀴어 흑인 여성으로서의 삶에 대한 고찰을 펼쳐낸다. 오프닝 트랙인 ‘Washed Away’의 섬세하고 부드러운 속삭임과 마지막 트랙인 ‘Far Away’의 강물 소리에서 알 수 있듯, 이번 앨범의 주제는 물이다. 흐르는 물에 몸을 맡기듯 <Raven>에 온 정신을 맡기면, 물속을 유영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앨범의 ‘원투 펀치’와도 같은 ‘Raven’과 ‘Bruises’는 올해 중 가장 신나는 9분을 당신에게 선사할 것이다. – 리암 헤스
라나 델 레이(Lana Del Rey), <Did You Know That There’s a Tunnel Under Ocean Blvd>
<Did You Know That There’s a Tunnel Under Ocean Blvd>는 뇌리에 깊게 남는 앨범이다. 쉽게 잊히지 않는 타이틀 덕이기도 하지만, 앨범의 시작을 알리는 첫 네 트랙이 믿을 수 없을 만큼 좋기 때문이다. 영적이면서도 쓸쓸한 오프닝 트랙, ‘The Grants’는 소울풀한 타이틀 곡과 자연스레 연결된다. 이후 이어지는 것은 서정적인 분위기의 ‘Sweets’, 그리고 다채로운 구성을 자랑하는 7분짜리 곡 ‘A&W’다. 라나가 대부분의 작곡을 담당한 이번 앨범의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우울하지만, ‘Venice Bitch’를 리믹스해 완성한 마지막 트랙 ‘Taco Truck X VB’ 덕에 끝맺음만큼은 경쾌하다. 긴 산책을 즐기며 영화 속 주인공이 된 자신을 상상하며 감상하기 좋은 앨범이다. – 사라 스펠링스
로페이(Laufey), <Bewitched>
솔직히 고백하겠다. 나는 올해에서야 로페이를 알게 됐다. 하지만 1999년생 재즈 신동, 로페이는 몇 년 전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다. 엘라 피츠제럴드와 보사노바를 합쳐놓은 듯한 음악을 하는 로페이는 중국인 어머니에게서 태어나 아이슬란드에서 자랐고, 지금은 로스앤젤레스에서 음악을 하고 있다. 그녀의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 에이미 와인하우스가 생각났다. – 코리 세이모어
미츠키(Mitski), <The Land Is Inhospitable and So Are We>
<The Land Is Inhospitable and So Are We>는 미츠키의 독특하고 경이로운 정신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렌즈와 같다. 유리잔 바닥에 붙은 벌레를 천사와 비교하기도 하는 이 흥미로운 가수는 화려한 보컬 실력과 함께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사랑스러운 송가 ‘My Love Mine All Mine’부터 머릿속 부정적 생각에 관해 탐구하는 ‘I Don’t Like My Mind’까지, 미츠키의 신보는 성찰에 관한 명반이다. – 한나 잭슨
밀리터리 건(Militarie Gun), <Life Under the Gun>
하드코어가 돌아왔다! 턴스타일(Turnstile), 드러그 처치(Drug Church), 그리고 피들헤드(Fiddlehead) 같은 미국 출신 밴드들은 공격적인 기타 사운드와 중독적인 멜로디를 합친 하드코어 음악을 선보여왔다. 그리고 올해는 로스앤젤레스 출신인 밀리터리 건이 그 대열에 합류했다. 마이너 스레트(Minor Threat), 블랙 플래그(Black Flag) 같은 ‘하드코어 선배’들이 그랬듯, 밀리터리 건의 앨범 역시 짧고, 강렬하고, 중독적인 곡으로 가득 차 있다(포스트 말론 또한 이들의 노래에 푹 빠져 있다). ‘Very High’, ‘Big Disappointment’, ‘Do It Faster’ 같은 곡을 고래고래 따라 부르다 보면 피로와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테일러 앤트림
올리비아 로드리고(Olivia Rodrigo), <Guts>
나는 올리비아 로드리고에 대해 웃지 못할 추억을 갖고 있다. 이별을 겪은 후, 나는 <Sour>를 들으며 노스포크까지 차를 몰고 갔다. 맥도날드의 아이스 캐러멜 마키아토를 손에 쥐고, 전 남자 친구가 ‘환승’을 했다며 소리치는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목소리를 들으며 마구 울었다. 이후 마음속 ‘하이틴 퀸’이 된 그녀가 올해 새 앨범을 발매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긴장했다. 로드리고는 달콤한 팝과 밴드 홀(Hole)을 연상시키는 ‘걸 펑크’를 50대 50의 비율로 섞는 데 그 누구보다 능한 아티스트다. 발매 전에는 그녀의 다음 앨범이 어떤 스타일일지, 그리고 평단의 평가는 어떨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로드리고는 두 번째 앨범 <Guts>에서 자신이 성장했음을 여지없이 드러낸다. 물론 ‘Bad Idea Right?’와 ‘Vampire’처럼 신나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도 여전히 포함되어 있지만, <Guts>에서 그녀는 훨씬 더 다듬어진 분노를 표출한다. – 엠마 스펙터
수프얀 스티븐스(Sufjan Stevens), <Javelin>
수프얀 스티븐스의 앨범은 언제나 선물처럼 느껴진다.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느낌대로’ 음악을 만들어 어떤 앨범을 들고 나올지 예상할 수 없을뿐더러, 대중의 주목을 받는 것을 꺼리는 아티스트이기 때문이다. 지난 9월, 수프얀 스티븐스는 본인이 근육이 마비되는 희귀 질환인 길랭-바레 증후군을 진단받아 걸을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을 고백했다. 한 달 뒤 공개된 <Javelin>은 서서히 멀어져가는 사랑을 붙잡으려 노력하는 남자에 관한 ‘이별 앨범’이다. 하이라이트 곡인 ‘Shit Talk’ 초반부에서 수프얀은 “너와 싸우기 싫어, 난 너를 평생 사랑할 거야”라고 울먹이듯 노래한다. 중반부에 접어들며 하프 소리 같던 기타 선율은 합창 소리로 바뀌고, 수프얀의 목소리 역시 바뀐다. 마음이 떠난 연인을 붙잡아봤자 소용없다는 사실을 깨닫기라도 한 것처럼. 앨범이 발매된 다음 날, 수프얀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한 남자의 사진과 함께 긴 글이 올라왔다. 그의 파트너였던 에번스 리처드슨 4세(Evans Richardson IV)가 최근 고인이 되었으며, <Javelin>을 그에게 바친다는 내용이었다. <Javelin>은 이런 전후 사정을 모르는 이조차 눈물을 쏟게 할 정도로 강렬하고 감정이 가득한 앨범이다. – 리암 헤스
트로이 시반(Troye Sivan), <Something to Give Each Other>
2023년에는 유독 ‘퀴어스러운’ 앨범의 수가 적었다. 그렇기 때문에 ‘댄서블’하고 섹시한 트로이 시반의 앨범, <Something to Give Each Other>는 더더욱 눈에 띈다. 2023년 여름 최고의 히트곡 중 하나인 ‘Rush’와 ‘Got Me Started’는 물론, 수록곡 전부가 인상적이다. 그중 트로이 시반이 꼽은 ‘최애’ 수록곡은? 그가 모험적인 모든 이성애자 남성에게 바친다고 밝힌 ‘One of Your Girls’. – 크리스티안 알레어
언노운 모탈 오케스트라(Unknown Mortal Orchestra), <V>
<Sex & Food> 이후 5년 만에 발매한 앨범이지만, 뉴질랜드 출신의 사이키델릭 록 베테랑 언노운 모탈 오케스트라(UMO)는 여전한 ‘감’을 자랑한다. 뉴질랜드 출신인 루반 닐슨(Ruban Nielson)이 이끄는 밴드는 예전부터 복잡한 주제를 다뤄왔는데, 이는 이번 앨범에서도 마찬가지다. ‘I Killed Captain Cook’에서는 미국의 제국주의를 탐구하고, ‘Weekend Run’에서는 자본주의의 위험성에 대해 노래한다. – 한나 잭슨
워터 프롬 유어 아이즈(Water From Your Eyes), <Everyone’s Crushed>
레이첼 브라운(Rachel Brown)과 네이트 아모스(Nate Amos)가 이끄는 워터 프롬 유어 아이즈는 달콤하면서도 격렬하게 단절에 대해 노래한다. ‘Structure’와 ‘Remember Not My Name’처럼 황홀한 멜로디의 곡과 ‘Barley’, ‘True Life’처럼 혼란스러운 곡이 섞인 앨범은 흠 잡을 데 없는 ‘엑스페리멘탈 팝’이다. <Everyone’s Crushed>를 듣는 것은 10대 시절,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처음 접하던 때로 되돌아가는 것과 같다. “이 사람들은 누구지? 이 음악은 대체 뭐야?” 그다음 단계는 앨범을 반복해서 들으며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아나가는 것이다. – 라이아 가르시타 퍼타도
예지(Yaeji), <With a Hammer>
예지가 처음 전자음악 신에 등장한 것은 2017년이었다. 지금도 신선하게 느껴지는 2장의 앨범을 발매한 지 6년이 지난 2023년, 그녀가 <With a Hammer>를 발매했다. 예지의 첫 정규 앨범에서는 그녀가 더욱 개성 있는 사운드를 만들기 위해 자신을 갈고닦았다는 걸 알 수 있다. 앨범은 ‘Submerge FM’의 플루트 소리와 함께 시작된다. 예지는 한국어와 영어를 오가며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세상의 경이로움에 대해 성찰한다. 한국계 미국인인 예지는 자라나며 느낀 고립감과 분노, 그리고 억압을 <With a Hammer>를 통해 승화한다. 앨범 커버 속 망치를 들고 있는 그녀의 모습처럼, 모든 것을 깨부수듯. 이와 같은 감정을 ‘즐겁게’ 표출한다는 것이 예지 음악의 가장 특별한 점이다. 토끼 옷을 입고 할아버지와 함께 춤을 추는 ‘Done(Let’s Get It)’의 뮤직비디오에서처럼 말이다. – 리암 헤스
영 파더스(Young Fathers), <Heavy Heavy>
내가 에든버러 출신의 밴드, 영 파더스를 좋아하게 된 것은 영화 <T2: 트레인스포팅 2>를 보고 나서부터다. 그리고 그들을 향한 나의 사랑은 <Heavy Heavy>를 듣고 더욱 커졌다. 이들의 음악을 한마디로 정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힙합과 가스펠, 펑크, 일렉트로닉을 혼합한 사운드를 들려주기 때문이다. 밴드 디 엑스엑스(The XX)의 곡을 프랭크 오션이 커버하는데, 프로덕션은 매시브 어택(Massive Attack)이 맡았다고 하면 이해가 될까? 강렬하며 거친 동시에, 마음이 정화되는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완벽하게 ‘메시업’된 불협화음이다. – 코리 세이모어
잭 브라이언(Zach Bryan), <Zach Bryan>
잭 브라이언은 2023년 음악계의 가장 놀라운 현상으로 떠올랐다. 최근 컨트리 음악이 각종 차트를 지배하고 있지만, 잭 브라이언의 음악은 그중에서도 특별하다. 그 어떤 아티스트보다 솔직하고, 감정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오클라호마 태생에 해군 출신이라는 다소 독특한 이력을 지닌 브라이언은 2019년에 데뷔해 지금까지 무려 4장의 정규 앨범을 발매했다. ‘다다익선’이라는 말이 진리처럼 작용하는 스트리밍 시대에 그의 팬층이 점점 두꺼워져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발매 즉시 차트 1위를 기록한 <Zach Bryan>은 듣기 편안한 팝과 직설적인 이모(Emo)의 특성을 합쳐놓은 듯한 앨범이다. 지금이라도 잭 브라이언에 입문하고 싶다면, ‘I Remember Everything’을 재생하라. – 테일러 앤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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