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한국인이 사랑한 것들
올해 우리가 가장 많이 이야기한 대중문화 콘텐츠와 아이콘, 트렌드는 무엇이었나.
조용한 럭셔리
올해도 많은 패션 트렌드가 뜨고 졌다. 그중 가장 오래, 가장 넓게, 가장 여러 연령층의 대중에게 영향을 미친 것은 ‘조용한 럭셔리’였다. 용어의 충격성 때문에 올드 머니라는 말이 더 많이 쓰였지만 출발점과 지향점은 같다.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고 마는 나팔꽃처럼 짧은 트렌드 대신 클래식한 스타일과 차별화된 품질로 승부하자는 거다. 취향과 유행의 격전장에 ‘수준!’을 외치며 등장한 조용한 럭셔리는 패션뿐 아니라 산업디자인 전반으로 영향력을 확대했다. 가히 ‘올해의 아이디어’라 할 만하다.
<더 글로리>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는 외국에서 <오징어 게임>만큼 성공하진 못했다. 하지만 한국인들에게는 그보다 훨씬 큰 반향을 일으켰다. “연진아”가 광고, 코미디, 소셜 미디어 문장 서두에 너무 자주 쓰여서 한국어 3대 시작 요소 ‘아니, 근데, 진짜’의 아성이 흔들릴 뻔했다. 드라마의 영향으로 잠시나마 학교 폭력 문제에 사회의 관심이 쏟아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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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SOLO> 16기
‘역대급’이란 말은 이럴 때 쓰는 것. 예능 프로그램을 도통 안 보는 사람도 올해 웬만하면 ‘영숙’, ‘상철’이란 이름을 들어봤을 거다. 16기 돌싱 특집의 걸출한 캐릭터들은 이 프로그램을 단순 연애 예능에서 인류학 실험장으로 승화시켰고, 그에 관한 분석이 점잖은 신문과 잡지에 실리곤 했다. 16기 출연자들은 방송이 종료된 후에도 폭로, 소송 등 각종 장외 경기를 벌이며 18기가 시작된 지금까지 화제를 모으고 있다.
뉴진스
올해 한국인이 가장 많이 들은 음악은 뭘까? 한국 대중의 취향을 대변하는 ‘멜론 TOP 100 차트’ 10위권에 가장 오래 머문 곡은 뉴진스의 ‘Hype Boy’였다. ‘Ditto’가 2위, ‘OMG’가 4위다. 올해 DJ 플레이리스트에서 가장 많이 선곡된 곡 1위부터 3위까지도 뉴진스 곡이다. ‘Ditto’, ‘OMG’, ‘Hype Boy’ 순이다. 멜론 2023 연말 결산 자료에 따른 것이고, 집계 기간은 2022년 11월 1일부터 2023년 10월 31일까지다.
MZ 문화 대통령 이영지
12월 7일 유튜브 리포트에 따르면 올해 한국 최고 인기 동영상은 이영지가 진행하는 ‘차린건 쥐뿔도 없지만’ 채널의 에스파 카리나 편이었다. 1,627만여 회 조회됐다. 2위는 ‘딩고뮤직’ 채널의 악뮤 편이다. 3위는 ‘뜬뜬’ 채널에서 유재석이 진행한 ‘설 연휴는 핑계고’ 편이다. 이영지는 <뿅뿅 지구오락실 2> 출연진과 함께 찍은 ‘I AM’ 챌린지 영상으로 최고 인기 쇼츠 1위도 차지해 MZ 문화 대통령이란 별명 값을 톡톡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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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후루
한국에서 디저트는 연간 국민 챌린지 같은 것이다. 다 같이 맛보고 사진 찍고 공유하고 다음 먹잇감을 찾아 이동한다. 요 몇 년 사이 대만 카스텔라, 마카롱, 버블티, 크로플, 달고나 커피 등이 그랬다. 올해의 디저트는 누가 뭐래도 탕후루다. 색감이 예쁘고 ASMR 찍기도 좋고 간단히 만들 수 있어 챌린지용 음식으로 최고였다. 초여름부터 인기가 폭발했고 삽시간에 골목마다 탕후루 가게가 들어섰다. 10월에는 탕후루 프랜차이즈 대표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불려갔다. 그러나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탕후루 유행은 끝났다거나 우후죽순 생겨난 프랜차이즈를 이제 어쩔 거냐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탕후루는 과연 내년에도 달콤할까?
<서울의 봄>
11월 22일 개봉한 <서울의 봄>이 손익분기점을 넘어 천만 영화로 향하고 있다. 12·12 쿠데타를 다룬 이 영화는 12월 12일 기준 누적 관객 수 736만 명을 넘겼다. <서울의 봄> 흥행은 한국 영화 산업에 고무적인 현상이다. 팬데믹 이후 관객 수 700만 이상을 기록한 작품이 모두 시리즈물이었기 때문이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755만), <범죄도시 2>(1,269만), <아바타: 물의 길>(1,080만), <탑건: 매버릭>(822만), <범죄도시 3>(1,068만)가 그랬다. <서울의 봄>은 모처럼의 단일 영화 흥행작이다. 12월 20일 <노량: 죽음의 바다>,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이 개봉하기 때문에 실제로 천만 관객을 넘기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성취만으로도 올해의 영화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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