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브랜드의 DNA
바르고, 만지고, 휴대하는 매 순간의 감성이야말로 우리가 고가 화장품을 소장하는 이유. ‘럭셔리 스패출러’를 타고난 뷰티 월드는 무한 확장 중이다.
뷰티는 이미 럭셔리의 경쟁 놀이터이자 무한한 가능성의 영역이다. 최근 몇 년간 화장품을 출시한 발렌티노, 구찌, 에르메스, 스텔라 맥카트니, 오프화이트, 빅토리아 베컴, 라반, 드리스 반 노튼 등 무수한 패션 하우스가 뷰티 라인을 출시하며 꾸뛰르 뷰티의 제2막을 열었다. 여기에 진보적이고 절제된 미적 유산을 계승한 메이크업, 고감도 스킨케어로 새로운 승부수를 던진 프라다 뷰티, 그리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올리비에 루스테잉의 지휘 아래 에스티 로더와 손잡고 2024년 초 뷰티 라인 확장을 계획 중인 발망까지. 이쯤 되면 화장품을 제작하는 것이 위용을 떨치는 패션 하우스의 숙명처럼 여겨질 정도다.
우리가 럭셔리를 구매하는 것은 그 문물이 내포한 수많은 가치를 소장하는 일이다. 그 가운데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가치는 바로 제품의 고유한 ‘스토리텔링’! 무슈 디올의 혁신적인 ‘뉴 룩’에서 모티브를 얻은 향수와 아이코닉한 패턴으로 수려하게 장식한 립스틱, 생 로랑의 군더더기 없는 세련미를 물려받은 가죽 소재의 쿠션 콤팩트, 프라다의 사피아노 가죽을 표현하는 립스틱 질감, 라반의 미래지향적 메탈에서 영감을 받은 아이섀도 텍스처. 로고와 패키지 디자인은 물론, 내용물의 디테일 하나까지도 이야깃거리를 담은 화장품이어야만 가격과 등가를 이루는 만족감이 생겨난다. 이러나저러나 럭셔리는 감성적인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패션 하우스의 고귀한 헤리티지를 애초에 갖고 태어난 화장품은 높은 값어치를 기꺼이 치르게 만든다는 점에서 여타 하이엔드 화장품보다 유리한 고지에 있다.
<보그 비즈니스> 필자 카티 치트라콘(Kati Chitrakorn)에 따르면 높은 인지도만큼 품질과 서비스는 까다롭게 관리된다. 프라다, 에르메스, 드리스 반 노튼은 뷰티 아이템을 곧 하나의 수집품으로 취급하며 제한된 유통 채널을 통해서만 판매하는 등 DNA를 충실하게 유지하며 우아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다. 또한 ‘리필형’이라는 지속 가능한 옵션을 추가해 케이스 내용물을 교체해가며 소중히 보관하고 원하는 만큼 재사용할 수 있게끔 만든다.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하고 충성도를 높이는 움직임의 일환이다. 톰 포드는 향수를 위해 가장 진귀한 원료를 몇 년에 걸쳐 찾아내고, 크리스챤 디올 뷰티는 요트를 인수해 VIP 고객을 위한 웰니스 스파를 일시적으로 운영하며 최상의 경험을 구상하기도 했다.
패션 레이블의 후광을 한층 빛나게 하는 화장품의 뛰어난 미감과 높은 퀄리티. 두 요소의 만족을 위해 제품 개발에서부터 제조, 마케팅까지 자체적으로 진행하며 일관성을 유지하는가 하면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거대 뷰티 기업과 협력하는 케이스도 다분하다. 후자의 경우 무엇보다 고도의 기술력, 풍부한 뷰티 데이터 보유가 관건인 스킨케어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50만원대 페이스 세럼으로 하이엔드 소비자를 공략하는 프라다 뷰티는 로레알 R&D 연구소와의 협업으로 피부 보호와 강화에 중점을 둔 혁신적인 포뮬러를 개발했다. HSBC의 소비자 연구 부문 글로벌 책임자 에르완 랑부르(Erwan Rambourg)는 럭셔리 뷰티 월드를 “극도로 혼잡하며 이제 더는 공백이 많지 않은 시장”이라 표현하는 동시에 “그럼에도 브랜드 고유의 유산이 강력하다면 확장 능력에는 제한이 없다”고 낙관적인 이야기를 전한다. 글로벌 경영 컨설팅 기업 액센츄어(Accenture)의 글로벌 뷰티 책임자 오드리 디프리터 몬태슬(Audrey Depraeter-Montacel) 역시 이에 공감한다. <보그 비즈니스> 인터뷰에서 그녀는 명품 패션 하우스가 이토록 뷰티까지 영역을 확장하는 것은 새로운 형태의 접근성과 포용성, 공동체 의식을 만든다고 설명한다. “하이엔드 포지셔닝을 갖추며 커뮤니케이션 채널에 제한을 둔 에르메스가 신세대와 공감하기란 쉽지 않죠. 하지만 고고하고, 때로는 차갑게까지 느껴지는 럭셔리 브랜드에 화장품이란 약간의 즐겁고 위트 있는 이미지를 더하는 수단이 됩니다. 좋은 쪽으로 좀 더 가벼워지는 거죠.”
진화한 우리 여자들은 단순히 시각적 요소에만 현혹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오히려 무한한 모티브와 스토리를 품은 럭셔리 뷰티 월드의 미래는 더 밝다. 브랜드는 품질과 디테일로 스스로 증명하며 그 이야기를 들려주고, 가치를 두루 판단하며 감성을 건드리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은 우리 몫이다. <보그>가 지금껏 차린 고품격의 미식을 이제 즐길 준비가 됐나? (VK)
- 포토그래퍼
- 강혜원
- 프롭
- 전예별
추천기사
-
뷰티 트렌드
예쁜 몸을 위하여? '지금'의 보디 시술
2024.11.23by VOGUE
-
리빙
수면 시간만큼 중요한 '수면 주기'
2024.12.04by 오기쁨
-
아트
문턱 너머 세상에 빛이 있는가, '한나 허: 8'
2024.12.06by 황혜원
-
웰니스
심리학자가 불안 호소자에게 내리는 30초 응급 처방법!
2024.11.22by 이소미, Jeanne Ballion
-
뷰티 아이템
사브리나 카펜터 'Espresso', 향수로 탄생
2024.12.09by 오기쁨
-
웰니스
해외에서는 지금 '땅콩버터' 대신 '아몬드버터?!'
2024.12.07by 장성실, Jeanne Ballion
인기기사
지금 인기 있는 뷰티 기사
PEOPLE NOW
지금, 보그가 주목하는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