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의 자화상, 왓츠 인 마이 피드!
이 시대의 사랑은 ‘자기애’다. 남녀 간의 사랑도 아니고, 가족, 친구와의 사랑도 아니다. Z세대는 어떻게 나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냐 반문하고, 밀레니얼 세대는 나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며 필요할 땐 자기 어깨라도 감싸 안으라 조언한다. 우리 모두 나를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기는 한다. 자기애의 상징으로 대변되는 인스타그램에서는 더더욱. 윤동주는 미워진 사나이도, 가엾은 사나이도,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수밖에 없는 사나이도 결국 나라고 했다. 못난 나도 예쁜 나도 받아들일 때에야 비로소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거라고 말이다. 2023년의 자화상, 인스타그램에 자신을 열심히 게재 중인 이들을 찾아 물었다. 4인이 보내온 각기 다른 자기애에 관한 단상.
죠지 @leeeegeorge
올해 서울을 비롯해 대구, 부산 단독 콘서트를 열어 전 석을 매진시킨 싱어송라이터 죠지. 코스믹보이, 박문치, 쏠, 수민 등과 같이 작업하며 ‘Boat’, ‘바라봐줘요’, ‘오랜만에’ 등 달콤하고 위트 있는 음악으로 사랑받고 있다. 가수들이 사랑하는 가수로 유명하지만, 음악에 올인하고 뮤지션이란 직업으로 인생이 불행해지는 건 싫어한다. 뮤지션 죠지와 자연인 이동민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고 친구들과 함께하는 삶에서 행복을 찾는 그는 특유의 자유로우면서도 유쾌한 면모가 드러나는 사진을 피드에 올린다.
인스타그램 사진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컷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위 사진은 한여름에 찍은 것으로 팔뚝이 실제보다 커 보이는 것이 마음에 들어서 올렸다. 최근에 올린 피드 중 가장 건강하고 자연스러워 보이는 점이 좋다.
최근에 찍은 셀피는? 주차장에서 집으로 올라가는 길에 찍었다.
셀피를 찍어야겠다고 결심하는 순간은 언제인지? 얼굴이 꽤 마음에 들 때?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얼굴을 올리는 이유? 잘 나왔다거나 웃기다고 생각되는 얼굴을 공유하고, 공유한 감정에 공감받고 싶어서!
반대로 자신이 못나 보일 때가 있다면 언제인가? 그럴 때 올린 셀카도 있는지? 아침에 일어났을 때! 부어서 그렇지 않을까, 머리도 엉망이고.(하하)
자기애란? 잘난 모습 말고 못난 부분까지 인정하고 포용할 수 있는 마음이 1단계인 것 같다.
정혜윤 @alohayoon
<퇴사는 여행>, <독립은 여행> 저자. 다능인 커뮤니티 사이드의 운영자이며 여러 작업자와 음악, 예술, 문화 분야의 다양한 프로젝트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자존감은 늘 변하는 것이며, 기울었다가 넘쳤다가 하는 것. 사람들 사이에서 중심을 잡는 그녀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누구도 사랑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인스타그램 사진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컷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지난 6월, 요가 지도자 자격증을 따기 위해 우붓에서 한 달살이를 할 때 찍힌 사진. 친구 쨍쨍과 맨발로 산책하다 자연스럽게 찍힌 사진인데, 느리게 흐르던 그때의 시간과 자유로움을 담고 있어서 좋아한다.
최근에 찍은 셀피는? ‘Not tonight dear… I’ve got a deadline’이라 적힌 맨투맨을 입고 찍은 셀피. 옛 동료이자 친구인 이진수 에디터에게 했던 말인데, 그가 이를 기억해두었다가 티셔츠로 만들어줬다. 내가 말한 문장이 티셔츠가 된 것도 재미있고, 친구의 티셔츠 제작 서비스 PPS(Print Present Service)를 알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셀피를 찍어야겠다고 결심하는 순간은 언제인지? 1) 집에서 요가를 마치면 인증을 하기 위해 거울 샷을 찍는다. 2) 염색을 자주 하는 편이라 머리 색을 기록하고 싶어서 찍는다. 크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돌이켜보니 축하와 기념의 의미로 찍었던 것 같다. 그리고 염색한 머리를 찍는 건 좀 재밌다.
반대로 자신이 못나 보일 때가 있다면 언제인가? 그럴 때 올린 셀카도 있는지? 당연히 있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고 누구나 실수를 한다는 걸 알지만, 삶의 파도를 타다가 가라앉는 순간은 꼭 찾아온다. 그럴 때마다 주변의 다정한 동료들에게 많이 기대고 있다.
자기애란? 기운이 없거나 자신이 없을 때, 나의 약한 모습을 숨기기보다 마주하고 인정할 줄 아는 것. 인정한 뒤에는 스스로의 회복을 위해 자신에게 필요한 일과 좋은 일을 해줄 수 있는 것까지 포함된다. 내가 채워져 있을 때 남들과도 더 건강하게 지속적으로 나눌 수 있다.
최경원 @chochowon
배우 정유미, 블랙핑크 등의 스타일리스트에서 브랜드 아밤(Avam) 대표, 최근에는 여성복 디자이너 브랜드 튜드먼트(Ttudement)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역을 확장한 그녀. 무슨 일이든 시작했다 하면 1년이고 2년이고 완성도와 만족도를 높이며 달려가는 열정이 멋진데, 이는 인스타그램 피드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인스타그램 사진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컷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올해 1월 LA에서 찍은 거울 셀카 속 나! 밝은 컬러의 옷을 입고 기분 좋아 보이는 내가 좋다.
최근에 찍은 셀피는? 길이 막히는 퇴근 시간 차 안에서 찍은 얼굴 셀피.
셀피를 찍어야겠다고 결심하는 순간은 언제인지? 실은 심심하면 찍는다. 보통 출근길 차 안이나 일하는 책상 앞에 앉아 얼굴 확인 겸 핸드폰 셀피를 종종 찍는 것 같다.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얼굴을 올리는 이유? 얼굴 사진을 자주 올리는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예 안 올리는 편도 아니다. 그날 상태에 따라 잘 나온 사진이나 기록하고 싶은 나의 모습을 피드에 박제하는 편이다.
반대로 자신이 못나 보일 때가 있다면 언제인가? 그럴 때 올린 셀피도 있는지? 아무래도 피부나 심리 상태가 좋지 않은 날에는 자신감도 떨어질 때가 있고 못나 보일 때가 있지 않을까? 그런 날에 사진을 올리진 않지만 피부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 찍어보기는 하는 것 같다. 확인용으로!(웃음)
자신이 생각하는 자기애란? 좀 더 행복할 수 있고 자신감 있게 미래로 나아가려는 열정을 지닌 것!
신진주 @jinjoo.s
후배 에디터들의 롤 모델로 꼽히는 신진주. 걷고 정주하며 발견한 장소와 사람에 관해 글을 쓰고 있다. <론리 플래닛 매거진>을 거쳐 프리랜스 여행 에디터로 일하는 그녀의 피드는 반려견 쿠루와 하이킹을 즐기고 춤을 추고 암벽을 등반하는 사진으로 가득 차 있다.
인스타그램 사진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컷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지난봄 스위스 티치노주 트레킹을 다녀왔다. 해발 2,000m의 알프스 산장으로 가는 길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하이디의 정원부터 고대 암반 군락, 기류가 변하면서 순식간에 생긴 화이트 아웃, 천 길 낭떠러지 등 험준한 길을 겨우 통과했는데, 정말이지 죽을 뻔했다. 환상적 풍광의 산장에 도착하자 모든 고통이 잊히는 듯했지만,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했다. 사진은 알프스에서 안전하게 내려와 캠핑장에 짐을 풀고 컵라면이 익길 기다리던 짧은 순간을 담은 것이다. 판단하지 않고, 판단받지 않으며, 온전히 자유로운 ‘찐’ 행복한 나다. 진실한 웃음, 투명한 기쁨을 친구가 잘 캡처했다. 가면을 벗은 진짜 모습을 만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몸으로 온전히 경험하고 성장한 뒤 반짝거리는 내 모습이라 최근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중 가장 마음에 든다.
최근에 찍은 셀피는? 찾아보고 좀 놀랐다. 셀피가 별로 없어서. 반려견 쿠루와 함께 찍은 사진이 최근 셀피인데, 견주라면 이해할 것이다. 이 작고 귀여운 털 짐승과 나의 연결 고리를 무진장 남기고 싶은 마음을.
셀피를 찍어야겠다고 결심하는 순간은 언제인지? 매 순간 다르고, 매번 새롭고, 종종 까닭을 모른다. 기록하는 습관이 있기도 하다. 그게 아니라면 나와 주변 상황, 나와 사람, 나와 자연의 조화가 내 욕망과 부합할 때다. 그것을 부여잡고 싶어 셔터를 누른다. 그래서 나의 셀피에는 공간과 관계성이 드러난다. 어찌 됐든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순간이다.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얼굴을 올리는 이유? 큰 의미는 없다. 기분 좋으면 올린다. 멋지든 엉망이든 내 기분이 좋으면 된다. 1인 미디어 시대라지만, 내겐 유희의 도구다. 재미있다. 편집자, 마케터, 감수자 모두 나니까!
반대로 자신이 못나 보일 때가 있다면 언제인가? 그럴 때 올린 셀카도 있는지? 종종. 외적으로는 지하철 창에 비친 나를 볼 때 ‘아, 정말 못생겼구나’ 생각한다. 내적으로는 소심한 마음 때문에 욕망이 있어도 도전하지 않고, 안정된 패턴을 좇을 때 진짜 못나 보인다. 못난 셀피를 올린다면, 그 이유는 재미있어서다. 사람들은 보고 싶은 대로, 생각하고 싶은 대로 판단하고 그것이 진실이라고 믿어버리기 때문에 오해의 소지가 있는 사진은 굳이 올리지 않는다. 일상에서 느끼는 고민과 피로도 많은데 인스타그램에까지 박제하고 싶지 않다. 반대로 그것을 역이용해 내 안의 수많은 서사를 내보이고 싶은 욕망은 있다. 이상하고 기묘하고 우스꽝스럽고 섹시하고 신비로운 모습. 사람은 환경에 따라 끊임없이 변하므로 결국 모든 내가 나이고 또 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은 나 자신이 허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그저 재미있고 기분 좋게 올리는 사진들이다. 대신 ‘좋아요’ 수나 댓글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않으려 한다.
자기애란? 나를 사랑하는 것보다 나를 잘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거기에서 자기애가 출발한다. 왜 셀피를 찍고 올리는지, 왜 내 마음이 요동치고, 무엇 때문에 기분이 흔들리는지 스스로 알고 있다면 누구와 비교할 것도, 더 낫거나 못날 것도 없음을 깨닫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셀피’ 자체는 자기애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것을 찍어 올리는 내 마음이 편하고 기분 좋으면 된다. 또 자기 기준에 못 미치는 반응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괴로워하지 않는 마음이면 충분하다.
스스로의 뇌를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자기애, 자아, 자존심 등의 단어에 매몰되어 나 중심의 사고방식이 가장 옳고 내세워야 할 것처럼 이해되곤 하는데, 살아보니 그렇지 않음을 깨닫는다. 자연, 사람, 작은 생명, 사물에 이르기까지 모든 관계에 주의를 기울이고 마음을 다할 때 ‘내 안의 진실한 기쁨’이 충만해진다. 마음이 좋으니 몸도 건강해진다. 끊임없이 자각하고 인간답게 성장하는 과정이 중요한 것 같다. 죽을 때까지 돌아봐야 한다. 이게 정말 나를 위한 것인지, 스스로를 괴롭히는 것은 아닌지, 정말 중요한 게 무엇인지, 내가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 마음과 몸을 건강하게 돌보고 주변과 잘 관계하며 성장하는 태도,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자기애’다. 실천은 어렵지만.
#THE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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