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로 돌아온 원더걸스
8년 전 소녀들은 자신들이 이름대로 살아가게 되리라는 걸 몰랐을 것이다.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늘 변화무쌍함을 선보이며 세상을 놀라게 해야 한다는 것을. 원더걸스가 악기를 하나씩 둘러메고 밴드로 돌아왔다.
3년 전 ‘Like This’ 힙합 리듬에 맞춰 위아래로 몸을 흔들던 원더걸스는 마치 잠정 휴업에 들어간 것만 같았다. 리더 선예는 현재형 걸그룹 최초로 결혼식을 올리고 출산까지 마쳤고, 소희는 굵직굵직한 드라마에 얼굴을 비치기 시작했다. 유빈 역시 드라마 <더바이러스>에 출연, 연기자로 전향하려는 걸까 궁금증을 자아냈고, 혜림은 한중 합작영화와 아리랑TV에 나왔으며, 예은은 뮤지컬 무대에, 솔로 앨범을 내며 뮤지션으로 빛을 내기 시작했다. 그 사이 원더걸스의 남다름을 이어간 멤버가 있다면 오히려 원년 멤버 선미였다. 학업을 이유로 원더걸스 활동을 중단했던 그녀는 솔로 가수로 돌아와 ‘24시간이 모자라’와 ‘보름달’을 선보이며 혼자서도 무대를 가득 채웠다. 한 시대를 풍미한 걸그룹이 밟아야 할 수순 같았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들이 각자 자신의 살길을 찾아가는 것으로.
컴백 기사가 뜬 건 불과 2주 전이었다. 밴드 컨셉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밴드는 대중음악에서 가장 하이레벨에 속하지 않나. 우리는 기타를 메고 나와 댄스 소품으로 사용하며 섬광보다 빠르게 잊힌 숱한 아이돌을 알고 있다. 달팽이관까지 에릭 클랩튼인 대중의 청각을 또 어떻게 만족시킬 것인가. 춤은? 하이힐은? 생머리는? 애교는? ‘얼마나 잘하나 보자’ 팔짱 끼고 기대앉은 대중 앞에 서는 것이 누구보다 부담스러웠던 건 그녀들 자신이다. 밴드에게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원더걸스는 고민에 대한 답으로 멤버들 각자의 연주 영상을 티저로 내놓았다. 완성된 모습이 아님을, 변화하는 과정의 일부로 봐주길 바라는 조심스러운 마음이었다. 결과는? 우려가 기대로 바뀌었고, 그 분위기는 음원 공개일까지 쭉 이어졌다. 과연 이 꽃잎과 뒤섞인 영광의 가시밭길은 누구 아이디어였을까. “한참 거슬러 올라가야 해요. 쉬면서 유빈 언니가 드럼을 배우고 있었어요. 래퍼로서 박자가 중요하다면서요. 혜림이는 컨트리음악을 너무 좋아해 기타를 배우고 있었죠. 저는 원래 건반을 연주했고요. 다른 멤버가 모두 악기를 연주하니까 선미도 악기를 배워보고 싶다며 베이스를 시작했어요. 다들 재미있게 배우다가 기왕 배운 거 합주 한번 해보자 했는데, 박진영 PD님이 그 모습을 보고 밴드를 해보면 어떻겠느냐 해서 하게 된 거죠.(예은)”
유빈이 드럼을 배운 지 2년, 혜림이 기타를 연주한 지 1년 반, 선미가 베이스를 잡은 지 1년 3개월, 다 같이 모여 합주한 기간은 1년이다. 선미는 악기를 연습하면서 가장 힘들던 순간을 묻자 ‘매 순간’이라고 말했다. “매일 벽에 박치기하는 기분이었어요. 앞이 보이면 희망을 가지고 갈 텐데 맨땅에 헤딩하는 것 같았어요. 악기는 열심히 하면 처음에는 금방 늘어요. 그러다가 곧 슬럼프가 와요. 조금 나아졌다가 또다시 슬럼프가 오고요. 모든 멤버가 이 과정을 겪었어요.(선미)” 합주하다가 뛰쳐나가 화장실에서 울고 다른 멤버가 달래는 일이 돌아가며 반복됐다. “악기를 연주하면서 확실히 예민해졌어요. 화나서 픽(Pick) 던지고 막. 감히 존 메이어님을 던질 수는 없으니까요.(웃음)(혜림)” 존 메이어란 혜림의 운명의 기타다. 멤버들은 각자 악기에 별명을 붙여줬다. 선미의 베이스는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 설레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에서 따온 로버트, 예은의 건반은 쪼그맣다 하여 꼬맹이다. 드럼 담당 유빈은 자식들이 너무 많다며 공평하게 이름을 붙여주지 않았다.
지난 8월 초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 라이브를 선보인 그녀들을 두고 유희열은 “얼마나 힘들었을지 그 시간이 다 눈에 보인다”고 말했다. ‘이미 밴드로 컨셉은 잡았지, 날짜는 다가오지, 악기 들고 춤추며 노래까지 해야지’ 아는 사람은 다 보이는 절차탁마의 시간. “유빈 언니가 정말 힘들었을 거예요. 밴드에서 드럼이 안정되어야 그 위에 다른 악기가 쌓이잖아요. 드럼은 하나도 그냥 넘어갈 수가 없어요. 건반은 살짝 어긋나도 괜찮은데 드럼이 잘못되면 나머지가 다 무너지니까요.(예은)” “2년 동안 지하실에만 있었어요. 드럼 하나 들어가는 거울도 없는 단칸방에서 벽보면서 하루에 8시간씩 연습했어요. 한쪽 팔만 굵어졌어요.(유빈)” 그토록 사랑했던 네일 케어와도 안녕을 고한 멤버들 몸에는 시퍼런 멍이 가실 날이 없었다. “아픈 건 신경 쓰이지도 않았어요. 춤, 노래, 베이스 모두 멜로디와 리듬이 다르니까 멘붕이 왔죠. 각자 맡은 역할이 너무 컸어요. 너무 힘든데 옆 사람 보면 더 힘들 거 같고. 서로가 있어서 가능했던거 같아요.(선미)”
춤과 노래로 합을 맞추는 것과는 달랐다. 한 명이라도 없으면 연주가 불가능했다. 서로의 자리가 커졌고 소중해졌다. 언젠가부터 말 대신 악기 소리가 멤버들의 감정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걱정 끼치기 싫어서 ‘괜찮다’고 말해도 연주에서 다 티가 나요. 반대로 누군가 기분이 좋아서 밀고 나가주면 같이 에너지를 받아서 확 올라가기도 하고요.(예은)” 젖병을 뗀 순간부터 악기를 배우진 않았지만 그녀들에겐 팀워크가 있었다. 산전수전 파란만장 함께 겪어온 시간은 늦깎이 뮤지션들의 단점을 덮어줬다. 개인의 연주보다 합주가 좋았다. JYP 사무실에서는 어떤 전문 밴드보다 원더걸스의 합주가 호흡이 잘 맞는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요즘 가수들은 컴백이 가까워오면 신데렐라의 심정이 되고 만다. 마법이 풀린, 아니 원더걸스의 신곡이 풀린 시간은 8월 3일 자정이었고, 음원 차트 1위를 휩쓸었다. 밴드를 지향점으로 잡았다고 해서 지나치게 진지하게 굴지도 않았고, 한없이 가볍지도 않았다. 1980년대로 리부팅한 앨범은 비슷비슷한 사운드에 질린 대중의 귀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타이틀곡 ‘I Feel You’를 노래하고 연주하고 춤추는 원더걸스는 섹시하다기보다 사실 좀 멋졌다. 너 없인 못 살 것만 같다며 너의 생각뿐이라는 가사는 푸르스름한 음성과 짙은 눈빛으로 전해져왔다. 연주를 방해하지 않는 다리 위주의 춤동작은 충분히 흥겨웠다. 인체가 표현해낼 수 있는 아름다움이 전해졌다. 티저 이미지 속 검정 보디수트를 두고 네티즌들은 ‘해녀걸스’라며 놀려댔지만, 그 의상 덕분에 그녀들이 밟는 스텝은 가슴에 파도가 치고 지나간 듯 시원했다. 원더걸스는 비주얼로도 80년대를 구현해내려던 노력이 ‘해녀’라는 반응으로 돌아온 데 상당히 억울해했다. “비키니보다도 몸매를 커버할 수 있는 구석이 없는 의상이에요. 체형이 다 다른데 똑같은 옷을 입는 게 얼마나 힘들다고요!” 몸과 머리가 너무 바빠 먹을 시간도 없었던 건 불행인 듯 다행이었다.
걸그룹 최초로 바지 좀 입어달라는 반응을 들었던 의상보다 새로운 변화는 싱어송라이터로서 변신이다. 예은은 원더걸스 2집부터 자작곡을 선보이고 있었고, 핫펠트라는 이름으로 솔로 앨범까지 냈지만 나머지 세 명의 멤버들이 작사, 작곡에 본격적으로 나선 건 이번 앨범이 처음이다. 원더걸스는 타이틀곡을 제외한 전 수록곡을 자작곡으로 채웠다. 멤버들과 작곡가가 일대일 또는 두세 명씩 팀을 이뤘다. 하나 된 바람은 ‘처음부터 끝까지 들을 수 있는 앨범’이었다. 박진영 PD가 작사, 작곡한 타이틀곡 ‘I Feel You’가 80년대 프리스타일 장르로 뽑혀 나왔고, 타이틀 곡만 레트로이고 나머지는 요즘 노래로 채워진 잡탕밥 같은 앨범을 내고 싶지 않았다. 최고 연장자 유빈이 88년생, 막내 선미와 혜림이 92년생이었다. 소녀들은 1987년에 점으로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 시대 음악을 만들려면 일단 알아야 하니까 엄청나게 연구했죠. 매일 밤 11시가 되면 유빈 언니 방에 모여서 그 시대 음악을 20~30곡씩 들었어요. 이런 노랜 별론데? 이건 우리한테 좋겠다 얘기하면서요.(선미)” “앨범 만드는 동안 80년대를 살았던 거 같아요. 저희 넷이 같이 사는데 이 방 저 방에서 신스 소리가 들렸어요. 아침에 눈을 뜨면 제가 몇 년에 살고 있는지 헷갈릴 정도였어요.(유빈)”
살아본 적도 없는 80년대 감성은 신기하게도 소녀들에게 꽤 잘 맞았다. “당시 밴드 사운드가 편안하면서도 되게 쿨해요. 가사도 시적이고요. 지금 들으면 오그라들 정도인데 그 시대에는 그런 낭만이 당연했을 거 같아요.(선미)” “과장됨이 좋았어요. 안무도 약간 과장된 동작이 있는데 에너제틱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신스 멜로디는 한번 들어오면 안 나가요. 요즘 노래는 전주, 간주가 많이 사라졌는데 그 시대에는 전주, 간주는 물론 후주도 정말 길어요. 음악이 음악다운 느낌이었어요.(예은)” 멤버 각자가 평소 좋아하는 음악 장르, 담당하고 있는 노래 파트, 연주하는 악기색깔이 자작곡에 고스란히 묻어 나왔다.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를 담아 ‘Reboot’라는 앨범명을 붙였지만(로봇이 출격하는 느낌이 들어 고른 단어라고 했다) 부제를 단다면 ‘묵은지’라고 해야 할 정도로 최장 기간 최대치로 끝까지 고치고 또 고치며 세상에 내놓은 앨범이기도 했다.
3월 공개가 목표였지만 만족하지 못하는 멤버들 때문에 컴백 날짜는 미루고 또 미뤄졌다. 그 사이 가사, 멜로디 라인, 악기 편곡에 수시로 칼질을 더했다. “회사 녹음실에서 나중엔 진짜 짜증 내면서 그만하라고 할 정도였어요. 역시 앨범은 닥쳐서 해야 한다며, 시간을 많이 주면 안된다면서요.(웃음)” 각자 작사, 작곡한 곡을 다른 멤버가 부르고 이를 디렉팅하는 과정은 서로를 더 잘 이해하는 기회가 됐다. 원작자가 되자 안무 동작 하나, 티저 영상 구간, 의상 한 벌까지 어느 하나 빠질 수 있는 단계가 없었다. 매일 아침 회사원처럼 메일을 확인하고 컨펌을 했다. 원더걸스 멤버들의 카톡 그룹 채팅방은 24시간이 모자랐다. <보그>와 함께한 컴백 화보도 예외일 수 없었다. 컴백을 며칠 앞두고 분초 단위로 움직이는 스케줄 속에서도 원더걸스는 사전 미팅을 요청해왔고, 포토그래퍼, 에디터와 함께 촬영 장소를 상의하고 컨셉을 꼼꼼히 챙겼다. 인터뷰이 쪽에서 촬영 시안을 먼저 상의해오는 일은 극히 드문 일이고, 셀러브리티라면 더욱 그러하다.
원더걸스가 받고 있는 가장 큰 오해가 ‘박진영이 시키는 대로 하는 아이돌’인 걸 떠올려보면 이번 변화는 ‘성장’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폭풍 성장’한 배경에 박진영 PD가 있다는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다. 박진영은 현업 가수로도 건재한 뛰어난 프로듀서다. 직접 작사, 작곡을 하고 안무를 짜며 의상과 뮤비까지 모든 과정에 관여하는 공기반 소리 반 스승님 밑에서 원더걸스는 자연스럽게 한 곡을 책임질 줄 아는 뮤지션으로 자랐다. 이를 감지한 박진영은 이번 앨범을 전적으로 원더걸스에게 맡겼고, 완성된 앨범을 듣던 날, ‘역대급 앨범이다’ ‘JYP에서 지금까지 나온 앨범 중에 가장 좋다’며 물개 박수를 쳤다. 칭찬에 인색하지만 진짜 좋으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박진영의 입가에 아빠 미소가 떠올랐다.
역대급 앨범에 역대급 변화로 느껴지는 건 멤버들의 변화다. 8년의 시간은 강산이 아닌 원더걸스 멤버들을 재정비했다. 결혼과 출산 뉴스가 전해지는 와중에도 탈퇴가 아니라고 못 박았던 선예가 결국 가정을 택했고, 소희는 배우의 길을 선택했으며, 원더걸스 합류 가능성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던 선미가 재합류했다. 사실 선미의 컴백은 솔로 가수로 돌아오기 전부터 예정 돼 있었다. 솔로로 활동할 때도 이미 네 명의 소녀들은 함께 살고 있었다. 대중이 느끼는 변화는 크지만 엊그제도 소희와 밥을 먹고, 조금 전에도 선예와 연락을 한 멤버들은 정작 빈자리를 느끼지 못한다. “밴드로 연습을 하다 보니 드럼, 베이스, 건반, 기타 다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 그런지도 몰라요. 선예가 빠지고 리더를 다시 정하진 않았어요. 그냥 다 같이 열심히 하기로 했어요.(예은)” 원더걸스에게는 앞으로도 완전체 컴백은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감정적으로 서로 떨어질 일도 없을 것이다.
소녀들의 숙소는 상상과 달리 상당히 실용적인 공간이다. 선미가 묘사해준 집 안 풍경은 사나이들의 숙소와 별반 다르지 않다. “저희 집을 보면 다들 이사 온 지 얼마 안 됐느냐고 물어봐요. 방에 진짜 물건이 없어요. 짐 들어 있는 박스가 각자 방에 척척 쌓여 있을 뿐이죠. 요즘은 집에 있는 시간도 거의 없어요. 들어가서 씻고 쓰러져서 자기 바빠요. 베란다 창문에 비춰가며 안무를 짜긴 하죠. 아… 정말 열심히 했어요.” 작업하지 않을 때는 넷이 거실에 모여 예능 프로그램을 본다. “<냉장고를 부탁해> <쇼미더머니 4>를 즐겨 봐요.(웃음) 누가 이기겠다, 저거 맛있겠다 수다 떨면서 보는 시간이 제일 재미있어요.(유빈)”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막내 혜림은 얼마 전 방에서 혼자 토익 공부를 하다가 예은 언니에게 혼이 났다. “그 시간에 기타 한 번이라도 더 치라고 혼났어요. 그때 이후로 토익 책도 못 꺼내봤어요.(혜림)” TV를 함께 보고, 잘 되라고 잔소리를 하는 건 가족의 영역이다. 실제로 원더걸스에게는 가족 특유의 무신경함과 애정이 뒤섞인 분위기가 풍긴다. 요란하게 챙기거나 위하는 법이 없다. 눈물과 땀방울을 나눈 사이는 타인의 경계를 넘어선다. 선미는 인터뷰 중간 “더 이상 돈독해질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더 돈독해진 거 같다”는 말을 했다.
원더걸스는 앞으로 목표를 묻는 질문에 ‘세계 정복’이라고 말하는 걸그룹이었다. 선예의 결혼을 두고 최초는 무조건 멋지다고 말하는 소녀들이다. 대중은 원더걸스에게 원더걸이길 기대하고, 소녀들은 이번에도 성공적으로 변신했다. 도전, 변화 같은 조금은 간지러운 단어가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건 원더걸스로 데뷔한 소녀들의 숙명일지 모른다. 도전의 정점을 찍었던 미국 진출은 그녀들에게 ‘하고 싶은 건 한번 해보자’ 같은 자유로운 마인드를 심어줬고, 막내 혜림은 며칠 전 “인생 뭐 있나,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아야지”라는 말로 언니들에게 박수를 받았다. “이번 앨범은 너무 열심히 준비해서 결과와 상관없이 후련해요. 하지만 준비한 걸 준비한 만큼은 꼭 보여드리고 싶어요. 저희를 좋아하고 지지해준 분들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해 보일 겁니다.” 인터뷰가 끝난 시각은 밤 10시. 네 명의 소녀들은 악기 연습이 남았다며 컴컴한 연습실로 돌아갔다.
- 에디터
- 조소현
- 스타일 에디터
- 김미진
- 포토그래퍼
- HYEA W. KANG
- 스탭
- 헤어 / 김승원, 메이크업 / 오미영, 세트 스타일링 / 최서윤(Da;r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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