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2부’는 진짜 재미있다?
<외계+인 1부>의 마지막은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초라했다. 제작비만 330억원, 손익분기점 730만 명에 고작 153만 관객이라는 성적에 그쳤다. 김우빈, 김태리, 류준열, 소지섭 등 그야말로 스타들이 대거 출연한 최동훈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충격적인 결과다. 사람들은 과거와 현대, 판타지가 제대로 섞이지 않았다는 점을 패인으로 꼽았다. 생각보다 길고, 조금은 산만하며, 많이 어설펐다.
아마 최동훈 감독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평과 그럼에도 지켜야 하는 소신 사이에서 부단히 괴로워했을 거다. 지난 1월 3일, 언론 시사회와 함께 진행된 GV에서 최동훈 감독이 “<외계+인 2부>를 150번 모니터링했고 52개의 편집본이 있다”고 밝혔듯 2부는 고민의 흔적이 역력하다. 편집이란 결국 덜어내는 과정 아니던가. 2부에서는 포기, 아니 편집의 미학이 돋보인다. (과거와 현재를 여러 번 오가지 않는) 구성은 한결 단순하고, 1부의 ‘떡밥’을 적절히 회수하며, 편집의 템포도 완성도가 높다. 그런 점에서 <외계+인 2부>는 자기 객관화에 어느 정도 성공한 셈이다.
감독의 특기, 그러니까 여러 인물을 균형감 있게 끌고 가는 점은 이번에도 놀라울 정도다. 류준열, 김태리, 김우빈, 이하늬, 염정아, 조우진, 김의성, 진선규까지 주연에 이름을 올린 8명의 배우가 골고루 설득력 있게 극을 끌고 간다. 2부에 새롭게 등장한 진선규는 분량은 적지만 결정적이고, 조연이긴 하지만 ‘무륵(류준열 배우)’을 양옆에서 보좌하는 ‘우왕이’, ‘좌왕이’ 역할의 신정근, 이시훈 배우 역시 털털하고 정이 가는 연기를 선보인다. 압권은 1부에서 그랬듯 조우진과 염정아 배우다. 코미디는 억지가 되는 순간부터 웃음을 잃고 어쩐지 보는 내가 대신 부끄러운 기분이 들기 마련인데, 조우진과 염정아 배우가 연기한 삼각산의 두 신선, ‘흑설’과 ‘청운’에는 그런 민망함이 없다. ‘조선 무협 판타지’에 따라올 수밖에 없는 과한 설정도 그들이 하면 자연스럽다. 웃기려는 의도 없이, 원래 그런 사람이 그런 상황에 놓인 것 같은 느낌이다.
1부에 비해 코미디의 타율도 좋아졌다. 적재적소에 포진한 영민한 대사가 눈에 띄는데, 특히 과거의 인물(그중에서도 물론 두 신선이)이 2022년에 와서 펼치는 상황은 예상 가능해서 더욱 웃기면서도 예상을 뛰어넘게 사랑스럽다. 물론 신파는 존재하지만 지분은 적은 편이다.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혼자보다 함께일 때 강하고 특별한 인간들’이라는 메시지를 대사를 통해 직접적으로 전달한다는 점은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영화 내내 흐르는, 그리고 마지막에 아련히 폭발하는 푸릇한 분위기가 그 아쉬움을 충분히 상쇄한다. 감독의 전작인 <전우치>, 그리고 결은 다르지만 <타짜>에서 엿보인 낭만이 에너제틱하게 깔려 있다. 이 영화에서 감동을 찾는다면 메시지가 아니라 류준열과 김태리가 주축으로 그리는, 청춘이라고 해도 좋을 낭만의 정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점. 시간이 빨리 흐른다. 142분인 1부와 비교했을 때 122분으로, 실제 러닝타임이 20분가량 줄어들기도 했지만 2시간이 넘는 영화라고 생각하기 힘들다. <외계+인 1부>가 ‘취향에 맞으면‘ 재미있다면, <외계+인 2부>는 그런 전제 조건 없이도 보편적으로 즐기기에 충분하다. 2시간이 1시간처럼 느껴질 만큼 별생각 없이 웃을 수 있는 영화. 그거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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