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잊힌 줄로만 알았던 이 아이템의 귀환
페플럼. 익숙한 듯 낯선 이 용어는 허리선 밑으로 여러 디테일이나 원단을 더해 풍성한 실루엣을 연출한 톱이나 재킷을 뜻합니다. 상의와 치마의 중간 어딘가에 위치한 아이템이죠.
그림이 쉽게 그려지지 않는다면, 이바나 트럼프가 모델로 등장하기도 했던 뮈글러의 1992 S/S 컬렉션 룩을 참고해보세요. 모두의 기억에서 잊힌 아이템인 페플럼 톱이 돌아올 기미를 보이고 있거든요.
‘페플럼이 돌아왔다’는 가장 확실한 신호탄은 베르사유 궁전 안에서 발사되었습니다. 자크뮈스의 2023 F/W 컬렉션이 열렸던 장소죠. 시몽 포르트 자크뮈스는 러플 디테일을 더한 마이크로 쇼츠를 선보였는데요. 짧은 길이 덕에 어떤 톱과 매치하든 페플럼 톱을 입은 것 같은 효과를 연출할 수 있었습니다. 허리 윗부분을 기점 삼아 양옆으로 넓어지는 재킷은 뮈글러를 연상시켰고요.
여름에 있었던 자크뮈스의 쇼에서 영감을 받은 걸까요? 2024 S/S 시즌에도 페플럼 실루엣이 반복적으로 등장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유려한 곡선을 자랑한 발망이었습니다. 하늘하늘한 폴카 도트 스커트는 물론, 스포티한 바이커 쇼츠를 매치한 올리비에 루스테잉의 기교 역시 돋보였고요.
미우미우는 자크뮈스에게서 보다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듯했습니다. 프릴 장식을 더한 마이크로 스커트를 선보였거든요. 톱 선택만 신중히 하면 짧은 페플럼 드레스를 입은 듯한 착시 효과를 연출할 수 있겠죠?
페플럼 톱을 즐기는 가장 손쉬운 방법에 대한 힌트는 루이 비통과 오토링거의 컬렉션에서 얻을 수 있었습니다. 비결은 바로 긴 팬츠를 활용하는 것. 두 브랜드 모두 하이 웨이스트 팬츠를 선택한 점도 눈에 띄고요. 잘록한 허리 라인을 더욱 강조하는 것은 물론, 팬츠 위 스커트 스타일까지 소화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페플럼 톱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낀 걸까요? 셀럽들 역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리사는 포근한 무드를 머금은 르메르의 페플럼 니트를 선택했네요.
<보그 차이나> 편집장, 마가렛 장의 룩은 지극히 현실적이었습니다. 플리츠 디테일을 더해 실루엣이 과하지 않은 페플럼 톱을 활용한 것이 주효했죠. 거기에 누구나 하나쯤은 갖고 있을 법한 블레이저와 팬츠까지 매치하며 도전 욕구를 자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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