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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달 제너는 되고, FKA 트위그스는 안 된다?

2024.01.12

켄달 제너는 되고, FKA 트위그스는 안 된다?

모든 게 밝고 희망차야 할 연초지만, 패션계는 분노로 가득합니다. 영국의 광고 규제 기관인 ASA(Advertising Standards Authority)가 FKA 트위그스의 캘빈 클라인 캠페인 이미지를 금지했기 때문이죠.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한다는 이유였습니다.

@calvinklein

결정이 내려지자마자, ASA는 엄청난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그리고 최근 ASA의 자문 위원회는 메르트 & 마커스 포토그래퍼 듀오의 이미지가 트위그스를 ‘전형적인 성적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입장문을 발표했죠. ‘심각한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다’는 설명과 함께였습니다. 트위그스의 캠페인 이미지에 비교되고 있는 켄달 제너의 이미지에 대해서는 ‘불쾌감을 유발할 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했죠. 입장문보다는 변명에 가까웠습니다. 모두를 이해시키는 대신, 사람들의 화만 돋웠으니까요.

마이클 B. 조던의 캠페인 이미지. @calvinklein
애런 테일러-존슨의 캠페인 이미지. @calvinklein

‘반이 넘게 드러난 나체, 직접적인 시선, 그리고 살짝 벌린 입이 섹슈얼하게 느껴진다.’ 입장문의 또 다른 문장입니다. 남성 배우인 마이클 B. 조던, 애런 테일러-존슨 역시 언더웨어만 입고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지만, 그 모습이 ‘섹슈얼하다’는 언급은 그 어디에도 없죠.

자신의 의지로 카메라 앞에 서서 몸을 드러내고, 강렬한 포즈를 취한 흑인 여성을 보며 불쾌감을 느끼는 이들은 대체 누구일까요? 바지를 내리며 카메라를 그윽하게 쳐다보는 켄달 제너의 이미지는 왜 불쾌하지 않은 걸까요? 그녀가 예쁜 백인이기 때문일까요? ASA는 여성의 성을 규제하고 통제하려는 움직임이 구시대적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습니다.

문제가 된 FKA 트위그스의 캠페인 이미지. @calvinklein
@calvinklein

바로 어제, 트위그스가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통해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녀는 ‘전형적인 성적 대상’이라는 ASA의 표현에 전혀 동의하지 않았는데요. 캠페인 이미지에는 상상할 수조차 없을 만큼 큰 고통을 감내해온, 아름답고 강한 흑인 여성이 존재할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캘빈 클라인의 다른 캠페인 이미지를 고려해보면, ASA가 이중 잣대를 들이밀고 있다고 언급했죠. 트위그스는 글을 이렇게 마무리했습니다. ‘저는 제 몸이 자랑스럽습니다. 조세핀 베이커, 어사 키트 그리고 그레이스 존스처럼 경계를 허물며 강인한 여성상을 그려나갈 겁니다. 내 모습을 내가 원하는 대로 표현하게 해준 캘빈 클라인 팀, 그리고 메르트 & 마커스에게 감사합니다.’

캘빈 클라인도 가만있지 않았습니다. 트위그스의 캠페인 이미지가 ‘자연스럽고 중립적이다’는 성명을 발표했죠. 켄달 제너와 트위그스 모두 캘빈 클라인과 함께, 당당하고 힘 있는 자신의 모습을 표현했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흠잡을 곳 없는 입장문입니다. 유일한 문제는 몇몇 영국인이 당당하고 힘 있는 여성을 견디지 못한다는 씁쓸한 진실뿐이죠.

사진
@calvinklein
출처
www.vogu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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