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운동복도 ‘조용하게’ 입어야만 한다
작년 여름만큼 뜨겁지는 않지만, 조용한 럭셔리는 아직 유효합니다. 1990년대의 미니멀 스타일과 테일러링이 그 어느 때보다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것 역시 조용한 럭셔리 트렌드의 연장선이죠. 그렇다면 애슬레저 스타일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2024년에는 애슬레저마저 조용하게 소화하는 게 멋입니다.
조용한 애슬레저. 그 자체로 본다면 더없이 이질적인 말이지만, 스타일링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절제하고 덜어낸다는 미니멀 스타일의 철칙을 따르되, 스포티한 아이템만 활용해 룩을 완성하는 거죠. 액트 넘버원의 룩이 완벽한 예입니다. 나일론 소재의 와이드 조거 팬츠, 그리고 스니커즈를 매치했는데도 어딘가 모를 포멀함이 느껴지죠. 톤 다운된 컬러를 세심하게 스타일링한 덕분입니다. 팬츠와 같은 컬러의 재킷을 허리춤에 무심하게 둘러준 것 역시 확실한 포인트가 되어줬고요.
발렌시아가의 2024 S/S 컬렉션에서도 그 힌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극명하게 대조되는 아이템들을 매치하며 스포츠웨어를 마냥 스포티하지는 않게 풀어냈죠. ‘쫄쫄이’를 연상시키는 타이트한 후드 집업과 스웨트팬츠를 매치한 뒤, 레더 소재의 짐 백과 거대한 3XL 스니커즈를 매치했습니다. 이렇듯 평범한 운동복을 입더라도, 스타일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무드를 연출할 수 있죠.
래퍼 스켑타가 이끄는 메인스의 룩 역시 흥미로웠습니다. 러닝을 할 때나 입을 법한 풀오버와 팬츠의 이너로 흰 셔츠와 타이를 선택했거든요. 오피스 웨어와 애슬레저 룩이 의외로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는 사실이 증명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옷 좀 입는다’는 이들 역시 트렌드에 반응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무엇보다 편한 아이템인 운동복을 포기하지는 않았지만, 이를 ‘덜 스포티하게’ 소화하고 있죠. 에밀리 라타이코프스키의 룩을 한번 볼까요? 발렌시아가의 룩을 참고라도 한 것인지, 그녀 역시 톤 다운된 그린 컬러의 스웨트 셋업에 주목했습니다. 푸퍼 재킷의 컬러 역시 차분하게 유지했고요. 포인트는 형형색색의 살로몬으로 충분했습니다.
미니멀 룩을 완성한 뒤, 스포티한 아이템을 슬쩍 섞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가장 추천하는 아이템은 고프코어풍 나일론 팬츠입니다. 핏이 너무 벙벙하지만 않다면, 멀끔한 화이트 셔츠와 레더 트렌치 코트에도 자연스럽게 어울리죠.
또 하나의 현실적인 방법은 트랙 톱이나 팬츠를 활용하는 것. 트랙 팬츠의 범용성은 이미 알렉사 청과 같은 셀럽이 몸소 보여준 바 있고요. 벨라 하디드는 니트 소재의 트랙 톱을 클래식한 트렌치 코트와 매치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당장 옷장을 열어, 운동할 때나 입던 옷을 ‘조용하게’ 활용할 방법은 없을지 고민해보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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