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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쓰듯 노래하는 자이언티

2017.07.13

일기 쓰듯 노래하는 자이언티

양화대교를 지나며 자이언티를 꺼내 들었다. 그루브한 리듬과 담담한 가사 속에 아날로그의 마음이 들렸다. 자이언티는 마치 일기를 쓰듯 노래를 한다.

코트, 베스트, 셔츠는 모두 앤 드멀미스터(Ann Demeulemeester), 쇼츠, 레깅스, 슈즈는 모두 아크네 스튜디오(Acne Studios), 네크리스는 다비데초이(Davidechoi), 이어링은 바우터르스앤헨드릭스 (Wouters&Hendrix at Bbanzzac), 선글라스는 조나단 선더스(Jonathan Saunders at Optical W), 오른손에 착용한 뱅글은 다비데초이, 반지들은 베르사체(Versace), 왼손 팔찌는 파멜라 러브(Pamela Love at Bbanzzac).

코트, 베스트, 셔츠는 모두 앤 드멀미스터(Ann Demeulemeester), 쇼츠, 레깅스, 슈즈는 모두 아크네 스튜디오(Acne Studios), 네크리스는 다비데초이(Davidechoi), 이어링은 바우터르스앤헨드릭스(Wouters&Hendrix at Bbanzzac), 선글라스는 조나단 선더스(Jonathan Saunders at Optical W), 오른손에착용한 뱅글은 다비데초이, 반지들은 베르사체(Versace), 왼손 팔찌는 파멜라 러브(Pamela Love at Bbanzzac).

자이언티의 노래엔 풍경이 있다. 양화대교를 지나는 택시 기사 아버지의 퇴근길(‘양화대교’)이, 보고 싶은 마음을 애써 참으며 초콜릿 꺼내 먹듯 음악을 듣는 시간이(‘꺼내 먹어요’), 헤어진 여자를 돌려보내며 추스르는 안쓰러움(‘그냥’)이 그의 노래에선 그려진다. 소소하고 평범한 에피소드고 감정인데 자이언티는 그걸 담담한 템포의 카메라를 돌리듯 악상으로 펼쳐낸다. 그의 데뷔 앨범 <Red Light>중 수록곡 ‘Doop’에서 자이언티는 여자의 힐 소리를 “그녀가 걷는 속도는 90BPM”이라 묘사했고, 크러쉬와 함께한 ‘뻔한 멜로디’에선 헤어짐의 아픔을 그저 뻔한 일이라며 에둘러 드러냈다. 사소한 일상에 헤드라이트를 켜는 감정들이다. 그는 곧 방송될 <무도 가요제> 무대에선 하하와 함께 ‘스폰서’란 곡을 공개한다. 살치살, 항정살, 가브리살을 나열하며 스스로 여자의 스폰서가 되겠다는 사랑 고백의 곡이다. 자이언티 음악이 대중적으로 주목받게 된 기폭제는 오락 프로그램 <무도 가요제>다. 힙합 팬들, 혹은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며 음원차트 상위권을 차지하던 그지만 <무도 가요제> 이전엔 ‘양화대교’, ‘그냥’은 알아도 자이언티는 잘 모르던 이들이 상당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사람들은 자이언티란 검색어로 음악을 찾아 듣는다. <무도 가요제>출연 이후 그의 2014년 곡 ‘양화대교’는 다시 음원 사이트 차트를 치고 올라왔고, 최근 발표한 ‘꺼내 먹어요’ 역시 쟁쟁한 아이돌 곡에 밀리지 않는 힘을 과시했다. 서로 잘났다고 외쳐대는 힙합 음악과 별 특색 없이 춤만 다른 아이돌 팝 사이에서 그는 자신만의 영역을 찾아냈다. 섬세한 가사와 담담하게 비트를 타는 세련된 그루브의 세계랄까. 자이언티의 노래는 꼭 일기처럼 찍어낸 작은 영화 같다.

패턴 재킷은 베르사체(Versace), 플라워 패턴 셔츠, 이너, 팬츠는 모두 레쥬렉션(Resurrection by Juyoung), 골드 슈즈는 쥬세페 자노티(Giuseppe Zanotti), 선글라스는 디올 옴므(Dior Homme at Safilo), 양손의 뱅글, 링은 모두 다비데초이(Davidechoi).

패턴 재킷은 베르사체(Versace), 플라워 패턴 셔츠, 이너, 팬츠는 모두 레쥬렉션(Resurrection by Juyoung), 골드 슈즈는 쥬세페 자노티(Giuseppe Zanotti), 선글라스는 디올 옴므(Dior Homme at Safilo), 양손의 뱅글, 링은 모두 다비데초이(Davidechoi).

새 앨범을 준비 중이라고 들었다. 1집 <Red Light> 이후 2년 만이다.

다음 달 정도에 나올 것 같다. 사이즈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 것 같다. 이제 다들 음원을 중심으로 발표하고 음반의 시대는 지났다고 하지 않나. 나는 풀렝스 앨범으로 커리어를 이어가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내가 지금 하고 싶은 주제, 질감, 느낌이 있다.

수록곡 중 하나인 ‘머신 건’을 살짝 들어봤다. 전인권이 피처링을 한다고 들었다.

‘머신 건’은 그냥 요즘 힙합 스타일이다. 약간 트랩 스타일이랄까. 전인권 선배님은 지인을 통해 이야기를 들었다. 노래를 떠올리다 좋은 소절이 나왔는데 딱일 것 같았다. 선배님이 파워풀하지 않나. 그 느낌을 살린 센 곡이 될 거다.

‘양화대교’나 ‘그래’, 그리고 최근에 발표한 ‘꺼내 먹어요’를 떠올리면 의외의 조합이다. 소프트한 곡에서 좀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건가.

아니다. 그런 건 전혀 없다. ‘꺼내 먹어요’도, ‘양화대교’도 다 내 스타일이다. 그냥 요즘 내가 하고 싶은 게 자연스레 나오는 거 같다. ‘머신 건’이 듣는 입장에선 돌발처럼 느껴질 수 있겠지만 그것도 내 음악 중 일부다.

<무도 가요제>에 출연 중이다. 예능 프로그램은 처음인 것 같은데 실제 해보니 어땠나.

갑자기 방송사 쪽에서 연락이 왔다. 내 캐릭터를 모르니까 미팅을 하자고 하더라. 그래서 만나 이야기를 했고 합류하게 됐다. 아무래도 예능이다 보니 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알고 싶었나 보더라. 노래 녹음은 다 끝났고, 랩도 다 나왔다. 지금은 하하 형과 연습하고 있다.

첫 예능 프로그램인데 부담감, 긴장은 없나.

이번 <무도 가요제> 방송분을 하나도 보지 않았다. 내 방송 분량이 얼마만큼 될지 애초에 상관없다. 그냥 안 나와도 된다.(웃음) 반응이야 방송을 보지 않아도 주변을 통해 알게 되는 거고. 왜 글 쓸 때도 흐름을 유지해야 하는 게 있지 않나. 괜히 신경 쓰면서 그걸 끊고 싶지 않았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아침에 일어나 세수하고, 실려가듯 나가서, 카메라 앞에 앉아 있다가 온다.

자이언티 음악을 얘기할 때 섬세한 가사를 많이 언급한다. ‘스폰서’에선 각종 고기 살로 라임을 맞췄다. 어떤 식으로 가사를 써 내려가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기면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는 느낌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런 곡을 써야겠다는 느낌이 들면 그 자체로 동기 부여가 되는 것 같다. ‘꺼내 먹어요’의 경우도 사랑하는 여자가 매일같이 바쁘고 힘들다면 잠깐 짬 날 때 초콜릿 먹듯이 꺼내 먹으라고 쓴 거고, ‘양화대교’도 멀리 여행갔다 들어오는데 집 생각 나서, 가족 생각하며 독백하듯 쓴 거다.

음악 시작하기 전에도 글을 썼나.

아니다. 전혀. 오히려 그림을 그렸다. 내가 교양이 별로 없다. 모르는 것도 많고 책도 많이 안 읽어봤다. ‘Doop’에서 여자 발걸음을 BPM으로 표현한 거 얘기했는데 꼭 ‘관찰해야지’ 하고 지켜보는 게 아니라 그냥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것 같다. 다른 아티스트들도 자기 감성에 맞는 재료를 사용해 작업하지 않나. 내 경우엔 그게 주변의 변화, 사람들을 감지하는 느낌인 거 같다.

노래를 들으면서 기본 착한 사람이란 느낌을 받았다.(웃음) 가령 20대 남자 아티스트가 아버지를 노래 주제로 가져올 때 대부분은 반항이다. 근데 자이언티는 그걸 어린 시절의 기억, 행복하자는 메시지로 풀었다.

착한지는 모르겠고 악하진 않은 것 같다. 그냥 좀 이기적이다. 그리고 ‘양화대교’는 그냥 축복의 노래였다. 환경이 만들어낸 곡이랄까. 어느 날 엄마를 봤는데 되게 인상을 쓰고 계셨다. 내가 열심히 일하고, 집안 형편도 좀 나아졌는데 엄마는 불행해 보이는 거다. 그래서 내가 “엄마, 불행하냐고? 아들 열심히 일하고, 잘하고 있는데 불행하냐고? 안 좋은 일 있냐”고 물어본 적 있다. 그랬더니 엄마가 “아니지. 많이좋아졌지. 나아졌지”라고 하시더라. 그럼 행복하라고, 행복하자고 했다. ‘당신 불행할 필요 없는데 왜 불행한 사람이냐고. 주변을 보라’고. 그랬더니 어머니 표정이 많이 달라지셨다. 어려웠던 삶이 그냥 굳어버린 거다. 그때 기억이 ‘양화대교’의 후렴이 됐다.

재킷, 터틀넥은 모두 아크네 스튜디오(Acne Studios), 선글라스는 베리스(Verris).

재킷, 터틀넥은 모두 아크네 스튜디오(Acne Studios), 선글라스는 베리스(Verris).

가사와 함께 많이 언급하는 게 독특한 목소리 톤이다. 근데 시작은 노래가 아닌 랩이었다고 하더라.

처음엔 랩을 많이 했는데 좀 밋밋하다 느꼈다. 그러다 멜로디를 얹어 해봤더니 느낌이 괜찮더라. 그렇게 다듬어서 지금 톤이 됐다. 사실 당시엔 내가 뭘 하는지 몰랐다. 주변에 음악 하는 사람도 없었고, 많은 음악을 들어보지도 못했다. 무슨 음악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혀 모르던 때였다. 그래서 그걸 계속 증명하려 하던 시간이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내가 어떤 음악을 하고 싶은지 조금은 감을 잡았다. 1집 이전과 이후, ‘양화대교’이전과 이후는 많이 다르다. 뮤지션도 반응을 먹고 생산해내는 직업이지 않나.단순히 노래를 부르는 목소리, 스타일의 문제를 넘어서 내가 무엇을 추구하는지 알아가는 과정이 있었던 것 같다.

어릴 때부터 음악이 꿈이었나.

우연히 들어간 힙합 동아리가 계기다. 정말 우연이었는데. 친구들과 노래방 갔다가 내가 예약 번호를 잘못 눌렀다. 근데 그게 힙합곡이었다. 전혀 들어본 적도 없는 노래고 랩을 할 줄도 모르니까 그냥 가사를 읽었다. 정말 웃겼다. 애들 반응이 어땠겠나. 그래서 힙합을 좋아하게 됐다.(웃음) 음반을 사기 시작했고,동아리에 들어가 가사를 썼다.

그렇다면 그 음악을 계속해도 되겠다 느낀 순간이 있었나. 

내가 성향 자체가 긍정적이다. 별생각이 없다. 그래서 대책이 없었다. 공부도 못했다. 그림을 그리고 싶었지만 마땅히 방법을 몰랐고, 그러다 스무 살이 됐다. 어떡하지. 걱정되기 시작한 거다. 가진 게 아무것도 없지 않나. 일단 음악을 한다고 하면 소속사 연습생이거나 앨범을 냈거나 학교에 다닌다거나 페스티벌에서 수상 경력이 있어야 하는데, 난 음악 한다고 얘기할 구실이 하나 없는 거다. 그러다 일단 앨범을 만들어야겠다 생각했고, 조금씩 습작이 쌓였다.

노래를 듣다 보면 어떤 풍경이 그려지는 느낌이다. 무언가를 세세히 묘사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공간, 상황, 분위기가 스쳐 지나가는 기분이 든다.

원래 감각적으로 표현하는 걸 좋아한다. 감각에서 많은 영감을 받는 것도 같고. 최근엔 좀더 감정적인 것을 표현하고 싶지만. 근데 음악적으로 슬럼프가 찾아왔다. <미러볼>이란 앨범를 낸 다음이었는데 당시에 정말 하고 싶은 걸 다 했다. 그때 내가 가장 꽂혀 있던 감성을 담은 게 그 앨범이다. 근데 호불호가 심하게 갈렸고, 사람들은 깊이 있게 이해하려 하지 않는구나, 내가 하는 일이 별게 아니구나 싶었다. 이후 9개월 동안 아무것도 안 냈다. 그러다 쓴 게 ‘양화대교’인 거고.

복싱 체육관을 개조한 작업실을 만들고 싶다고 했던 것 같은데 제주도에 작업실을 차렸더라.

복싱은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갈 것 같아서.(웃음) 그래도 나중에 링이랑 캐비닛은 있는 곳을 꼭 가져보고 싶다. ‘슉슉’ 섀도복싱 하며 지내고 싶다. 아무튼 재밌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제주도는 쿠시 형이랑 같이 만들었다. 요즘엔 거의 2주에 한 번씩 가는데 너무 좋다. 작업을 굳이 하지 않아도 안심이 되는 장소다.

2008년 크러쉬, 로꼬, 그레이 등과 결성한 비비드 크루는 아직 유효한 건가.

그렇다. 같이 음악을 시작한 친구들이고 아까도 촬영장 오면서 비비드 음악 들었다. 예전 기억이 나더라. 다들 자리 잘 잡고 있고, 외제차 사고 난리고,(웃음) TV, 라디오에 밥 먹듯이 나오고. 나한테는 특별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다. 나의 처음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니까. 때만 맞으면 같이 앨범도 내고 싶다.

앞으로의 계획은 뭔가.

일단 <무도 가요제>가 있고, 새 앨범이 나올 거고. 좋은 앨범을 꾸준히 내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다. 그전에 건강해야 하고. 그리고 프로듀싱을 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근래 노래가 되게 많이 나오는데 그걸 다 내가 부를 순 없다. 예전에 샤이니 종현, 인피니트, 엠블랙을 한 것처럼 프로듀싱을 할 계획이 있다.

검정 시스루 재킷은 푸시버튼(Pushbutton), 베스트는 앤 드멀미스터(Ann Demeulemeester), 안에 입은 슬리브리스 롱 니트는 릭 오웬스(Rick Owens), 검정 팬츠는 꼼데가르쏭(Comme des Garçons), 하이톱 스니커즈는 엠포리오 아르마니(Emporio Armani), 선글라스는 레이밴(Rayban at Luxottica Korea), 귀고리는 바우터르스앤헨드릭스(Wouters&Hendrix at Bbanzzac), 오른손에 찬 반지는 모두 베르사체(Versace).

검정 시스루 재킷은 푸시버튼(Pushbutton), 베스트는 앤 드멀미스터(Ann Demeulemeester), 안에 입은 슬리브리스 롱 니트는 릭 오웬스(Rick Owens), 검정 팬츠는 꼼데가르쏭(Comme des Garçons), 하이톱 스니커즈는 엠포리오 아르마니(Emporio Armani), 선글라스는 레이밴(Rayban at Luxottica Korea), 귀고리는 바우터르스앤헨드릭스(Wouters&Hendrix at Bbanzzac), 오른손에 찬 반지는 모두 베르사체(Versace).

    에디터
    정재혁
    포토그래퍼
    JANG DUK HWA
    스타일리스트
    한종완(Factory83)
    스탭
    헤어 / 김태현(미장원), 메이크업 / 미애(미장원)
    장소
    대림미술관(HENRIK VIBSKOV – FABRIC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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