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긴 안경의 놀라운 효능
시력이 좋아도 쓸 겁니다, 못생긴 안경!
발레, 고프, 바비, 코티지, 브라질, 그랜파코어까지.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코어’가 밀린 메시지처럼 쌓여 있습니다. 남은 공백은 각종 음식 이름을 붙인 ‘000 걸‘ 스타일이 촘촘히 메웠고요. 하지만 트렌드와 수명의 주기는 모두 제각각입니다. 여기엔 런웨이와 패션 셀럽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죠.
이번에 찾아온 트렌드에 승부를 걸어보고 싶은 것도 그 때문입니다. 런웨이와 셀럽, 두 영역에서 모두 환영받은 스타일이거든요. 일명 ‘라이브러리언코어(Librarian-Core)’입니다.
영화나 책 속에서 등장하던 도서관 사서 특유의 차분하고 지적인 이미지에서 영감을 받긴 했지만 그대로 복사하진 않았어요. 오히려 재미있게 비틀었죠. 센슈얼하고 유머러스한 디테일을 더해서요. ‘패셔너블’과는 거리가 멀었던 아이템을 양껏 활용한다는 점에서 코프/오피스 코어, 오피스 사이렌 트렌드와 결을 같이합니다. 구찌의 긱 시크 스타일이 현대적인 버전으로 업데이트된 거라고도 볼 수 있겠군요.
런웨이에서 가장 큰 공을 세운 건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수없이 언급된 미우미우입니다. 헝클어진 머리, 꼭 맞는 카디건, 두껍고 네모난 스커트 차림을 올린 2023 F/W 컬렉션은 세련미 차고 넘치는 룩 가운데 독보적인 매력을 자아냈죠. 해변가가 떠오르는 가뿐한 패션과 긱 시크 스타일을 기가 막힌 비율로 뒤섞은 2024 S/S 컬렉션은 또 어떻고요.
스트리트에서 런웨이의 미우미우 못지않은 영향력을 발휘한 건 벨라 하디드입니다. 트렌드에 이름이 붙기 한참 전부터 줄곧 이 미학을 즐겨왔죠. 스포티한 스웨트셔츠와 고루한 체크 스커트처럼 엉뚱한 조합을 일삼기도 하면서요.
룩을 꼼꼼히 분석해가며 스타일링 팁을 상세히 늘어놓을 수도 있겠지만 사실 아이템 하나만 있으면 만사형통입니다.
이미 눈치챘을지도 모르겠군요. 주인공은 바로 긱 시크, 너드 룩, 지금 흥하고 있는 모든 ‘코어’의 핵심적인 역할을 해내는 안경입니다. 무난한 뿔테보다는 멋 내기용으로 후보에 올려본 적 없던, 오로지 안경 본연의 기능에만 집중한 듯한 고지식한 디자인 말이에요. 직사각형, 타원형, 얇은 테나 무테처럼요.
스크롤을 내려보세요. 트렌드 이름에 얽매일 필요 없다는 걸 알게 될 겁니다. 중요한 건 무드의 충돌과 의외성이거든요. 어떻게 입든 이 안경 하나만 툭 하고 얹어주면 이 ‘괴짜의 미학’에 금방 올라탈 수 있다는 이야기죠. 그레이 컬러, 카디건과 셔츠, 애매한 길이의 펜슬 스커트, 키튼 힐 등 고지식하고 엄격한 이미지를 대변하던 아이템을 어설프게 스타일링하는 것이 가장 수월하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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