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네일 아트를 위한 브랜드 5
남자의 치장된 손끝은 끊임없이 새롭다. 젠더 뉴트럴을 표방하는 5개 브랜드의 남자 손톱.
UN/DN LAQR
힙합 아티스트는 일찍이 네일 아트를 자기표현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경계 없이 다양한 디자인을 연출하다 보니 직접 네일 브랜드를 론칭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대표적인 예로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의 ‘골프 르 플뢰르(Golf Le Fleur)’, 릴 야티의 ‘크리트(Crete)’, 그리고 2021년에 공개된 머신 건 켈리의 ‘언던 래커(UN/DN LAQR)’가 있다. 약 4,000만원에 달하는 다이아몬드 네일 팁을 붙이고 시상식에 등장할 만큼 네일 아트에 심취한 그는 컬러 개발부터 캠페인 모델로 직접 등판하기까지 열정적으로 브랜드를 전개한다. 어느 네일 전문 브랜드 못지않게 100가지에 달하는 색상과 텍스처의 매니큐어를 보유한 이 브랜드의 디렉터, 에이스 라이스(Ace Rice)가 <보그>의 질문에 답했다.
‘창의성’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하죠.
성별 불문하고 모든 이가 아름다움에 대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응원하는 것이 브랜드 컨셉입니다. 누구나 내면에 창의력을 갖고 있어요. 손끝을 칠하는 작은 행위만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죠. 머신 건 켈리에게 모든 색, 광택은 단순한 매니큐어의 제형에 그치지 않습니다. 모든 요소에 자신을 표현하려는 목적을 내포하고 있어요.
2024년의 네일 관전 포인트는?
젠더 뉴트럴 브랜드에서 현재 주목하는 제품은 바로 ‘네일 데칼 스티커’입니다. 네일 아트를 처음 접하는 남성도 부담 없이 시도해볼 수 있어요. 레터링부터 고딕 문양, 트라이벌 디자인과 이모지까지, 투명한 손톱 위에 단 하나만 붙여도 어떤 메시지를 품은 것처럼 보이죠.
인기 컬러를 예측해본다면?
어두운 컬러의 매니큐어는 남성에게 ‘안전지대’죠. 지속적으로 선호하겠지만 여기에 ‘크롬’ ‘메탈’ 텍스처가 가미된 색이 유행할 전망입니다. 우리의 ‘Don’t Call Chrome’, 조금 더 과감하게 연출해보고 싶다면 ‘Mineral Moss’ 컬러를 참고하세요.
IVINE PARIS
SNS라는 무한한 상상력의 공간. 그 안에서 다채로운 결과물이 창조된다. 기발하지만 기이하고, 개성 강한 네일 아트가 넘쳐나는 가운데 모델 출신의 돌로레스 돌(Dolorès Doll)은 일상적인 손톱과 아티스틱한 디자인 사이의 균형을 찾기 위해 2022년 ‘아이빈(Ivine)’을 론칭했다. 그리고 ‘The New Face of Hands’, ‘두 손의 새로운 면모’라는 메시지로 간편하게 네일 스티커를 붙인 남자들이 등장하는 캠페인을 공개했다. 캐주얼한 옷차림, 커피를 마시거나 게임을 하고, 계단 난간에 기대선 남성 모델의 손끝은 특별하지 않은 배경에도 ‘힙하게’ 느껴진다. 이질감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을 만큼 디자인은 심플하고 멋스럽다. 창립자 돌로레스가 전하는 세련되고, 반전 매력까지 가진 네일의 세계를 소개한다.
브랜드의 지향점은?
네일은 누군가의 캐릭터,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기준점으로 작용합니다. 손끝 하나하나를 인위적으로 꾸미거나, 지나치게 전위적인 요소를 더하기보단 우리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디자인을 SNS에 기록처럼 남기고 있죠. 패션 디자이너, 화가,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와 협업해 만든 네일 스티커는 액세서리 또는 타투처럼 손톱뿐 아니라 어느 부위에나 활용할 수 있어요. 사용법이 쉽기에 남성들은 우리 제품을 사용하며 일반적인 ‘뷰티 루틴’이라 여기지 않아요. 그저 하루의 일부죠.
올해 트렌드는?
이미지에 한 끗의 반전 요소를 주는 네일. 우아하고 클래식한 수트를 차려입은 남자가 귀여운 패턴의 스티커 또는 파격적으로 손가락마다 알록달록한 색을 칠하는 것처럼 말이죠. 전체적인 스타일링에 손톱으로 위트를 더하는 겁니다.
<보그>를 읽는 남성들에게 추천하는 네일 노하우는?
완벽함에 얽매이지 말라고 권하고 싶군요. 큐티클을 빈틈없이 정돈할 필요도 없고, 손톱의 매끈한 광택을 연출하지 않아도 됩니다. 원하는 손가락에만 컬러를 더해도 좋고, 바르다 만 듯 빈 공간을 두거나 붓 자국이 남아도 괜찮아요. 미완성이 주는 세련미와 재미가 있으니까요.
TO BE FRANK
두꺼운 마디, 그루밍되지 않은 체모와 무성한 타투를 한 손과 그 끝에 칠한 팝한 컬러. 투 비 프랭크의 SNS 피드를 장식한 사진은 그야말로 ‘날것 그대로’로 느껴질 만큼 꾸밈없다. 창립자 앨리슨 브라운(Alison Brown)은 바르는 사람이 치어리더든, 미식축구 선수든, ‘논바이너리’의 누군가든, 형형색색으로 손끝을 칠하고 싶은 모두를 위한 네일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다. 톱 코트가 따로 필요치 않을 만큼 반짝이는 유리알 광택과 독성 없는 크루얼티 프리 포뮬러의 매니큐어는 아티스트에게도 꾸준히 사랑받는 제품.
2024년의 네일 트렌드는?
단조로운 무채색에서 대담한 컬러의 네일을 연출하는 흐름으로 가고 있어요. 손톱의 흰 부분이 드러나지 않을 만큼 짧은 길이, 그 위에 긍정적인 에너지로 가득한 오렌지 또는 밝은 노란색을 칠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투 비 프랭크 제품만의 차별점이 있다면?
많은 매니큐어의 사이즈가 작지만 편의를 위해 매끈한 캡이 장착돼 있어요. 크고 투박한 손을 가진 남성의 경우 제품 개봉 단계에서부터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을 포착했죠. 그리하여 타이어와 같은 모양새의 두꺼운 캡을 제작했습니다. 수월하게 오픈하는 순간 네일 연출에 대한 거부감이나 두려움은 사라지죠.
남다른 연출 팁을 알려준다면?
열 손가락에 매니큐어를 단순하게 칠하고, 핑거 타투 또는 다양한 디자인의 반지를 여러 개 레이어드해보세요.
VYL-01
2023년 말, 캘리포니아에서 출범한 따끈따끈한 브랜드 VYL–01은 ‘청춘의 이중성’이라는 추상적인 메시지를 모티브로 삼는다. 거칠고, 모호하며, 어둡지만 역동적이면서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그려나간다. 감각적인 비주얼만큼 브랜드 론칭과 함께 처음 공개한 신작은 바로 ‘네일 페인트 펜’. 이름 그대로 붓펜 타입 매니큐어로, 손톱 위에 그림을 그리듯 사용하면 된다. 사용자 친화적인 것은 물론 미적으로도 고급스럽고 매력적이다. 컬러는 오롯이 블랙 딱 한 가지. 창립자 니코(Nico)는 네일 월드의 판도를 뒤집을 혁신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네일 페인트 펜’ 아이디어는 어떻게 시작됐나요?
우리의 목표는 특정한 표준이나 관념을 초월하고, 독특하지만 진정성 있는 방향을 추구하는 것이에요. 기존 화장품의 전통을 뛰어넘는 새로운 영역을 개발하고 싶었습니다. 네일을 바르고 싶어도 매니큐어의 외양, 사용법을 까다롭고 부담스러운 일로 여기는 남성도 여전히 있으니까요. 펜인 듯 디바이스인 듯 모호한 디자인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새로운 영감을 제공하죠.
어떤 남성에게 추천하나요?
초보자부터 자유로운 디자인을 그리고 싶은 누구에게나 알맞은 제품입니다. 특히 블랙은 유행을 타지 않죠. 글로스와 매트, 원하는 텍스처로 연출할 수 있습니다.
유행할 디자인을 추천해주세요.
손톱 밑부터 끝까지, 매직펜처럼 쓱쓱 그어보세요. 손톱을 꽉 채워도 좋고, 가운데에 선 하나만 그어도 세련된 손끝이 완성됩니다.
FLOWERBED
네일 숍을 방문할 수 없었던 팬데믹, 20대 두 여성이 통통 튀는 젊은 감성으로 설립한 플라워베드의 영감은 이렇다. 빈 캔버스, 그 위에 누구나 자유롭게 아트를 연출할 수 있도록 쉽고 간단하게 부착하는 네일 스티커, 그리고 표현에 제한을 두지 않는 성 중립성. 캠페인에 동등하게 파스텔 컬러로 얼굴을 메이크업한 남녀는 서로 얼굴을 맞대거나 손을 잡고 있다. 1990년대의 Y2K 감성이 물씬 느껴지는 새빨간 체리, 스마일, 하트와 별, 음양 패턴의 데칼 스티커는 남녀 불문 ‘젠지’를 명확히 공략했다. 공동 창립자 크림슨 던스턴(Crimson Dunstan)과 브라이디 알만(Bridie Alman)은 남성 네일이 점차 대중화되고 있는 지금 이 시점이 어느 때보다 설렌다고 말한다.
남자 네일의 인기를 실감하나요?
해리 스타일스, 에이셉 라키에 이어 K-팝 아이돌의 세계적인 히트가 이 흐름을 가속화하는 데 한몫했죠.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의 태현, 방탄소년단의 제이홉, 세븐틴 디에잇 등등… ‘그루밍’으로 한정되던 남성의 뷰티 루틴에 대한 장벽이 크게 무너졌다고 생각합니다. 이젠 남자만의 네일 디자인 또는 네일 트렌드라는 키워드가 구시대적인 이야기가 된 것이죠.
스티커 디자인의 영감은 어디서 얻나요?
컬렉션마다 다른 아티스트와 협업하곤 합니다.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앨범 커버, 에이셉 라키와 즐기는 디너 파티로부터 영감을 받은 첫 번째 컬렉션은 패션 브랜드 애프터아워즈(AfterHours)와 완성했고, 두 번째 컬렉션은 타투이스트 맷 트리벨리언(Matt Trevelyan)과 손잡고 만들었어요. 카우보이 모자, 철조망, 불꽃 등 개성 넘치는 디자인이 탄생했죠.
미래의 네일 트렌드를 점친다면?
스킨케어에 집중하는 것은 전 세계적 추세예요. 네일 스티커가 남자들의 손톱 연출에 주요 아이템으로 떠오르는 만큼 손톱 건강을 돌보는 데 초점을 맞출 거라 예상합니다. 짧고 매끈하게 다듬은 손톱 위 색색의 스티커와 투명한 광택의 조합이 2024년을 잠식할 거예요. (VK)
- 포토그래퍼
- 최나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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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크업
- 오성석
- 스타일리스트
- 현국선
- 네일
- 임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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