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솜, 안재홍의 ‘LTNS’! 햄버거를 입에 문 불륜 남녀에게 배울 수 있는 것
‘Long Time No Sex’. 배우 이솜과 안재홍이 주연을 맡은 드라마 <LTNS>는 오랫동안 섹스를 하지 않은 부부의 이야기다. 배우 이름과 섹스가 어려운 커플이란 조합에서 당연히 영화 <소공녀>가 떠올랐다. <소공녀>의 미소와 그녀의 남자 친구 한솔에게는 그럴듯한 집이 없다. 추운 겨울에 방을 데울 수 있는 난방비도 없다. 그러니 오랜만에 눈이 맞아 서로의 옷을 벗길 때도 몸은 달아오르지 않고 매서운 한기만 더 매섭게 느껴진다. 추위에 현실을 자각한 한솔은 미소를 안고 말한다. “봄에 하자.”
지난 19일 티빙을 통해 공개된 <LTNS> 1·2화를 보면서 <소공녀>의 그 장면을 떠올린 사람이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소공녀>의 미소와 한솔은 따뜻한 봄에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왠지 그들도 결혼해서 시간이 지난 후에는 <LTNS>의 주인공 부부 우진과 사무엘처럼 오랫동안 안 한 커플이 됐을 것 같다. (<소공녀>가 <LTNS>의 공동 연출자 중 한 명인 전고운 감독의 작품이고, 배우도 겹쳐서 그렇게 보이기도 하지만) 드라마 속 부부도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대출이자와 떨어지는 집값, 자연재해 등으로 <소공녀>의 커플 못지않은 고충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문제가 꼬리에 꼬리를 물다 보면 섹스는 연기되기 마련이다.
<LTNS>는 그런 섹스리스 부부가 불륜 커플들을 추적하고 협박해 돈을 벌게 되면서 일어나는 소동을 그린다. 말하자면 범죄극이다. 그런데 범죄라고 할 만큼 날이 선 이야기는 아니다. 이들의 협박은 어딘가 어색하고, 받아내는 돈도 그리 많지 않다. 게다가 그렇게 번 돈으로 할 수 있는 건, 대출이자를 내거나 가족 행사에서 밥 한 끼 근사하게 사는 것 정도다. 돈을 뜯기는 불륜 커플들에 대한 묘사도 비슷하다. <LTNS>는 나쁜 놈이 더 나쁜 놈을 처단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불륜 커플에 대한 단죄가 주는 사이다 같은 쾌감? 같은 건 없다. 오히려 그들의 ‘짠한 현실’에 눈이 간다. 1·2화에 나온 섹스 신마저 짠했다.
<LTNS>가 그리는 ‘불륜’은 주체할 수 없는 욕망으로 금단의 선을 넘어버린 무언가가 아니다. 지금도 어느 자동차 안에서, 카페에서, 모텔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일상적인 만남에 가깝다. 게다가 드라마 <부부의 세계>가 묘사한 것처럼, 젊음과 아름다움에 매혹되어 정신 못 차리는 인물들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그들에게도 섹스는 어렵다. 등산 간다고 집을 나온 여성은 장례식장에 간다고 상복을 입고 나온 남성과의 만남을 위해 호텔비를 깎으려고 애를 쓴다. 남자에게 자신의 사랑을 보여주려던 여자는 턱이 빠져버린다. 서민들을 24%의 이자율로 낚는 저축은행 직원 커플은 점심시간에 사랑과 식사를 둘 다 해야 해서 햄버거를 물고 섹스를 한다.
앞으로 어떤 불륜 커플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그들 또한 하나같이 짠할 것이다. 드라마 속 우진과 사무엘은 검찰청 직원 같은 거물에게는 협박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협박해도 안전할 수 있는 불륜 커플이란 권력이나 부와는 거리가 먼 부류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이런 설정에서 섹스리스 부부는 분명 돈 외에 또 다른 무언가를 얻게 될 것이다. 세상의 인정을 받은 엄연한 부부는 집이 있는데도 섹스를 하지 않는다. 그런데 손가락질이 두려운 불륜 커플들은 모텔비와 시간을 아끼고, 마음의 상처를 스스로 달래가며 섹스를 한다. 도대체 섹스가 뭐길래. 사랑이 뭐길래. <LTNS>는 그처럼 노력을 아끼지 않는 불륜 커플 덕분에 노력을 하게 되는 진짜 부부의 이야기가 될 듯 보인다. 난방비가 없어도, 대출이자가 높아져도 섹스는 지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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