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인간, 현실과 상상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을까?
에트로의 2024년 봄-여름 캠페인에 AI가 등장했다. 실비아 바달로티와 마르코 드 빈센조가 답하는 인공지능과 패션의 협업.
예술가 실비아 바달로티와 에트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르코 드 빈센조가 함께한 에트로의 2024년 봄-여름 캠페인에는 AI가 참여하며 모두의 눈길을 끌었다. 마르코는 이번 컬렉션의 시작점이었던 “공간”에 대한 개념을 이미지로 변환하자는 아이디어를 제안했고, 곧 디지털 아티스트이자 디자이너인 실비아를 통해 AI와의 협업이 이루어졌다. 그들은 “AI는 언어에서 시작하는 도구.” 라고 이야기한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전, 저는 인공지능은 인간에게 두려운 존재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인간을 기계로 대체하는 것에 대한 많은 이야기는 저를 무섭게 만들었죠. 그러나 모든 것이 그렇듯이, 직접 경험한다면 접근법과 인식도 바뀌게 됩니다. 그것이 AI라고 해도 말이죠. 저는 인스타그램에서 실비아를 만났습니다. 우리가 직접 만났을 때, 저의 고정관념은 실험실에 하루 종일 갇혀있는 과학자를 상상했지만, 실제로 만난 그녀는 달랐죠. 호기심이 가득한 여성이었습니다. 화가의 붓이나 사진작가의 카메라를 AI로 대체해 사용하기 시작한 예술가였습니다. 실비아의 ‘필터’가 없었다면 저는 결코 기대했던 결과를 완성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에트로 캠페인을 위해 AI를 통해 창조한 이미지는 마르코 드 빈센조가 가진 미학에 대한 깊은 이해의 결과입니다. 기술은 예술적인 비전을 증폭시키는 수단이죠. 완성하고자 하는 의지를 인식해 모든 프레임에서 방향을 안내하고, 카메라가 픽셀뿐만 아니라 감정과 의미를 변형시킬 수 있도록 합니다.” 실비아가 덧붙였다.
“이번 작업의 시작점은 다름 아닌 ‘키워드’ 입니다. 실비아는 언어를 머신에 전달하고 기술은 그녀와 소통을 통해 다양한 곳으로 인도합니다. 이 여정에서 어느 곳에 가야할지, 어디서 멈추어야 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바로 실비아입니다. 저에게 더 많은 시간과 여유가 있었을 때 다양한 예술의 형태로 제가 해왔던 일과 다르지 않았죠. 직관적으로 작품이 완성되는 것을 알 수 있지 않다면 계속해서 끊임없이 수정을 하게 되니까요.”
그들은 머신과 공유할 아이디어, 단어를 정하기 위해 방대한 양의 브레인스토밍을 거쳤다. 인간으로서 그들의 작업은 결코 AI에 의해 대체되지 않은 것이다. 결국 사진 편집과 다르지 않은 원리인 셈이다. 최종 이미지가 현실과 똑같을 수는 없지만, 세부적인 사항은 개선하거나 변경될 수 있는 것처럼.
“실비아의 머신은 우리가 논의하고 선택한 환경과 제안을 바탕으로 추정한 결과를 도출했습니다. 우리는 예상한 것과 결과가 맞아 떨어질 때만 이미지를 사용했죠. 쇼의 주제인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공간, 노웨어’는, 실제와 가상을 병합하는 복잡한 작업이었습니다. 교훈적인 것보다는 창조성을 좋아하는 저는, 실비아 덕분에 존재하지않는 그 어떤 곳으로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이미지 속에는 단순히 리터치가 들어갔을뿐, 진짜 의미를 가진 풍경들을 담을 수 있었습니다. 결국 초현실적인 도시, 스카르주올라와 같은 장소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존재하는 것과 존재하지 않는 것,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 있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며 우리가 머신에게 제안한 단어들 중에는 다양한 예술가들의 이름과 함께 사라진 전설적인 문명의 이름이 있습니다. 저는 이 여정에 많은 시간이 들어간 것을 매우 높게 평가했죠. 저에게 있어서 일을 하는 데 많은 시간을 쓸 수 있는 것은 부와 다름 없습니다. 왜냐하면 더 많은 것을 생각할수록, 그것들을 하는 데 더 많은 관심이 있기 때문이죠.”
“실비아는 처음부터 최종 결과에 도달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며,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는 이전에 방문했던 ‘공간’에 입장하고 돌아오는 반복적인 과정이 필수적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하지만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그 과정은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비주얼’은 로마의 산타고스티노 성당의 프레스코 벽화에 매우 가까운 별들로 뒤덮인 하늘을 배경입니다. 저의 집 창문 중 하나는 그 교회를 내려다보고 있는데, 그 방향을 바라볼 때마다 저는 푸른 하늘을 금빛 별들로 환하게 비추는 빛에 매료됩니다. 우리가 AI에 하늘이나 별들을 키워드로 주지는 않았지만, 머신은 우리를 그곳으로 인도하였습니다.”
인공지능을 사용해 결과를 도출하는 일에 대해 마르코는 머신에 대한 두려움을 씻어내고, 영감과 결과를 내고자하는 인간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결국 제가 이 실험에서 좋아했던 것은 신뢰하지만 놓아줘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모든 것은 상호 신뢰에 기반을 두고 있었습니다. AI에 대한 편견을 지우고 나니, 진화하고 학습하는 인간과 머신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만약 우리가 일정 시간 후에 같은 실험을 반복한다면, 우리는 어떤 이미지를 얻을 수 있을까요?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실험을 반복하고 우리가 어떤 이미지를 도출 할 수 있는지 알아본다면 재미있을 것 같네요.”
AI가 디자이너의 작업에 어떤 영향을 끼치거나 새로운 역할을 가질 수 있을까? 앞으로 패션 종사자들이 그것의 사용법을 아는 것이 필요한가? 마르코는 위와 같은 질문에 대해 단호하게 대답했다. “AI는 인간의 손 안에 있는 훌륭한 도구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이 주제에 많은 관심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패션 분야에서 그것을 사용하고 싶어하는 사람들과 그것이 자신의 것이라고 느끼지 않는 사람들 모두에게 각자의 이유가 있다고 믿습니다. 컴퓨터로만 작업하는 오피스가 있고, 전통적인 방식 그대로 종이에 그려진 스케치를 사용하는 다른 오피스들이 있죠. 단지 새롭고 흥미롭다는 이유로 어떤 것에 집중하라고 아무에게도 조언하지 않을 것입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열정과 성향에 충실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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