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가장 먼저 피어날 트렌드
플라워 장식은 봄 시즌 단골손님입니다.
굳이 ‘트렌드’라는 표현을 등에 업지 않아도 알아서 순항하는 디테일이죠. 하지만 올봄은 좀 다릅니다. 플라워 장식이 어느 봄보다 더 활짝 피어날 예정이에요. 2024 S/S 런웨이는 플라워 모티브를 단순히 계절의 상징으로만 사용하지 않았거든요. 그보다 더 다양하게 활용했죠.
이번 시즌 디자이너들의 선택을 받은 건 꽃의 여왕이라고도 불리는 장미입니다. 같은 장미지만 무대마다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어요. 그 다채로운 매력을 엿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웠습니다.
도드라진 특징은 프린트에서 그치지 않았다는 것! 3D 형태의 입체적인 실루엣이 런웨이 전반에 걸쳐 등장했습니다. 코사주는 말하기 입 아플 정도로 자주 등장했고요. 시몬 로샤의 무대에서는 장미 송이가 꽂힌 옷도 모자라 모델들이 직접 손에 장미 한 떨기를 들고 걷기도 했습니다(최근 게스트 디자이너로 참여한 장 폴 고티에 2024 S/S 꾸뛰르에서도 등장한 디테일이죠). 샌디 리앙은 드레스와 스커트를 실크 장미로 장식했어요. 팔로모 스페인은 아플리케 장식도 모자라 장미 모양의 백까지 내놓았죠. 언더커버의 테라리움 드레스는 또 어떻고요.
발망의 장미 역시 입체적이었지만 분위기는 사뭇 달랐습니다. 장미의 유쾌하고 로맨틱한 면모보다는 ‘강인함’에 초점을 둔 듯했죠. 강렬한 붉은색과 페이턴트 가죽 소재를 내세웠거든요. 이렇게 탄생한 장미 장식은 의상과 백, 슈즈를 가리지 않고 모든 아이템에 조각처럼 자리했습니다. 꽃잎 하나하나까지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뚜렷한 존재감과 함께요. 대담하고 감각적이었죠.
사라 버튼의 마지막 쇼에서도 기념비적인 역할을 해냈습니다. 핏빛을 닮은 튜더 장미가 쉬지 않고 등장했죠. 드레스, 블레이저 등 피스 전면에 새겨진 프린트는 프릴 자수만큼이나 분명한 인상을 남겼어요. 화룡점정은 꽃잎을 적나라하게 펼쳐낸 듯한 형상의 드레스였습니다.
데이비드 코마의 방식은 장미 가시를 닮았더군요. 날카롭고 아찔했죠. 메탈릭, 네온 빛깔의 장식과 프린트, 피부 위에 만발한 듯한 시스루 톱, 장미 줄기가 가슴부터 허벅지까지 절묘하게 이어진 드레스 등 섹시하고 고딕스러운 분위기에 집중했습니다.
이외에도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하우스가 런웨이에 장미를 피워냈습니다. 그럼에도 진부하게 느껴지지 않은 이유는 로맨스와 관능, 생명력과 힘, 낭만과 열정 등 수 세기 동안 인류가 장미에 부여해온 풍성한 상징 때문일 겁니다. 올봄에는 이 모든 의미가 우리 옷장과 거리 곳곳에서 만개할 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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