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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 라이브즈’ 셀린 송과 나눈 줌터뷰

2024.02.06

‘패스트 라이브즈’ 셀린 송과 나눈 줌터뷰

3월 6일. 해외에서 뜨거운 호응을 얻으며 국내에서도 입소문이 난 셀린 송 감독의 데뷔작 <패스트 라이브즈>가 드디어 국내 개봉합니다. 그에 앞서 셀린 송이 줌 인터뷰를 통해 국내 취재진을 마주하며 영화 개봉과 내한에 대한 기대감을 전했는데요. 20여 분간의 짧은 대화였지만 ‘인연’이라는 키워드에 집중해 영화를 구상하게 된 계기와 영화의 두 주역인 배우 그레타 리, 유태오와 함께한 소감 등을 아우르며 빼곡하게 채운 시간이었습니다. 영화에서 줌으로 반갑게 재회하던 노라(그레타 리)와 해성(유태오)처럼, 설렘을 안고 셀린 송 감독과 줌으로 나눈 이야기를 지금 낱낱이 공개합니다.

셀린 송 감독.

고국인 한국에 <패스트 라이브즈>를 선보이는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한국 팬들에게 인사를 전한다면?
정말 신나고, 궁금하고, 기대된다. 개봉 전부터 내가 태어나고 열두 살까지 살았던 한국에서 정말 많은 응원을 받고 있는데 정말 감사하다. 영화 배급에 힘써준 CJ를 비롯해 많은 분이 서포트해주신 덕분에 비로소 한국에 영화를 선보일 수 있게 됐다. 좋게 봐주셨으면 좋겠고, 머지않아 한국에서 직접 관객을 만날 생각에 긴장되고 신난다!

뉴욕 오프 브로드웨이 극작가 출신이다. 첫 장편 연출 영화로 단번에 아카데미 노미네이트라는 좋은 결과를 일궈낸 소감은?

지난해 열린 선댄스영화제에서 처음 상영할 때부터 지금까지 영화에 대해 보여준 세계적인 성원이 믿기지 않는다. 한국에만 있는 ‘인연’이라는 단어를 전 세계인이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느끼는 모습을 보는 것도 행복하다. 온갖 발음으로 ‘인연’이라는 단어를 발음하는 것을 들을 때마다 감동적이다.

배우 송강호를 알린 <넘버 3>(1997)를 연출한 아버지 송능한 감독의 반응은 어땠나?

아주 좋아하셨고, 자랑스러워하셨다. 심플하다. 온 가족이 그랬다.

자전적인 영화다. 아이디어의 시작이 궁금하다.

뉴욕의 어느 바(Bar)에서 한국에서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한국인 친구와 미국인 남편의 대화를 중간에서 조율하는데 그 순간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친구는 나의 어린 시절만, 남편은 어른이 된 지금 내 모습만 알고 있는데, 나를 둘러싼 두 역사를 해석한다는 사실이 말이다. 우린 모두 어딘가에 ‘두고 온 삶’이 있다. <패스트 라이브즈>에서 서울에 자신의 어린 시절을 남겨두고 뉴욕으로 건너간 노라도 그렇고, 서울에 살다가 부산으로 이사한 누구도 마찬가지다. 다중 우주를 넘나드는 판타지 영화 속 영웅까지는 아니지만 평범한 우리 역시 여러 시공간을 거치며 살아가지 않나. 그날 밤, 그 순간에 나는 나의 과거와 지금, 미래가 한방에 앉아 술을 먹는 신기한 느낌이 들었다. 아주 특별한 인상이었고 그래서 그것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패스트 라이브즈> 한국 공식 포스터.

당신 역시 노라처럼 어릴 때 미국으로 이민 갔다. 노라라는 캐릭터에 개인적인 경험이 얼마나 녹아들었나?

노라라는 캐릭터의 시작은 물론 ‘나’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통해 구현되고, 그레타 리라는 배우가 연기하고, 몇백 명의 스태프들이 함께 영화를 만들며 노라는 객관적인 캐릭터로 변화했다. 더 이상 ‘셀린’이 아닌 ‘노라’ 그 자체인 것이다. 영화라는 형식으로 완성되고 나면 자전적인 인물은 그 뒤로 영화 캐릭터로 살아가게 된다고 믿는다. 너무 로맨틱하지 않나?(웃음)

지극히 한국적인 소재인 ‘인연’에 대해 이야기하는 <패스트 라이브즈>의 어떤 점이 글로벌 관객의 마음을 움직였을까?

인연의 종류는 여러 가지다.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 있고, 특별한 인연도 있고, 그저 스쳐 지나가지만 특별한 인연도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인연’이라는 단어가 다른 나라에는 없지만 영화를 보며 많은 관객이 그에 공감했다는 점이다. 영화 속에 ‘인연’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걸 본 해외 관객도 익숙함을 느꼈다고 했다. 단어는 몰라도 ‘나도 저런 느낌을 받은 적 있어’라고 말이다. 그런 인상은 보편적이었다.

돌이켜보면 한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미국으로 이민 간 것이 당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다양한 것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더 용감해졌다. 누군가 ‘넌 누구니?’라고 물었을 때 대답할 수 있는 것도 여러 가지다. 생각과 시야가 넓어졌다.

감독의 입장에서 바라본 그레타 리는 어떤 배우인가?

재미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 영화를 통해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모습이 아주 멋있고 예뻐 보였다. 그레타는 정말 좋은 배우다. 사실 촬영하면서 매일매일 첫 영화라는 부담감을 안고 촬영장에 갔는데, 그레타는 그런 부담감을 함께 이겨내며 전진해준 최고의 파트너였다. 그래서 그레타에게 이런 말도 했던 거다. “아마도 전생에 우리가 한 번쯤은 부부가 아니었을까?”라고.(웃음)

유태오 배우의 캐스팅 과정도 궁금하다. 어떤 점에서 확신을 느꼈나?

오디션 테이프를 보고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만났는데, 그날 무려 3시간 반이나 대화를 했다. 함께 대사를 주고받기도 하고, 그러다 잠시 멈춰 그 신에 대해 한창 이야기를 나누고, 다시 대본을 읽고, 끊임없이 이야기했다. 그러다 ‘유태오 배우가 바로 해성인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을 때, 대화를 마무리했다. 며칠 후 ‘같이 하자’고 이야기했고, 우리 둘 다 정말 신이 났다. 마침 그날 밤, 그가 영화 <버티고>로 제41회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을 수상하기도 해서 더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한국 관객에게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

<패스트 라이브즈>는 인디 영화다. 영화가 잘되거나, 좋은 상을 탈 수 있었던 것은 전부 기자와 평론가를 비롯해 영화를 좋게 봐준 관객 덕분이다. 영화에 많은 관심 가져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곧 만나요!

사진
Matthew Dunivan, 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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