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도빅 드 생 세르냉의 뉴욕 쇼, 메이플소프를 기리다
2월 11일에 열리는 루도빅 드 생 세르냉(Ludovic de Saint Sernin) 쇼는 파리지앵의 뉴욕 데뷔일 뿐 아니라 뉴욕에서 유명한 예술가 중 한 명이자 고인이 된 포토그래퍼 로버트 메이플소프(Robert Mapplethorpe)의 재단과 협업하는 자리기도 합니다.
메이플소프는 성별, 욕망의 경계를 넘나들며 디자이너에게 끊임없이 영감을 준 인물로, 이번 컬렉션은 단순히 이름을 딴 것 이상으로 누드와 섹스의 노골적인(그리고 논란의 여지가 있는) 묘사와 정교한 명암 대비의 키아로스쿠로(Chiaroscuro) 조명으로 아티스트의 유명 이미지를 더 깊이 있게 다루고자 합니다. 당시 메이플소프는 도덕적 이유로 다수로부터 분노를 샀으며, 특히 시인이자 활동가 에섹스 헴필(Essex Hemphill)로부터 흑인 남성을 성적 대상화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메이플소프의 사진에는 1980년 영화 <광란자(Cruising)>에서 불멸의 명작이 된 미트패킹 지역의 악명 높은 BDSM 클럽, 마인샤프트(Mineshaft)의 시대를 표현하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위엄 있는 꽃을 연구하고, 신고전주의 조각의 추상화, 시고니 위버와 그레이스 존스, 그의 친구이자 동료 패티 스미스 같은 유명 인사들의 초상화, 1989년 사망하기 전 에이즈와 싸우면서 더 가슴 아프고 비참해진 자신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찍었습니다.
“메이플소프는 항상 제 영웅이었습니다.” 루도빅 드 생 세르냉은 지난주 줌 미팅에서 털어놨죠. “20대 초반에 스미스의 메이플소프와 함께한 회고록 <저스트 키즈(Just Kids)>를 읽은 후 제 인생이 바뀌었어요. 한 인간으로서뿐 아니라 예술가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했으며, 그가 게이로서, 남성으로서 세상에서 무엇을 옹호하고 표현하고자 했는지 알게 되면서 감동을 받았어요.”
또한 그에게 젊음, 사랑, 우정, 명성에 대한 스미스의 회고록이 모든 것의 방향을 전환하게 된 계기였다고도 설명했죠. “패션 하우스의 스튜디오에서 일하며 언젠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되겠다는 꿈을 좇던 젊은 디자이너였습니다. 하지만 로버트 메이플소프가 자신만의 목소리를 지녔다는 것을 깨달았고, 저는 패션계에 무언가 부족하다고 느꼈어요. 제가 완전히 공감할 수 있는 브랜드가 없다는 것에요. 저는 자신을 표현하고 제가 한 일이 커뮤니티에 반향을 불러일으키는지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직장을 그만뒀어요.”
그가 말한 직장은 발망이었고, 25세에 발망의 수장이 된 올리비에 루스테잉이 상사였죠. 드 생 세르냉은 “올리비에를 떠나야 한다는 사실은 가슴 아팠어요. 그는 처음으로 제게 기회를 준 사람이었거든요. 하지만 제 내면에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어요”라고 설명했죠. 2017년 그의 첫 컬렉션은 디자이너로서 그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습니다. 가죽을 사용하고, 아일릿 레이싱에 몸에 밀착된 재단을 하는가 하면, 남성성과 여성성 간의 진동과 애초에 이분법적으로 작용하는 용어의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했죠.
그 컬렉션을 통해 메이플소프에 대해 최초로 언급했지만, 몇몇 사람만 박수를 보냈습니다. “프레젠테이션에서 감히 보여주지 못한 비밀스러운 룩이 있었습니다.” 그는 메이플소프가 찍은 허벅지에 작은 별 문신을 새긴 남성 이미지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가죽 조크스트랩을 이야기했습니다. “일요일 오후에 가족들도 오고 업계에서 저를 처음 발견한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다소 부담스러웠습니다. 하지만 그 후로는 여러 번 그를 언급했습니다”라고 세르냉은 계속 말했습니다. 예를 들어 2023년 S/S 컬렉션에서 첫 번째 룩은 흰 셔츠와 검은색 가죽 바지에 부츠를 신은 소년이었어요. 허리에는 국화꽃을 달고 있죠(1970년대 초반 펑키한 아르튀르 랭보 시절의 메이플소프를 떠올리는 룩).”
메이플소프 재단과 함께 일하고 싶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그에게 스며들어 있었습니다. 지난 6월, 2024년 S/S 컬렉션을 선보인 지 이틀 만에 드 생 세르냉은 재단에 연락해 협업에 관심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흔쾌히 응했습니다. “바로 컬렉션 작업을 시작했죠. 보통 컬렉션을 완성하고 다음 컬렉션을 시작하는 데 1~2분 정도 걸리는데(이미 컬렉션 완성 즈음에는 다음 컬렉션 구상이 끝난 상태), 이번에 한번 해보자고 생각했어요. 최대한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싶었고요.” 참고로 메이플소프 재단의 패션 콜라보레이션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2016년에는 라프 시몬스와, 지난해에는 DJ이자 패션 아이콘 허니 디종(Honey Dijon)과도 협업했습니다.
루도빅 드 생 세르냉의 연구 중 일부는 맨해튼에 있는 재단 본사에서 메이플소프의 작품을 직접 보는 것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프레임 없이 인화된 사진을 보는 것이었죠. 특히 그는 사진가의 노골적인 작품이 포함된 X, Y, Z 포트폴리오(앞의 두 권은 1978년, 후자는 1981년에 출간)를 보며 본능적이고 감정적인 경험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옷에 메이플소프의 이미지를 복제하는 일은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너무 일차적이고 표면적인 작업이라 여겼기 때문이었습니다. “가장 큰 목표는 그의 작품의 다양한 면모를 모두 보여줄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라고 디자이너는 말했죠. “주먹을 쥐고 있는 초상화만큼 아름다운 꽃 사진으로 그를 기리는 것, 그리고 제가 섹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처럼 꽃에 대해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번 컬렉션에 대한 저의 접근 방식은 메이플소프의 세계와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을 런웨이로 끌어들이는 것이에요”라고 그는 여러 번 말했습니다. “메이플소프가 전성기를 누리던 1980년대를 떠올리며, 당시 사람들이 오늘날 어떤 모습이었을지, 누구와 어울렸을지 상상하죠. 또한 일부 예술 작품을 해석해 저와 제 브랜드에 새로운 기법으로 사용하고 있고요. 예를 들어 꽃 이미지를 의상으로 바꾸는 작업을 하는데, 장인의 손길로 피어나는 과정을 즐기고 있어요.” 크리스털 메시와 투명도 등 드 생 세르냉의 특징을 데보레 벨벳으로 재해석하는 작업도 하고 있습니다. 얼굴에 파우치를 씌운 남자 이미지(‘Scott(Jockstrap)’, 1978)와 머리에 속옷을 쓴 자신의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린 디자이너의 팔로워에게서 파생된 마스크도 있고요.
드 생 세르냉과 그의 커뮤니티는 오랫동안 패션과 성적 긍정성, 자신의 성별과 성 정체성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자유의 교차점에 관해 편안하게 이야기해왔습니다. 몇 년 전 브루클린에서 저녁 식사를 하면서 드 생 세르냉은 커뮤니티를 위해 두 번째 인스타그램 계정(현재는 없어짐)을 개설했다고 말한 적 있었죠. 이 계정에서 사람들은 세르냉의 브랜드 의상을 착용한 이미지를 전달하는 동시에 자신의 성별과 성적 정체성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세대의 개방성과 솔직함은 드 생 세르냉이 <저스트 키즈>를 읽으면서 공감한 부분입니다.
“진부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 책을 읽기 전까지는 저의 성 정체성을 100% 확신하지 못했습니다. 그 후 첫 남자 친구를 만났고, 20대 내내 제가 누구인지 탐구했으며, 그것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죠. 제 브랜드는 상당히 자전적인데, 로버트와의 작업에서도 분명히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그는 제가 누구인지 변명하지 않을 수 있는 자신감을 주었어요. 저는 메이플소프에게 감사해야 해요. 진정한 자신이 될 수 있게 해주었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도 이번 협업은 컬렉션 이상의 의미가 있고, 제게는 꿈만 같습니다.” 게다가 그는 오랫동안 자신의 창작적 갈망과 열망의 일부였던 도시에서 컬렉션을 선보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는 “뉴욕은 항상 제 꿈이었어요”라며 “전 세계 사람들에게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영감을 주는 아이콘을 주제로 쇼를 하는 데 뉴욕보다 더 좋은 도시가 있을까요?”라고 오히려 우리에게 물었죠. 루도빅 드 생 세르냉 쇼는 2월 11일 일요일에 열립니다.
- 글
- Mark Holgate
- 사진
- Robert Mapplethorpe Foundation, Diego Villarreal, GoRun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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