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PATRIMOINE 2024

2024.02.21

PATRIMOINE 2024

꿈이 실현되는 전설적인 공간.
샤넬의 하이주얼리 공방에서 펼쳐지는 환상적인 패트리모니 컬렉션.

방돔 광장 18번지에 자리한 샤넬 워치 & 화인 주얼리 플래그십 부티크

“모든 걸 잊은 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주얼리를 만드는 데 몰두하곤 했어요. 저를 정말로 즐겁게 한 유일한 일이었죠.”

눈부시게 황홀하고 아름다운 하이 주얼리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거운 요즘, 90여 년 전 세계 최초로 하이 주얼리 컬렉션을 선보인 샤넬의 명성이 되살아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브랜드의 역동적인 역사이자 살아 있는 유산이라 할 수 있는 샤넬 ‘패트니모니(Patrimoine)’ 컬렉션이 존재한다. 방돔 광장 18번지에 자리한 샤넬 워치 & 화인 주얼리 부티크에는 초창기부터 최근까지 제작된 네크리스와 브로치, 이어링, 브레이슬릿, 워치, 링, 오브제 등이 소장되어 있으며, 지금도 당대의 가장 아름다운 워치 및 화인 주얼리 피스가 꾸준히 추가되고 있다. 이 800여 점의 경이로운 작품은 독립적인 정신과 대담한 창의성을 스타일로 승화시키며 영원한 자유를 표현한 가브리엘 샤넬의 디자인과 영감을 담고 있다.

화인 주얼리와 커스텀 주얼리를 통틀어, 주얼리를 향한 가브리엘 샤넬의 열정은 삶의 패턴에도 영향을 주었다. 그녀는 저녁 무렵이면 값진 보석과 준보석, 유리 공예품이 가득한 서랍장과 웨스트민스터 공작이 선물한 화려한 주얼리 세트가 넘치는 보석함에 둘러싸여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러다 그 피스를 해체하고, 도구와 왁스 블록으로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냈다. 그녀는 심플한 멋을 추구하는 동시에 어린 시절의 종교 장식 모티브를 연상케 하는 바로크의 화려함에도 매료되었다. 후일 그녀는 러시아 황실의 풍요로움과 베니스 궁전, 르네상스 양식과 중세 예술 등 새로운 것들을 마주할 때마다, 여러 사람과 장소에서 얻은 영감을 활용해 새로운 주얼리를 제작했다. 당시 그녀의 주얼리는 바로크 보석과 모조 진주, 유리 공예품의 조합이었지만, 그 세공만큼은 흠잡을 데가 없다고 자신했다.

주얼리는 가브리엘 샤넬이 자신만의 스타일로 창조한 옷과 액세서리, 뷰티에 이은 또 다른 영역이자 새로운 언어이며, 주얼리 하나하나가 컬렉션의 일부로서 저마다 스토리를 지니고 여성의 일상에 스며들어 그들의 매력을 재정의한다. 1932년 가브리엘 샤넬은 그녀의 첫 번째 하이 주얼리 컬렉션이자 주얼리 역사상 최초로 테마와 시대, 스타일의 통일성을 보여준 ‘비쥬 드 디아망 (Bijoux de Diamants)’ 컬렉션을 선보였다. 이 컬렉션을 소개하기 위해 전용 디스플레이 키트에도 공을 들였는데, 마네킹의 헤어와 메이크업을 직접 스타일링하고, 가운과 스톨, 베레모를 매치해 드라마틱한 효과를 더했다. 또한 디자이너들이 사용하는 스타일을 주얼리에 적용함으로써 샤넬 화인 주얼리만의 특별한 스토리를 완성했다. 그 후 또 다른 컬렉션을 선보이진 않았지만, 고객을 위한 주얼리 제작은 1971년까지 계속되었다.

“내가 다이아몬드를 선택한 것은 최소한의 양으로 최고의 가치를 나타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쥬 드 디아망’ 컬렉션
샤넬 워치가 시작된 1987년으로부터 6년이 지난 1993년, 샤넬은 화인 주얼리 사업부를 개설하고 워치와 화인 주얼리 전용 아카이브를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가브리엘 샤넬의 크리에이션에서 화인 주얼리가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에 그녀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으로 구성된 컬렉션을 구축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가브리엘 샤넬과 주얼리 사이의 의미 있는 스토리를 소개하고, 과거에서 현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뛰어난 장인 정신과 작품을 통해 브랜드의 유산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또한 과거와 현재의 간극을 좁히고, 과거를 비추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결정이기도 했다.

이 프로젝트의 첫 목표는 가브리엘 샤넬이 만든 작품의 소재를 파악하는 것이었다. 그중에서도 개인이 소장한 ‘비쥬 드 디아망’ 컬렉션의 작품을 찾고자 했는데, 다른 하우스와 달리 샤넬은 스케치나 구아슈(Gouache), 주문서, 도안 등을 보관하지 않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특히 그녀가 1932년 11월 포부르 생토노레 아파트에서 공개한 ‘비쥬 드 디아망’ 컬렉션의 미판매 작품을 회수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 미판매 작품은 1929년 월스트리트 대폭락 이후 다이아몬드 시장 부흥을 위해 개별 피스로 해체되어 런던 다이아몬드 협회(Diamond Corporation Limited of London)로 회수되었다.

1932년 언론에 사진이나 기사로 공개된 47개 작품 중 2개만 현재까지 남아 있는데, 개인 소장품인 ‘플륌(Plume)’ 브로치와 하늘에서 떨어진 듯 미드나이트 블루 새틴 상자에 담긴 오리지널 ‘꼬메뜨(Comète)’ 브로치가 그것이다. 이제 샤넬 하이 주얼리의 아이콘이 된 꼬메뜨 브로치는 2000년 제네바에서 열린 경매를 통해 샤넬의 품으로 되돌아왔다. 샤넬은 1993년과 2015년 사이에 오리지널 컬렉션과 동일한 36점의 리에디션 컬렉션을 제작했다. 그뿐 아니라 2009년부터 샤넬 화인 주얼리 크리에이션 스튜디오의 디렉터를 맡아온 패트리스 레게로(Patrice Leguéreau)는 2012년과 2022년에 ‘1932’ 헌정 컬렉션을 선보이는 등 여러 차례 ‘비쥬 드 디아망’의 모던함에서 받은 영감을 활용해왔다. 한편 2013년부터 샤넬 워치메이킹 크리에이션 스튜디오의 디렉터를 맡고 있는 아르노 샤스탱(Arnaud Chastaingt)은 오롤로지와 오뜨 오롤로지에 샤넬의 정신과 구속받지 않는 자유로움을 불어넣었다.

“주얼리가 그 시대의 흔적을 남기듯, 저의 주얼리도 샤넬 주얼리의 흔적으로 간직되기를 원합니다. 물론 그렇게 될 테고요.”

특별함이 원칙이 될 때
샤넬은 가브리엘 샤넬이 제작한 39개 주얼리 작품을 확보하는 등 점차적으로 완결된 패트리모니 컬렉션을 구축해가고 있다. 오늘날은 모던한 컬렉션으로 샤넬 주얼리의 스토리를 이어가는 동시에, 1993년부터 2023년 사이에 제작된 아이코닉한 132개 하이 주얼리 작품이 더해지면서, 컬렉션이 점점 풍성해지고 있다. 가브리엘 샤넬의 스타일리시한 유산이 깃든 각각의 작품에는 다양한 제작 노하우와 착용법 등 기술적으로나 미학적으로 샤넬의 아방가르드 정신을 반영하고 있다. 2012년부터 샤넬은 사자, 밀 이삭, 트위드, 코로만델 병풍, 카페 소사이어티, 지중해 크루즈와 같은 새로운 창의적 주제를 다루며, 때로는 화인 주얼리에서 최초로 소개되는 특별한 현대적 작품을 추가하고 있다. 2012년에는 ‘콘스텔라시옹 뒤 리옹(Constellation du Lion)’이 등장하면서 특별함이 원칙이 되었다. 가브리엘 샤넬의 별자리인 사자자리를 기념한 최초의 하이 주얼리 작품으로 32캐럿 옐로 다이아몬드를 세팅했다. 2021년에는 전설적인 향수 N°5의 100주년을 기념한 ‘컬렉션 N°5’를 통해 독보적인 ‘55.55’ 네크리스를 선보였다. 흠잡을 데 없는 55.55캐럿의 D-FL Type IIa 커스텀 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하고 팔각형 커팅으로 향수 보틀의 스토퍼 형태를 반영한 단 하나뿐인 작품이다. 2023년에는 로즈 골드와 플래티넘 소재를 능숙하게 엮고 진주와 보석 장식을 더한 ‘트위드 쿠튀르(Tweed Couture)’ 플래스트런 네크리스를 선보이며, 샤넬의 상징인 트위드가 샤넬 화인 주얼리 역사에서도 확고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여성과 드레스를 나의 주얼리와 따로 떼어놓고 생각지 않아요. 드레스가 바뀌기 때문에 내 주얼리가 변모할 수 있기 때문이죠.”

모든 곳에 스민 샤넬 스타일
첫 번째 하이 주얼리 컬렉션을 선보인 지 90여 년이 지난 지금, 주얼리에 대한 통념을 혁신했던 가브리엘 샤넬이 오늘날의 방돔 광장 18번지를 찾는다면, 베이지 래커를 칠한 가구와 블랙 라인이 돋보이는 방대한 공간을 발견할 것이다. 이곳에는 400점의 초창기와 현대의 화인 주얼리 피스와 390여 점의 오롤로지 및 오뜨 오롤로지 피스가 보관되어 있다. 가브리엘 샤넬 본인의 작품과 그녀가 영감을 불어넣은 작품의 보고라고 할 수 있다. 또한 1932년 샤넬이 ‘프랑쥬(Franges)’ 네크리스를 전시한 마네킹도 간직하고 있다. 현재 소장 중인 프랑쥬 네크리스는 1993년 화인 주얼리 사업부 출범을 기념해 다이아몬드로 똑같이 재현해낸 복제품이다. 비잔틴 주얼리의 화려하고 다채로운 컬러 모티브도 특징적이며, 샤넬이 남성복에서 차용한 트위드 소재가 놀랍도록 유연한 주얼리 패브릭으로 재탄생한 모습은 경탄을 자아낸다. 또한 샤넬이 행운의 숫자에서 받은 영감으로 제작한 눈부신 55.55캐럿 다이아몬드 피스도 만나볼 수 있다. 가브리엘 샤넬의 시그니처 주얼리 스타일인 풍성함과 다양성을 포용한 이 공간은 작품을 N°5, 까멜리아, 사자, 밀, 남성미와 여성성의 교차, 라인, 별, 쿠튀르, 비잔틴, 코로만델, 장식 등 하우스의 상징적인 테마에 따라 분류하고 있다. 다채로운 요소의 경쾌한 집합으로 언제나 역동적이며 앙상블의 일관성을 잃지 않고 존재감을 드러낸다. 살아 있는 유산이자 해가 갈수록 풍성해지며 끊임없이 진화하는 기억으로, 과거와 미래를 잇는 가교인 샤넬 하이 주얼리 소장품 컬렉션 ’패트리모니’. 이를 통해 자유와 독특함이라는 가브리엘 샤넬의 정신이 유형의 자산으로 오늘날에도 살아 숨 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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