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달린 세계에 대한 이토록 우아한 탐구
부드럽고도 표표한 몸짓을 감상하는 기쁨.
날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그리스·로마 신화에도 극명히 나타나 있다. 이카로스가 새의 깃털을 모아 날개를 만들고 탈옥을 감행한 이야기를 떠올려보자. 새의 날갯짓을 보며 세상을 자유로이 유영하고자 했던 마음은 DNA처럼 우리 피에 흐른다. 나폴레옹의 부인이었던 조세핀 황후 또한 마찬가지였다. 장 자크 루소의 자연 예찬론을 지지한 것으로 유명한 조세핀은 카리브해의 마르티니크섬에서 태어나 자연의 아름다움을 일찍이 알던 이였다. 바다, 식물과 어우러져 살았으며, 하늘길을 오가던 조류에도 조예가 깊었다. 조세핀의 전속 주얼리 세공사이자 쇼메의 창립자인 마리 에티엔 니토(Marie-Étienne Nitot)와 그의 아들 프랑수아 르뇨 니토(François-Regnault Nitot)가 새를 주제로 작품을 내놓은 이유 또한 황후가 매료된 비상의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싶어서였다.
조세핀이 영감을 준 ‘날개 달린 세계’에 대한 탐구는 20세기 초 쇼메의 아카이브 피스에서도 꾸준히 발견된다. 니토의 후계자 쥘 포생(Jules Fossin)이 연구한 새의 머리와 다리의 흔적, 1870년경 프로스페 모렐(Prosper Morel)이 공작새의 깃털을 변형 가능한 ‘드방 드(Devant de)’ 코르사주와 티아라로 만든 것까지 다양한 형태로 남아 있다. 브랜드의 이름이 되기도 한 조셉 쇼메(Joseph Chaumet)가 1880년경 루비와 다이아몬드의 환상적인 조합으로 탄생시킨 ‘허밍버드 아그레뜨(Hummingbird Aigrette)’와 20세기 초 제작한 ‘날개 달린 방도(Winged Bandeau)’는 새에 대한 메종의 뜨거운 관심과 철학을 보여준다. 날개 시리즈는 인기까지 얻은 작품이었다. 1960~1970년대에 이르러서도 쇼메의 작품을 바탕으로 양식화한 깃털 디자인을 선보였으며 당시 제작된 물총새 등의 브로치는 여전히 매혹적이다.
244년간 날개 달린 세계로 이야기를 써온 메종답게, 2024년 새롭게 선보이는 하이 주얼리 컬렉션 ‘쇼메의 하늘(Un Air de Chaumet)’에서는 민첩하고도 우아한 새의 비상을 대담한 터치로 담아냈다. 황금빛 깃털을 의미하는 ‘플룸도르(Plumes d’Or)’, 제비의 우아한 공중 비행을 표현한 ‘발레(Ballet)’, 극락조를 의미하는 ‘파하드(Parade)’, 비상을 의미하는 ‘앙볼(Envol)’까지 총 네 가지 주제로 풀어낸 컬렉션은 부드럽고 표표한 새의 비행을 마주할 기회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플룸도르에선 작은 몸을 들어 비상하기 직전 새의 모습을 그린다. 깃털 모양으로 제작한 다이아몬드 세팅의 화이트 골드와 브러시트 로즈 골드를 번갈아 배치해 새가 날개를 펼쳤을 때 드러나는 오묘한 색의 조합이 연상되도록 연출했다. 쇼메의 시그니처인 티아라를 새롭게 재해석한 작품으로 깃털 한가운데 영리하게 자리한 매혹적인 13.10캐럿 다이아몬드가 모던하면서도 새로운 티아라라는 느낌을 준다. 트랜스포머블 주얼리로 티아라를 총 세 가지 버전으로 착용 가능하다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티아라의 깃털을 슬며시 떼어내면 브로치나 헤어 오너먼트로 스타일링할 수 있으며, 특히 헤어 오너먼트로 착용할 경우 드러나는, 조세핀이 가장 사랑했던 페어 셰이프의 다이아몬드 머리를 가진 새의 형상에 메종의 역사를 숨겨두었다.
발레의 주인공, 제비는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봄을 알리는 전령, 반갑고 고마운 길조로 표현된다. 오스카 와일드의 <행복한 왕자>에서 왕자를 도와준 새나 <흥부전>의 주역이 모두 제비인 것도 그 때문이다. 쇼메가 19세기부터 제비를 통해 여성상을 표현해온 것도 같은 이유다. 어느 봄날 아홉 마리 제비의 우아한 공중 비행을 풀어낸 발레는 쇼메의 라인 아트 수준을 보여주겠다는 야심으로 읽힌다. 브로치를 구성하는 제비의 무작위적 배열이 자연을 예술적으로 재현하고자 한 장인 정신의 극치로, 실감 나는 비행 장면을 담아 내기 위한 노력이 엿보인다. 물론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깃털과 폴리싱 로즈 골드의 부리와 꼬리, 마키즈 컷 다이아몬드로 정교하게 세공한 머리까지, 직관적인 제비의 모양과 호화로운 빛이 눈을 현혹하는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눈부신 자태로 날아오르며 구애하는 극락조의 모습을 표현했다는 파하드 라인의 브로치와 이어커프. 끝으로 갈수록 면적은 넓히고 각도는 좁게 해 강렬하고도 화려한 움직임과 새의 기쁨을 표현한 것이 매우 흥미롭다. 역시 트랜스포머블 주얼리로 헤어 오너먼트로 활용 가능한 브로치와 이어커프로 구성됐으며, 작은 새 모양의 오너먼트는 단독으로 또는 함께 착용할 수 있다. 비상이라는 의미처럼 하늘로 날아오르고 싶은 날갯짓, 그 자체를 담아낸 앙볼 라인. 브로치로도 활용할 수 있는 헤어 오너먼트는 머리칼을 스치는 듯한 가벼움이 사진을 통해서도 느껴질 정도다. 스톤을 드러내지 않는 일루전 세팅에 필레 그레인과 스케일 세팅, 클로즈드클로 세팅 등 섬세하고 구조적인 결합 방식에서 켜켜이 쌓아온 쇼메의 기술이 폭발하는 듯하다. (VK)
-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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