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mm의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에 48개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론진 ‘콘퀘스트’ 워치. 72시간 파워 리저브와 100m 방수가 가능하다. 화이트 셔츠는 자크뮈스(Jacquemus), 플라워 타이츠는 돌체앤가바나(Dolce&Gabbana).
선레이 브라운 컬러의 다이얼과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가 조화롭다. 론진 ‘콘퀘스트’ 워치는 1954년 탄생해 퍼포먼스와 우아함을 좇으며 진화해왔다. 블랙 드레스와 레더 부츠는 지방시(Givenchy).
건축적인 형태가 돋보이는 스테인리스 스틸과 다이아몬드 소재 워치는 론진 ‘미니 돌체비타’. 슬리브리스 톱과 귀고리는 로에베(Loewe), 화이트 팬츠와 실버 힐은 페라가모(Ferragamo).
아이보리 화이트 컬러의 앨리게이터 스트랩이 론진 ‘미니 돌체비타’ 워치의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배가한다.
18K 핑크 골드 캡 200과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로 이뤄진 케이스, 브레이슬릿에 문 페이즈 디스플레이가 특징인 론진 ‘마스터 컬렉션’ 워치. 블랙 터틀넥 니트 톱은 준지(Juun.J), 로고 장식 스커트는 로에베(Loewe), 레더 부츠는 지방시(Givenchy).
18K 옐로 골드 케이스, 그린 컬러 다이얼과 스트랩이 현대적인 론진 ‘돌체비타 컬렉션’ 워치. 블랙 벨벳 코트는 페라가모(Ferragamo).
청량한 푸른색 다이얼이 매력적인 론진 ‘마스터 컬렉션’ 워치. 컬러 블록 보디수트는 가브리엘라 허스트(Gabriela Hearst). 시계는 론진(Longines).
“다음 목표는 역시 금메달인가요?” 두 번째 올림픽 출전을 앞둔 여서정에게 물었다. “그럼요. 결과야 어찌 됐든 목표는 높이 잡아야죠.” 이제 갓 스물을 넘긴 선수의 차돌 같은 대답. 영점이 딱 맞은 총처럼 흔들림 없는 눈동자에서 하나의 목표를 위해 나머지를 포기한 사람의 깨끗한 결기가 전해진다. 하루 일과를 묻자, 대답하려면 긴 호흡이 필요하다는 듯 숨을 ‘흡’ 하고 들이쉰다.
“새벽 6시에 일어나서 1시간 운동하고요. 아침 먹고 10시부터 12시까지 훈련하고, 점심 먹고 물리치료 받고, 다시 3시부터 7시까지 훈련하고, 저녁 먹고 야간 훈련하고…” 도쿄 올림픽 동메달에 이어 세계선수권대회 동메달까지, 여서정이 이룩한 성과 뒤에는 ‘한국 여자 기계체조 역사상 최초’라는 수식이 숙어처럼 따라붙는다. 자신의 이름을 딴 기술 ‘여서정’으로 국제체조연맹(FIG) 기술 승인을 받은 한국 최초의 여자 선수 자리에 올랐다. “‘여자 최초’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아, 내가 열심히 하긴 했구나’ 뒤늦게 실감해요. 올림픽에서는 그동안 남자 체조 선수만 메달을 따왔으니까요. 다만 제가 여자여서, 여자인 덕분에 최초가 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저 열심히 하다 보니 한 분야의 최초가 된 것뿐이죠.”
여서정은 체조 집안에서 태어난 ‘체수저’다. 애틀랜타 올림픽 도마 은메달리스트인 여홍철 선수가 아버지라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 어머니 김채은 씨 또한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체조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유명 선수다. 부모의 ‘체조 DNA’를 그대로 물려받은 여서정은 “탄력이나 순발력은 타고난 편이지만 지구력은 부족하다”고 정확하게 자신을 객관화한다. 평균대 위를 아장아장 걸어 다닐 때부터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그는(놀랍게도 집 안에 평균대가 있었다고 한다) 체조를 배운 지 불과 일주일 만에 꿈나무체조대회에 출전해 일찌감치 재능을 입증했다. 2m가 넘는 철봉에 매달려 앞뒤로 몸을 흔드는 아홉 살 꼬마 여서정부터 2020년 도쿄 올림픽 도마 결선에서 720도 비틀기로 완벽한 공중 연기를 선보이는 국가 대표 여서정, 2023년 세계선수권 단체전에서 발목 부상을 딛고 후배들의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는 대표 팀 주장 여서정까지 유튜브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수많은 여서정을 시간순으로 따라가다 보면 소년의 성장기를 담은 영화 <보이후드>를 보고 난 듯,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뭉클 치밀어 오른다. “어려서부터 집중을 많이 받다 보니 그만큼 압박감에 무뎌진 면이 있어요. 성격도 약간 바뀐 듯해요. 제 MBTI가 ESFP인데, 전처럼 외향적인 편은 아니거든요.”
여서정의 주 종목인 도마는 기계체조 종목 중 가장 짧은 순간에 경기가 이루어진다. 출발에서 착지까지의 시간은 약 4초. 올림픽 도마 선수의 4년은 이 4초의 승부를 위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00분의 1초 차이의 동작으로 메달 색깔이 갈리기도 하는 도마에서 승부는 결국 컨디션 싸움이다. 멘탈 관리는 물론이고, 고질병인 허리 통증과 이따금 찾아오는 발목 통증도 어느 때보다 세심히 다스려야 한다. “주변에서 올림픽은 두 번째니까 덜 긴장되지 않느냐고들 하는데, 오히려 그래서 더 긴장되는 것 같아요. 경기 전날까지 부상 없이 연습에 매진하는 게 목표예요. 지금은 그 생각밖에 없어요.” 정신이 산란할 땐 일단 몸부터 움직이고 본다. 롤모델은 김연아. 큰 무대에서 집중력을 발휘하는 기백, 강한 선수 앞에서 한층 강해지는 그 자신감이 존경스럽다. 금메달이 외적인 목표라면 그만의 내적인 목표도 있다. “단체 경기에서 주장 역할을 잘해내고 싶어요. 2018년 아시안게임 때만 해도 대표 팀 막내였는데 이제 앞장서서 모범을 보여야 하는 위치가 됐죠. 우리 팀은 다행히 개인주의라, 저 없이도 알아서들 잘해내고 있지만요.(웃음)”
달리기, 도약, 회전, 착지. 도마의 어떤 순간을 가장 사랑하느냐고 묻자 여서정이 “무사히 착지하는 순간이죠” 하고 그 찰나의 짜릿함이 생각난 듯 눈을 감았다. 문득 소란스러운 스튜디오가 배경처럼 뒤로 물러나고, 여서정이라는 시대의 여성이 돌올하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듯했다. 깨끗한 결기가 또 한 번 그의 단단한 얼굴을 훑고 지나갔다. (VK)
- 포토그래퍼
- 강혜원
- 패션 에디터
- 신은지
- 피처 디렉터
- 김나랑
- 글
- 강보라(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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