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표영실 ‘보그 리더: 2024 우먼 나우’ 전시의 작가

2024.03.08

#표영실 ‘보그 리더: 2024 우먼 나우’ 전시의 작가

〈보그 코리아〉는 1996년 창간 이래 동시대 여성을 지지하고 찬양하며 그들과 함께 걸어왔다. 3월 28일부터 30일까지 ‘보그 리더: 2024 우먼 나우(VOGUE LEADERS: 2024 WOMAN NOW)’라는 행사를 개최하며 그 역사를 이어간다. 2024년 그 첫 번째 주제는 ‘WOMAN NOW’로, 전통적인 한옥에서 우리가 신뢰하는 여성들이 연사로 나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주목받는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한다. 특히 이번 전시는 1930년대생부터 1980년대생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작가들이 조각, 회화, 사진, 설치미술, 가구공예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으로 참여한다. 이들이 만든 작품, 작가들의 삶에 동지애를 느끼고, 삶의 방향성에 힌트를 얻길 꿈꾼다. 전시작 중 일부만 지면에 담았다. 전시 기획자인 독립 큐레이터 전수연과 참여 작가 윤석남, 차승언, 표영실, 정희승, 황수연, 한상아, 소목장세미, 전현선, 구정아가 〈보그〉 페이지를 빌려 연대의 말을 건넨다.

전수연의 페일 라임 컬러의 실크 코트는 파비아나 필리피(Fabiana Filippi), 스웨이드 소재 도르세이 슈즈는 피에톤(Pieton). 전현선의 컬러 블록 디테일의 실크 캐시미어 드레스와 티 스트랩 펌프스는 가브리엘라 허스트(Gabriela Hearst), 터틀넥 케이프는 레호(Lehho), 조각 같은 골드 컬러 귀고리는 앤아더스토리즈(& Other Stories). 소목장세미의 글로시한 오버사이즈 핏 레이서 재킷, 와이드 턴업 진은 푸시버튼(Pushbutton), 실버 힐은 페라가모(Ferragamo), 왼쪽 귀에 착용한 실버 컬러의 비대칭 후프 링은 앤아더스토리즈, 오른쪽 귀에 착용한 골드 컬러의 클래식 후프 이어링은 톰 우드(Tom Wood). 정희승의 벨벳 소재 코트와 스틸레토 부츠는 페라가모, 화이트 셔츠는 토템(Toteme), 헤링본 팬츠는 레호. 황수연의 오버사이즈 트렌치 코트, 화이트 셔츠는 위크엔드 막스마라(Weekend Max Mara), 진은 토템, 윙팁 투톤 메리 제인 슈즈는 크로켓앤존스(Crockett&Jones at Unipair). 표영실의 와이드 팬츠 점프수트는 레호, 화이트 스니커즈는 아쉬(Ash), 브레이슬릿은 올 블루스(All Blues at Amomento), 스퀘어 아이웨어는 네이티브선즈(Native Sons). 한상아의 오버사이즈 레더 재킷, 플로럴 프린트 롱스커트는 앤아더스토리즈, 스웨이드 웨스턴 부츠는 레이크 넨(Reike Nen), 왼 손목에 레이어드한 브레이슬릿은 렐릭(Relic), 오른 손목에 착용한 뱅글 브레이슬릿은 퓨어블랙 스튜디오(Pureblack Studio). 차승언의 화이트 셔츠는 아르켓(Arket), 오닉스 펜던트의 페블 네크리스는 퓨어블랙 스튜디오, 나파 레더 로브 재킷과 니렝스 스커트는 파비아나 필리피, 슬링백 슈즈는 피에톤.
와이드 팬츠 점프수트는 레호(Lehho), 화이트 스니커즈는 아쉬(Ash), 브레이슬릿은 올 블루스(All Blues at Amomento), 스퀘어 아이웨어는 네이티브선즈(Native Sons).

표영실(1974) 작가는 개인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감정과 내밀한 심정에 관심을 두고 섬세하고 세밀한 필치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형태를 부여한다. 그는 “그림을 그리는 일은 무수히 많은 경험이 내 안의 필터를 거쳐 밖으로 드러나는 과정을 거친다”고 말한다. 그 과정을 통해 작가가 토해낸 이미지는 구체적으로 어떤 대상을 지칭하거나 묘사하지 않는다. 오로지 색채와 흔들리는 섬세한 붓질만으로 쉽게 규정할 수 없는 복합적인 인간의 감정을 표현한다. 담 갤러리, 드로잉룸, 에이라운지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으며 그 외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표영실, 구멍, 2015, 캔버스에 유채, 145×112cm

전시 참여 계기

제목과 글 안에 언급된 최승자 시인의 시가 눈에 들어왔다. 시인의 치열한 날카로움과 무거운 밀도를 가진 뾰족한 상처를 좋아한다. 스무 살 무렵 어린 시절 처음 접한 시인의 시는 지금까지도 그 두근거림을 기억할 만큼 매우 인상적이었다. 문을 닫은 방 안에서 불만 가득한 심정으로 스스로에게 상처를 내던 마음을 이해해주는 것 같았다. 처음의 그 마음은 조금씩 무게와 모양을 달리하며 여전히 한구석에 남아 있고 가끔 마주하는 순간마다 생각을 환기한다.

나의 삶 혹은 예술 활동

몇 해 전 몇몇 후배와 모임을 꾸린 적이 있었다. 그들은 당시 학교를 졸업하고 불투명한 미래에 매우 불안해하며 홀로 작가 생활을 시작한 시기를 지나고 있었다. 우리는 가끔 만나 각자의 그림과 시시콜콜한 시름을 이야기했고, 그 대부분은 지속 가능한 삶과 작업에 관한 것이었다. 그들과 비슷한 심정으로 그 시절을 보냈고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에서 또 살아가고 있다. 다만 그 불안함은 좀 더 무거운 것이 되었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심정도 조금 무거워졌을 뿐. 나는 작가의 작업과 삶이 무언가를 길게 계획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길을 걷는 것처럼. 보이진 않지만 계속 걷고 발바닥의 감촉을 느끼고, 어둠 속을 더듬대지만 잡히는 것은 없는, 그 손길의 흔적만 남아 있는 것. 늘 그 시간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은 바로 나의 눈앞에 주어진 일과 상황에 성의를 다하는 것이다.

공감하고 위로받는 것

다양한 주변에서 위로를 받는다. 때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그렇듯, 가깝고 고마운 친구나 가족에게 혹은 비슷한 생각의 (시각 매체뿐 아니라) 다양한 작품을 만날 때, 짧은 산책길과 먼 밤하늘과 무거운 초록 숲 등등에서, 그리고 내가 만든 나의 작품에도 위로받는 일이 있다. 개인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은 마음을 헤아리는 일이다. 일상의 삶 속에서 앙금처럼 가라앉은, 말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또렷이 실감 나는 난해하고 복잡한 마음을 살피고 가늠해 이미지로 만들고 그것이 화면에 온전하게 그 모양처럼 보일 때 ‘나의 마음’ 한쪽을 보게 되고 나의 생각과 닮은 나를 잘 알고 있는 것 같은 그 이미지에 공감과 위로를 받을 때가 있다.

이 작품을 선보이는 이유

이번 전시의 작품은 인물의 형상을 갖고 있는 이미지다. 평소 작업의 주된 소재로 사용하는 것들은 인물뿐 아니라 집 모양이거나 풍경 혹은 입방체나 둥근 모양처럼 추상적 형태를 가진 것까지 다양한 편이다. 그중 인물의 형태를 띤 것은 소재 특성상 감정 이입이 더 직접적이고 즉각적이다. 그리고 화면에 등장하는 추상적 형태는 각각의 화면마다 조금씩 다른 의미를 가지는데, 이를테면 둥근 모양은 눈이 있었던 흔적이거나 구멍, 물거품이나 가시를 숨긴 먼지 같은 것이 되는 것이다. 이 다양한 추상적 형태가 인물의 형상과 만나 이야기를 만들고 감정과 정서를 증폭시킨다. 얇은 붓질을 여러 번 쌓아 올려 보듬듯, 쓰다듬듯 그려내 완성된 화면 이미지는 그 처음의 시작처럼 감정의 앙금이거나 정서의 파편으로 존재하길 바라며 이를 마주한 관람자는 자신의 안쪽에 존재하는 내밀한 심정을 들추어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작품 제목은 이미지를 설명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이 두 가지가 서로 긴밀하게 연관되도록 선택했다. 제목과 함께 관람할 때 좀 더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소망하는 WOMAN NOW

좋아하는 말 중에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이 있다.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낸다’는 뜻인데, 선입견 없이 무언가를 대하고 바라는 마음 없이 어떤 것을 행한다는 것이다. 말은 어렵지 않지만 실천은 늘 어렵다. 바라는 마음을 거두어내고 오랜 불안과 흔들림이 좀 가라앉고 더 깊고 넓게 바라보는 관조의 시선과 유연하되 단단한 마음이 나에게 장착되길 바란다.

동시대 여성에게

조금 더 어린 시절에는 인생은 어차피 나뿐,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다면 친구는 없어도 된다고 감히 믿었다. 하지만 삶이 무거워질 때마다, 심지어 그 반대의 경우에도 주변 존재들이 감사해졌다. 실제적인 일보다는 심정적으로, 여전히 함께하는 일들은 쉽지 않지만 그렇기에 중요한 가치일지도 모른다. 너무도 당연한 것을 이제야 조금 알게 되었다. 몇 해 뒤 또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나의 마음을 잘 살피고 나의 마음을 잘 살펴주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 나 또한 주변에 부드럽고 섬세하게 조금은 애쓰는 일들이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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