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V&A 미술관의 ‘기쁨과 고통’ 전시

2023.02.20

V&A 미술관의 ‘기쁨과 고통’ 전시

슈즈: 기쁨이자 고통인가?
최근 영국 빅토리아 앤 알버트 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들의 기복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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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ivienne Westwood

로열 블루 빛 구두였다. 하늘만큼 올라간 높이로 중력에 도전하는 듯 했다. 그리고 클로그는 왕실의 권위를 대변하듯 높았고 진주가 박혀있었다.

첫 번째 구두는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디자인으로, 바로 실족으로 인해 유명해졌다. 나오미 캠벨이 1993년 이 구두를 신고 캣워크를 걷다 굴렀기 때문이다. ‘욕실용 클로그’는 고대 이집트의 공동목욕탕에서 나온 것이었다. 목욕탕에 온 상류층 고객들이 바닥에 흥건한 물 위를 걷기 위해 고안해낸 현명한 방법이었다.

ⓒ V&A

ⓒ V&A

두 구두 모두 오늘날 필요하다면 신을 수도 있을 법 했다. 그리고 어떤 희한한 구두 가게 쇼윈도에 진열된 듯 유리 뒤편으로 수많은 구두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발을 꼬집을 듯 너무나 좁은 앞코나 뒤꿈치, 아찔한 굽은 진짜로 신어보는 상상만 해도 너무나 고통스러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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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A

영국 빅토리아 앤 알버트 미술관에서 2016년 1월 31일까지 열리는 <구두: 기쁨과 고통(Shoes: Pleasure and Pain)> 전시를 처음 보았을 때 나는 자그마한 부두아르 안에 뒤죽박죽 쑤셔 넣어진 구두의 카오스에 고개를 내저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한 층 올라가면 나오는 훨씬 더 큰 공간은 특별한 취향은 없으면서 스마트한 구두를 수집하거나 스니커즈를 끝도 없이 모으는데 집착하는 사람들을 위해 내어진 것 같았다.

꼭대기 층은 구두에 미친 이멜다 마르코스를 패러디한 장소 같았다. 이멜다가 필리핀에서 도망쳐 나왔을 당시 발견된 1,300여 켤레의 구두 중 하나인 것 같은 반짝이는 은색 슬링백은 가장 눈에 띄는 자리에 놓여있었다. 메인 플로어에 전시된, 페티시즘과 데카당스를 넘나드는 ‘벨벳 언더그라운드’ 분위기의 섹션은 인스타그램의 성지처럼 보였다. 나중에야 나는 V&A 미술관 규칙 상 사진을 찍지 못하게 되어있다는 걸 깨달았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러한 공식적인 금지는 유용했다. 열혈 팬들에게 큐레이터 헬렌 페르손이 엮고 V&A 미술관이 발간한 관련서 <슈즈: 기쁨과 고통>을 사도록 부추겼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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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tate of Helmut Newton/Maconochie Photography

우리가 발에 대해 갖는 삐딱한 욕망에 관한 모든 이야기는 책 표지에서부터 시작된다. 바로 헬무트 뉴튼이 1995년 미국 <보그>를 위해 찍은 그 악명 높은 사진이다. 이 사진에서 모델 나디아 아우어만은 말도 안되게 높은 하이힐을 신고 은색 목발과 두 남자의 도움을 받아 돌계단을 오르고 있다. 이 책은 호사스러운 아래층에서 제한된 규모로 열리는 전시회로서는 할 수 없는 역할을 맡고 있다. 독자들은 책을 통해 완전히 창의적인 신발이란 없다는 걸 이해하게 될 것이다. 특히나 기원전 30년부터 서기 300년 사이 쯤 만들어진 금박구두와 파피루스 샌들을 보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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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sney 2015

심지어 신데렐라와 유리구두를 놓고 간 앙증맞은 발을 찾으려는 잘생긴 왕자의 이야기 조차 원형의 이야기를 지닌다. 한 그리스의 역사학자에 의해 서기 1세기에 기록된 이집트의 전설에 따르면, 아름다운 소녀 로도피스가 목욕을 하는 사이 독수리 한 마리가 그녀의 금박구두를 낚아채어 멤피스까지 날아간다. 그리고 이 구두를 파라오의 무릎 위에 떨어뜨려 이 파라오가 구두의 주인을 찾아 헤매다 결국 로도피스와 결혼한다.

물론 신데렐라는 설화의 역사 속에서 여러 변형된 모습으로 등장한다. 한 걸음을 내디디면 7리그(21마일)를 걸을 수 있다는 ‘세븐 리그 부츠’도 그 중 하나다. <신분>이라 이름 붙여진 장은 마리 앙투아네트가 소유했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펌프스들을 포함해 궁중화에 초점을 맞췄다. 흥미롭게도, 이 사치스러운 프랑스 왕비가 슈홀릭이라는 증거는 없다. 이야기는 그저 베르사이유 궁의 호사스러움이라는 아이디어에 들어맞을 뿐이다. 빅토리아 여왕의 구두는 작고 앙증맞아서, 작디 작은 실크 구두를 신은 빅토리아 여왕과 귀족 여성들의 발은 마치 걸을 필요 없는 운명을 타고났다는 것을 증명하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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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nolo Blahnik

여러 시대를 거쳐 문자 그대로 하이힐 위에 ‘올라 타’ 있던 귀족들의 자리는 이제 셀레브리티들이 대신하고 있다. 새천년을 맞아 셀레브리티가 신은 구두 브랜드의 부흥을 이끈 주인공은 <섹스 앤 더 시티>에서 ‘마놀로’ 구두들과 사랑에 빠진 캐리 브래드쇼로 분한 사라 제시카 파커다. 마놀로 블라닉이 이미 1974년 데이비드 베일리가 촬영한 사진으로 영국 <보그>의 표지를 장식한 적이 있다 하더라도, 마놀라 블라닉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가져다 준 것은 바로 이 미국 드라마였다. 이제는 크리스찬 루부탱의 빨간 구두 밑창이 한때 주디 갈랜드가 <오즈의 마법사>에서 신고 나온 루비구두가 불러일으키던 마법의 힘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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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urtesy of 2015 Bata Shoe Museum

1970년대는 높은 굽을 가진 남성구두가 다시 등장한 시대다. 남자 하이힐은 훨씬 이전의 세기에서는 궁중생활의 일부였다. 1973년도 14센티의 굽에 별무늬를 한 글램록 풍의 슈퍼 하이 플랫폼 부츠는 ‘킥 애스(kick-ass)’ 부츠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었다. 아마도 관람객들은 어두운 구두동굴 안에서 그 글씨를 읽지 못했겠지만 말이다. (나는 내 스마트폰에 있는 손전등 어플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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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A

V&A 미술관은 패션공간을 여기저기 휘젓고 다니는 대중들에게 좀더 적합한 장소로 제공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내가 V&A의 전시 디자인을 보고 당혹스러움을 느낀 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10개월의 장정을 마치고 지난 3월에 막을 내린 <웨딩드레스: 1775-2014>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었다. 그러나 구두의 경우, 그토록 작고 섬세한 오브제 사이에서 세계대전 당시 페라가모에서 나온 멀티컬러 플랫폼 샌들과 같이 가장 유명한 보배들은 겨우 몇몇만 찾아볼 수 있었다. 또한 프라다의 구두들은 책을 제외하고는 눈에 띄지조차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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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ada

큐레이터의 의도대로 새로이 모습을 드러내는 보물들도 있다. 아주 오래 전 샌들로 보자면, 서기 1세기 테라코타로 된 아프로디테 조각상 구두는 2011년도 일본 디자이너 노리타카 타테하나가 나무 위에 가죽과 크리스탈을 입혀 만든 ‘크리스털 레이디 포인트’ 플랫폼 구두와 그리 달라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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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ritaka Tatehana

이 모든 구두와 부츠가 걷기 위해 만들어졌을까? 섹스와 구두 간의 관련성은 우리 시대에 탄생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헬렌 페르손은 구두의 세계에 분명한 족적을 남긴 페티시즘을 한 단계 더 깊이 탐구했다. 나는 이번 전시의 메인 스폰서가 190년된 영국기업 클락스이며 1272년부터 영국의 구두 무역에 관여해왔던 유명한 기업 코드웨이너가 함께 후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 3의 서포터가 존재한다는 점을 알고 깜짝 놀랐다. 바로 도발적인 속옷을 만들어내는 란제리 브랜드 아장 프로보카퇴르다.

책의 경우 여러 컨트리뷰터 덕에 작가는 전시회만으로는 불가능했을 방식으로 페티시즘에 대해 깊이 파고들 수 있었다. V&A 미술관의 디렉터인 마틴 로스는 점잖게 이야기한다. “고통과 섹스, 그리고 스타일 간에는 지속적인 관련성”이 있다고. 이 에로틱한 아이템을 여성 디자이너가 만들어낸 경우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고무와 유리섬유, 가죽으로 만들어낸 아주 괴이한 작품이나 셀린느의 피비 필로가 만든 하얀 밍크를 두른 풀사이드 샌들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피비 필로의 디자인은 원형을 가지고 있는데, 1938년 앙드레 페루지아가 엘사 스키아파렐리를 위해 만든 초현실적인 앵클부츠가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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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A

여성 디자이너가 만든 뛰어난 구두들도 있다. 미우치아 프라다가 가장 확실한 예일 것이다. 위층에서 방영되는 영상인터뷰에서는 지미 추의 산드라 최와 캐롤린 그로브스가 마놀로 블라닉, 마크 하레, 그리고 크리스찬 루부탱과 함께 등장했다. 이 짧은 영화들을 모두 볼 수 있다면, 구두제작과정을 보여주기 위해 개별적인 구두 굽으로 가득 찬 워크숍 진열창이나 구두 전시로는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는 부분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 환상적인 구두전시에 여전히 넋이 나가있다. 그러나 앞으로 5개월동안 V&A미술관이 이 뛰어난 전시에 ‘기쁨’을 더 많이 더하고 ‘고통’을 덜어내는 방향으로 전시방식을 새로이 바꿀 수 있다면 좋을 듯 하다.

ⓒ V&A

ⓒ V&A

ⓒ V&A

ⓒ United Nude

ⓒ South End Museums

ⓒ V&A

English Ver.

Shoes: Pleasure and Pain??
The highs and lows of the V&A’s current show

The shoes were royal blue, as sky high on their platforms – and also as gravity-defying – as a pair of clogs elevated to royal grandeur and studded with mother-of-pearl.?

The first pair was by Vivienne Westwood, made famous by a fall: Naomi Campbell tumbled on the catwalk when wearing them back in 1993. The ‘bath clogs’ came from a historic Egyptian hammam – a smart way for high society bathers to raise themselves above the water slewing across the floor.

Both pairs of shoes could, at a pinch, be worn today. And there were many other shoes displayed behind glass, as if in some crazy shop window, where the pinch of ultra-narrow toes or grips at the top of vertiginous heels looked too painful to imagine actually being worn.

The first time I saw Shoes: Pleasure and Pain at the Victoria and Albert Museum (which runs until 31stJanuary 2016) I left shaking my head at the apparently chaotic jumble of footwear crammed into a small-ish boudoir of an area; followed by a much bigger space upstairs devoted to people with no particular taste but an obsession in collecting smart shoes or endless pairs of sneakers.

The top floor seemed like a parody of the shoe-mad Imelda Marcos, whose silvered and sparkling sling-backs, presumably one of the 1,300 pairs found when she fled the Philippines, have pride of place. The main floor’s ‘velvet underground’ of displays, with more than a whiff of fetishism and decadence, seemed like Instagram heaven, until I realised that under V&A rules, visitors are not allowed to take pictures. But this public ban might be a good thing – if it encourages an eager audience to buy the accompanying book, Shoes: Pleasure & Pain, edited by curator Helen Persson and published by the V&A.

The entire story of our perverse fascination with feet starts with the book’s cover: Helmut Newton’s infamous 1995 image for American Vogue, of model Nadja Auermann climbing stone steps in impossibly high heels, helped by two men and a pair of silver crutches. The book does what the display, with its limited if luxurious downstairs space, cannot. It enables the reader to understand that when it comes to footwear, there is nothing new under the sun. Especially not the gilded leather and papyrus sandal made somewhere between 30BC and 300CE.

Even Cinderella and the handsome Prince’s urge to find the dainty foot that left behind the glass slipper has a predecessor: an ancient Egyptian legend, recorded in the first century CE by a Greek historian, in which an eagle snatched the gilded slipper of Rhodopis while she bathed, flew to Memphis, and dropped it in the lap of the Pharaoh, who declared he would not rest until he found its owner and married her.

Cinderella is, of course, present in a display of ‘Transformation’ shoes from folklore history, including ‘Seven-league boots’, which enabled the person wearing them to walk a vast distance (seven leagues) with each step. A section called ‘Status’ focuses on court shoes, including those that may or may not have belonged to Marie Antoinette. Intriguingly, there is no proof that the profligate French queen was a shoe-aholic. The story just fits in with the idea of the lavishness of the court at Versailles. Queen Victoria’s footwear was dainty, as if she and noble women in their silken, dainty slippers set out to prove that they were not meant for walking.

The elevated (literally) place of royalty through the ages on heeled shoes has now been taken over by celebrities. The rise of the celebrity shoemaker in the new millennium came with Sarah Jessica Parker as Carrie Bradshaw in Sex and The City, in love with her ‘Manolos’. Although Manolo Blahnik had made the cover of British Vogue, photographed by David Bailey, back in 1974, it was the American television show that catapulted him to global fame. Now Christian Louboutin’s scarlet soles have the magic quality once evoked by Judy Garland’s ruby slippers in The Wizard of Oz.

The 1970s were the era that brought back men’s shoes with heels – something that had been part of court life in earlier centuries. A glam-rock, super-high platform boot from 1973 with a 14cm heel, patterned with stars, is described in the exhibition as a ‘kick-ass boot’ – although the viewer might not be able to decipher that in the dark den of shoes. (I used the torch app on my smart phone.)

What can the V&A do to give its fashion area a more appropriate space for the public shuffling through? This is not the first time that I have felt frustrated by the V&A’s exhibition design. WeddingDresses 1775-2014, which closed in March after ten months, had a similar problem. But in the case of shoes, such small and often delicate objects, I could barely find some of footwear’s most famous gems: like the Ferragamo multi-coloured platform sandals from the wartime years. I never even saw the Prada contribution, except in the book.

There are treasures to uncover, as the curator has done. When it comes to sandals almost as old as time, there is Aphrodite in a terracotta statue from the first century CE in footwear not so very different from the 2011 ‘Crystal Lady Pointe’ platforms made in leather and crystal over wood by Japanese designer Noritaka Tatehana.

Are all these shoes and boots made for walking? The relationship between sex and shoes is not an invention of our time. But Helen Persson digs deep into the fetishism that apparently steps forward in footwear. I was surprised to see that although the show’s main sponsor is Clarks, a 190-year-old British company, with support from the Worshipful Company of Cordwainers, involved in the British shoe trade since 1272, there is a third supporter of this exhibition: Agent Provocateur, the lingerie brand creating provocative underwear.

Because the accompanying book has several contributors, the writers can delve deeply into shoe fetishism in a way that would be impossible in the exhibition itself. As the V&A’s Director, Martin Roth, politely puts it: there is “an enduring link between suffering, sex and style”. If any of these erotic items were created by female designers, I did not find them – unless you count the seriously weird creation in rubber, fiberglass and leather by architect Zaha Hadid; or the pool-side sandals lined in white mink by Phoebe Philo for Céline. The latter pair had an ancestor in the Surrealist ankle boots created for Elsa Schiaparelli by André Perugia in 1938.

There are exceptional shoes by women designers – Miuccia Prada being the most obvious example, while Sandra Choi of Jimmy Choo and Caroline Groves are included with Manolo Blahnik, Marc Hare and Christian Louboutin in the film interviews staged on the upper floor. If it were possible to listen and look at all these mini movies, they would give an insight not always apparent in the shoe presentations or the workshop windows full of individual heels showing how shoes are made.

I remain entranced by this display of fantastical footwear. But with five months to go, I wish the V&A could re-do the presentation to make this exceptional exhibition more of a ‘pleasure’ – and less of a ‘pain’. ?

    에디터
    수지 멘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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