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F/W 파리 패션 위크 DAY 1
2024 F/W 패션 위크의 종착지, 파리의 문이 열렸습니다. 앞으로 3월 5일까지 매일 패션계 거장들이 올 가을과 겨울을 위한 룩을 선보입니다. 가볍게 디올과 생 로랑으로 패션 위크 1일 차를 시작합니다.
디올(@dior)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가 지금은 잊힌 1967년 미스 디올을 되살렸습니다. 1967년 마르크 보앙이 처음 탄생시킨 기성복 컬렉션이었죠. 키우리는 1960년대 후반의 A라인 미니 드레스와 맥시 드레스, 인테리어 디자이너 가브리엘라 크레스피(Gabriella Crespi)의 작품을 보드에 붙여놨습니다. 패션 민주화 시대 1960년대에 반한 건 당연한 수순이었을까요? 여성을 위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오던 키우리는 자신을 꽉 조이던 디올의 시그니처 바 재킷도 벗어 던졌습니다. 모든 재킷과 아우터웨어에 허리 라인을 지웠으며, 모델에게 헐렁한 바지, 낮은 블록 굽의 부츠와 걷기 편하도록 디자인한 신발을 신겼습니다. 여기에 미니스커트 세트, 민소매 톱, 블랙 터틀넥, 흔들리는 골드 펜던트 목걸이까지 스타일링 전반에서 1960년대 감성이 묻어났습니다. 누군가 떠오르지 않나요? 이날 런웨이에도 세르주 갱스부르와 제인 버킨이 부른 ‘Je T’aime… Moi Non Plus’가 흘러나왔죠. 아주 영리하면서도 시의적절한 선택이었습니다.
생 로랑(@ysl)
‘이 옷을 입고 다닐 수 있을까요?’ 안토니 바카렐로는 누군가 질문을 던지기도 전에 “제작에 대해서는 묻지 마세요. 말씀드릴 수 없으니까요”라고 말하며 온화한 웃음을 보였습니다. 화려하고 부드러운 팬츠 수트 몇 벌을 제외하고는 입을 수 있는 옷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스타킹 원단으로 컬렉션을 채웠기 때문이죠. 지난 2년간 런웨이는 시스루가 장악했습니다. 코로나 이후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패션계의 움직임과 신체 긍정성 등을 합친 결과물로 셀럽들의 레드 카펫을 화려하되 아주 시끄럽게 만들었죠. 그리고 모두가 시스루에 질려 떠날 때 생 로랑이 다시 이 원단이 얼마나 시크하고 급진적인 것인지 보여주었습니다. “지금은 너무 많은 것이 똑같아 보여요. 저는 이전에 해본 적 없는, 저를 흥분시킬 수 있는 무언가를 제안하고 싶었습니다. 그게 제 일이죠.” 바카렐로가 말했고, 그는 보우넥 블라우스, 펜슬 스커트, 드레이프 드레스까지 완벽하게 제어된 실루엣으로 그 말을 증명했습니다. 펄럭이는 시스루 드레스를 비웃듯 이 찢어지기 쉬운 원단으로 장인 정신을 과시했죠. 속살이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듯이.
#2024 F/W PARIS FASHION W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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