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F/W 파리 패션 위크 DAY 7
지구와 우주, 과거와 미래, 해체와 결합, 환경과 기술. 경계는 희미해졌고, 이야기는 더 깊어졌습니다. 파리 패션 위크 7일 차, 오늘의 쇼를 소개합니다.
스텔라 맥카트니(@stellamccartney)
쇼는 지구의 장엄한 풍경을 담은 영상으로 시작됐습니다. 배우 올리비아 콜맨과 헬렌 미렌의 목소리를 타고 흘러나온 ‘Mother Earth’가 보낸 메시지, 환경 선언문과 함께요. 어쩌면 기후 문제를 이야기하기엔 너무 늦었다고 여길지도 모릅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쇼가 열린 파리만 봐도 그렇습니다. 춘분이 2주나 남았건만 벌써부터 목련이 활짝 피었거든요.
하지만 맥카트니는 마냥 우울해하지 않았습니다. “이 산업이 가장 해로운 산업 중 하나라는 걸 상기시키려고 왔어요. 하지만 사람들을 절망하게 하거나 두려움에 떨게 할 생각은 없습니다”라고 그녀가 말했듯 컬렉션도 최대한 긍정적이고 경쾌하게 풀어냈죠. 범접할 수 없는 럭셔리 무드를 연출하지도 않았습니다. 대신 입는 재미가 쏠쏠해 보이는 피스와 스타일링으로 가득했어요. 지속 가능성을 위해 화려함을 꼭 희생할 필요가 없다는 걸 증명했죠. 테일러링 솜씨는 언제나 그랬듯 근사했습니다. 1970년대 사무실에서나 마주할 법한 파워 숄더 수트는 가뿐하지만 강인해 보였어요. 니트웨어의 입지는 더 확고해졌습니다. 재생 캐시미어 소재를 활용한 하이넥 드레스와 바닥까지 닿는 스카프, 컬러풀한 색감은 컬렉션에 활기를 불어넣었죠. 크리스털 디테일은 맥카트니의 끌로에 2000 S/S 컬렉션이 떠올랐습니다. 에코 가죽 챕스를 더한 청바지와 선언문의 후렴구이자 마지막 구절, ‘About F*cking Time’을 새긴 탱크 톱 룩도 눈에 들어왔고요. 무엇보다 컬렉션을 이룬 소재 대부분이 재활용, 친환경 소재라는 사실이 새삼 반가웠습니다. 그 충실함과 신중함에 응원을 보낼 수밖에 없었죠.
록(@rokhofficial)
황록은 언제나 후기 해체주의자였습니다. 잘게 쪼갠 트렌치 코트와 수트, 코르셋 등을 재료 삼아 자신만의 이야기를 풀어내죠. 1990년대와 2000년대, 텍사스와 런던에서 지낸 추억을 비롯해 오피스 룩부터 칵테일 웨어까지 아울러왔습니다.
이번 컬렉션은 더 자유롭고 로맨틱해졌습니다. 몇 가지 디테일만 훑어봐도 금세 눈치챌 수 있죠. 태피스트리와 프린트로 재현한 후기 르네상스 매너리스트의 그림, 밀리터리 요소, 빅토리아 시대의 흔적까지! 이질적 요소를 날렵한 테일러링과 함께 자르고 이어 붙였습니다. 결과물, 아니 작품은 아름다웠어요. 눈 부분에만 구멍을 쏙 뚫은 태피스트리 룩도 인상 깊었지만요. ‘할머니 이불’을 연상케 하는 꽃무늬 패턴 코트, 레이스로 감싼 페티코트와 뜨개질 꽃으로 장식한 재킷 등 하나하나 가만히 뜯어보고픈 룩의 향연이었습니다.
코페르니(@coperni)
우뚝 솟은 기둥, 텅 빈 공간, 희뿌연 연기 사이로 코페르니의 2024 F/W 쇼가 착륙했습니다. 쇼는 아르노 바양(Arnaud Vaillant)이 “이번 컬렉션은 공상과학에 대한 찬사입니다”라고 말했듯 곳곳에 배치된 SF 디테일을 발견하는 재미로 쏠쏠했죠. 모델들은 마이크로 핸드백을 증거물처럼 넣은 지퍼 백을 손에 쥐었습니다. <X 파일> 시리즈의 주인공처럼요. 별과 UFO 모양의 스틸레토가 무대를 누볐고, 비행접시와 토성 고리를 연상케 하는 드레스가 등장했습니다. 실버 컬러 재킷과 은박지를 이어 붙인 듯한 드레스에서는 우주 담요가, 블루와 그린 컬러의 인조 모피 코트에서는 SF 영화 속 외계인의 피 색깔이 떠올랐죠.
화룡점정은 영화 <가타카>의 주드 로처럼 차려입은 레온 데임이 스와이프 백을 들고 걸을 때였습니다. 들었다는 표현이 어울릴지 모르겠군요. 무게가 겨우 33g에 불과했으니까요. 백은 나사에서 별 먼지 수집에 사용한 실리카 에어로겔로 만들었습니다. 쉽게 말해, 99%의 공기와 1%의 유리로 구성된 백이죠. 공상이 아니었습니다. 코페르니의 상상력과 기술력이 만들어낸 현실이었죠.
#2024 F/W PARIS FASHION W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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