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올 메종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봄을 담은 집
넘치는 아름다움을 긍정하는 코르델리아 드 카스텔란의 파리 아파트가 문을 활짝 개방했다. 디올 메종에서 그녀가 창조한 꽃무늬 패브릭처럼 사랑스럽고 낭만적이다.
원숭이, 대리석, 음악과 현대미술. 디올 메종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코르델리아 드 카스텔란(Cordelia de Castellane)의 새 파리 아파트에서는 이 네 가지 요소를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 아파트에 들어서자 원숭이를 의인화한 장식이 그중 제일 먼저 인사를 건넸다. 카나주 프레임에 매달려 악기를 연주하는 일에 열중하는 원숭이들은 아티스트 아론 영(Aaron Young)의 대형 유화 작품을 마주 보고 있었다.
이런 첫인상이야말로 디올과 디올 메종의 활기 넘치는 리더이자 예술가인 카스텔란다운 방식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지점이다. 카스텔란의 집은 그녀의 스케치 작품과 소중한 가보, 20년 동안 직접 수집한 가구와 책, 온갖 직물,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어우러진 분위기에 펑키한 감성을 더하는 기묘한 현대미술품이 어우러지며 확고한 개성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인생이나 일에 대해 계획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요.” 카스텔란이 조부모가 사용하던 커다란 체리색 소파에 몸을 웅크린 채 말했다. “느낌에 의존해서 일하는 경우가 많고, ‘토탈 룩’도 별로 선호하지 않죠.”
하지만 카스텔란이 물려받은 유산에는 분명 귀족적인 화려함이 서려 있다. 살바도르 달리, 장 미셸 프랑크(Jean-Michel Frank)의 친구이자 건축 및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에밀리오 테리(Emilio Terry), 디올 주얼리 디자이너 빅투아르 드 카스텔란(Victoire de Castellane)이 전부 그녀의 친척이다. 그리스인 어머니 아탈란타(Atalanta) 역시 인테리어 디자이너였는데 그녀는 칼 라거펠트의 오른팔이었던 질 뒤푸르(Gilles Dufour)의 절친한 친구였다. 질 뒤푸르는 카스텔란이 열다섯 살일 때 샤넬에서 인턴십을 할 수 있도록 주선해주기도 했다. 1년 뒤 학교를 그만두고 엠마누엘 웅가로에 취직한 카스텔란은 꾸뛰르 아틀리에 바닥에서 핀 줍는 일부터 시작해 홍보 부서 임원으로 승진했다. 9년 뒤에는 회사를 떠나 아동복 회사 CdeC를 설립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2012년 디올의 운명적인 러브콜을 받게 된다.
무슈 디올에 대해 얘기할 때는 그가 여전히 살아 있는 것처럼 애정을 쏟아 이야기하는 카스텔란은 그에게 특별한 유대감을 갖고 있다. “디올에서 그는 저의 단짝 친구와도 같았어요.” 카스텔란이 말했다. 무슈 디올은 카스텔란이 1년에 다섯 가지 아동복 컬렉션과 홈웨어를 디자인하고, 디올이 베니스에서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갈라 디너를 기획할 때 머릿속의 지침이 되어주는 든든한 존재였다. 그녀와 무슈 디올의 공통점은 또 있다. 바로 정원 애호가라는 것. 카스텔란 역시 파리 북부에 자리한 시골 농장에서 직접 기른 꽃으로 집 안을 가득 채우곤 한다. “꽃은 저에게 가장 소중한 영감의 원천이에요. 찰나에 피어나면서도 넘치는 매력과 아름다움으로 영원한 잔상을 남기죠.” 카스텔란은 무슈 디올의 취향을 사랑한다. “우리 둘 다 물병자리예요. 미신을 잘 믿죠.(웃음)” 그러고 보니 복도를 가득 채운 원숭이들이 단지 인테리어만을 위한 것이었을까? 무슈 디올은 원숭이가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믿었고 컬렉션에 영감을 주는 요소로도 자주 사용했다. “그리고 저는 그리스인이기도 하죠.” 그녀가 손목을 가득 채운 행운의 팔찌를 자랑하며 말했다.
그녀의 새 파리 아파트 역시 무슈 디올의 격언을 그대로 따른 것처럼 보인다. 그는 회고록에서 “흠잡을 데 없이 꾸민 인테리어보다는 시간이 지나면서 집주인의 존재와 변화에 따라 점진적으로 발전하는 섬세하고 활기찬 인테리어를 선호한다”고 썼다. 물론 이제 이사한 지 겨우 한 달밖에 안 된 그녀의 새집은 변화와 역사를 담아내기엔 한계가 있지만 말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카스텔란은 변덕이 ‘심한’ 편이다. 2006년부터 같은 동네에 있는 3층짜리 다세대주택에서 쭉 살아온 그녀는 지난여름 갑자기 이사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는 4개월 동안 새 보금자리를 찾아 헤맸다. 그러던 어느 날 웹사이트에 올라온 매물을 보고 점심때쯤 곧바로 그 집을 찾아갔고, 오후에는 모든 계약을 끝냈다. 그곳이 바로 이 집이다. “분위기가 너무 좋았어요. 평면도를 자세히 들여다본 것은 아니지만 느낌이 왔죠.” 그녀가 회상했다.
내가 카스텔란을 만난 것은 2022년 9월 말쯤이었다. 그녀가 할머니에게 물려받은 오스트리아산 레이스 커튼을 투과해 거실 살롱으로 들어오는 빛이 집 안의 앤티크 가구와 모던한 소품이 어우러진 공간을 환하게 비추던 광경이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난다. 크림색 부클레 울로 덮인 L자형 빈티지 소파를 표범 무늬 러그 위에 다소곳이 배치하고, 부모님에게 열여덟 살 생일 선물로 받은 가루스트앤보네티(Garouste&Bonetti)의 거울 조각을 거대한 중국풍 창문 사이에 걸어둔 감각도 인상적이었다.
메인 침실은 조금 더 아늑한 분위기가 흘렀지만 여전히 보헤미안 무드가 짙게 느껴졌다. 메종 테베농(Thevenon)의 스트라이프 꽃무늬 패브릭으로 칠한 벽과 초록색 벨벳에 소용돌이 모양의 금속 장식이 빈티지하게 어우러지는 침대 헤드보드가 특히 아름다웠다. 이어 디올 행사를 위해 그녀가 만든 부채도 걸려 있었으며 고풍스러운 벨기에산 타일이 깔린 꽃으로 장식된 욕실과 슈마허(Schumacher) 벽지로 장식한 세룰리안 블루 드레스 룸이 등장했다. 칼 라거펠트가 손수 디자인한 샤넬 수트를 입은 베어브릭이 화장대 위에서 카스텔란의 빈티지 샤넬 및 엠마누엘 웅가로 컬렉션을 수호하고 있었다. 최근 집에 새롭게 들여온 디올의 프린트 작품과 사촌 빅투아르가 디자인한 주얼리까지도.
다이닝 공간 벽지 위의 만발한 꽃처럼 풍성하고 화려하게 펼쳐진 테이블 세팅은 카스텔란이 파리 벼룩시장을 돌아다니며 하나씩 모은 방대한 무라노 컬렉션과 빈티지 디올 메종 식기(“조금 전에 무슈 디올이 사용했던 아름다운 녹색 말라카이트 식기를 구입했어요!”)를 아우르고 있었다. 이 한 장면만으로도 안주인이 카스텔란이라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느긋한 저녁 식사를 일찍 마무리하고 7시 30분이면 잠옷 차림이 되죠.(웃음)” 가끔 단골 식당인 르 볼테르(Le Voltaire)에서 식사를 하기도 하지만 집에 있을 때면 말이다. “아주 가끔,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거의 외출하지 않아요.”
카스텔란이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루아즈(L’Oise) 하우스에 요청해 거실 한가운데 설치한 커다란 라탄 테이블 주변이다. 이곳에서 그녀는 친구에게 선물 받은 오래된 메스플라스크 안에 표본처럼 전시한 꽃을 바라보며 저녁 내내 새로운 패턴을 디자인한다. “아름다움에 둘러싸이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죠. 밤만 되면 바로 이 창문 앞에서 영원히 깨지 않을 아주 환상적인 꿈을 꾼답니다.” (V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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