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 애드와 아보아의 컬러풀한 런던 아지트
타고난 센스와 미감을 겸비한 모델 애드와 아보아가 아이디어 뱅크인 디자이너 베아타 헤우만을 불러들이자 발생한 기분 좋은 소요. 런던의 평범한 타운 하우스가 총천연색의 보물로 가득한 예술적인 아지트로 거듭났다.
모델이자 배우, 개인적인 아픔과 우울을 이겨내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활동가로 활약 중인 1992년생 애드와 아보아(Adwoa Aboah). 그녀의 새 보금자리로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빅토리아 시대의 현관문은 완벽한 속임수다. 검게 칠한 문을 보면 누구나 집주인이 간결하고 미니멀한 취향의 소유자일 거라고 짐작하겠지만 안에 펼쳐진 광경은 그 모든 상상을 뒤엎는다. 사랑스러운 분홍빛 벽에 아프리카 예술을 오마주하는 알록달록한 국기(이는 아보아가 가나와 영국의 이중 혈통을 가졌음을 드러내는 단서이기도 하다)가 걸린 출입구만 봐도 그렇다. 아직까진 집주인의 취향을 확실히 간파할 수 없지만 그가 미니멀리스트는 아니라는 사실만큼은 확실하다. “문을 열자마자 눈길을 확 잡아 끄는 아이템을 정면에 배치하고 싶었어요. 이 한 장면만으로 집에 대한 인상이 결정될 테니까요.” 아보아가 거대한 깃발을 끼운 액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전부 저와 여동생, 아버지가 오랫동안 공들여 수집한 컬렉션이에요.”
5년 전 아보아는 아버지 찰스(Charles)와 예술가이자 모델로 활동하는 동생 케세와(Kesewa)와 함께 이 4층짜리 붉은 벽돌집에 처음 입성했다. 웨스트 런던에 있는 부모님 집에서 최대한 가까이에 구하려고 했지만 마음에 드는 곳을 찾지 못하다가 만나게 된 운명 같은 집이었다. 전기도, 난방도 온전하지 않은 낡은 집이었지만 아보아는 심상치 않은 예감에 사로잡혔다. “우리 가족은 이 집에 들어서자마자 의미심장한 눈빛을 교환했어요. 무너져가는 집이었지만 저 역시 ‘여기가 바로 내 집이다’라고 직감했죠.”
영국 <보그>를 비롯해 수많은 패션 잡지 커버를 장식하고 샤넬과 버버리 등 럭셔리 브랜드의 얼굴로 활약하며 개성과 실력을 뽐낸 아보아는 집에 대해서도 확실한 로망을 갖고 있었다. “모델하우스처럼 보이는 ‘멀쩡한’ 집은 원하지 않았어요. 온갖 패턴과 총천연색으로 가득한 공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영향일까요? 집 안의 모든 것이 서로 전혀 어울리지 않는 평범하고 소박한 집이었죠.(웃음) 그런데 어느 순간 바로 그런 곳이야말로 내가 평생 살고 싶은 집이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남다른 추진력의 소유자인 아보아는 곧바로 건축 디자이너 루이스 케인(Lewis Kane)과 함께 리모델링 작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런던과 로스앤젤레스를 오가야 하는 바쁜 일정을 별 탈 없이 소화하며 일을 진행하려면 아무래도 또 한 명의 전문가가 필요했다. 그리고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창의적인 인테리어 디자이너 베아타 헤우만(Beata Heuman)보다 완벽한 적임자는 없었다. <AD>가 선정한 100인의 인테리어 디자이너 중 한 명인 헤우만은 유쾌하고 대담하며 무엇보다 색다른 미감으로 집에 생명력을 불어넣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 “헤우만이 색상, 패턴, 구성 등 모든 면에서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점이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어요.” 아보아가 회상했다. 헤우만과 그녀의 동료 포스카 마리아니(Fosca Mariani)는 일찍이 이 작업이 아주 도전적인 협업이 될 것임을 짐작했다. “아보아는 스타일에 대한 감각이 아주 비상해요. 보통 사람들은 쉽게 공감하기 힘든 스타일을 이해하고, 더 나아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파트너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았을 거예요. 이번 프로젝트는 애드와 아보아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관건이었어요. 물론 건축과 인테리어에 이토록 진심인 고객과 함께할 수 있어 아주 행복했죠.” 헤우만의 증언이다.
아보아는 자신의 삶이 언제나 ‘문제투성이’였다고 고백했다. 항상 눈앞에 해결해야 할 문제로 가득했던 그녀의 인생은 좋게 말하자면 지루하거나 심심할 틈이 없는 꽉 찬 삶이었다. 어릴 때는 정신 건강 문제에 시달렸으며, 전 세계 사춘기 소녀와 젊은 여성의 꿈과 라이프스타일을 지원하는 플랫폼 ‘걸스 토크(Gurls Talk)’를 성공적으로 론칭하는 일도 녹록지 않았다. 하지만 어떤 문제와 맞닥뜨렸든 아보아는 한결같이 쾌활한 모습을 유지했다. 그리고 그런 성미는 새집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헤우만은 먼저 맞춤 가구와 빈티지 소품을 다채로운 패브릭에 매치해 편안한 영국 시골집 분위기를 도심에 구현하는 일에 집중했다. “통제된 느낌이 없으면서도 전반적으로 조화가 느껴지도록 신경 썼어요.” 그녀에게 전반적인 인테리어 컨셉을 묻자 돌아온 답변이다.
하지만 공간 곳곳에 놓인 아보아의 소장품이야말로 이 집의 개성을 완성하는 주인공이다. 조경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아보아의 이모 사라 허즈번드(Sarah Husband)가 디자인한 정원을 비롯해 예술적 감각을 타고난 아보아의 가족과 친구들이 선물한 작품이 적재적소에서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아보아가 어릴 때부터 수집한 바비 인형과 희귀하고 개인적인 사진, 공들여 모은 책과 예술품(여동생이 미대 학위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만든 태피스트리 작업 역시 눈에 잘 띄는 곳에 걸려 있다)으로 가득한 서재가 좋은 예다.
몽환적인 그림을 그리는 아리아나 파파데메트로풀로스(Ariana Papademetropoulos)의 대형 회화는 거실 인테리어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친구 소개로 아리아나를 알게 됐는데 보자마자 완전히 사랑에 빠져버렸어요.” 아보아가 말했다. 거실에는 서로 다른 패턴의 직물로 감싼 소파가 대비되는 에너지를 주고받는 가운데 워리스 비아니(Warris Vianni)의 핑크색 패브릭으로 리폼한 오토만(부드러운 천을 덧댄 의자나 가구)이 헤우만의 말대로 ‘약간 도도하게’ 광채를 뿜어내고 있었다.
통 크게 확장해 마무리한 주방에서는 가나 예술가 기디언 아파(Gideon Appah)의 작품 아래 있는 암녹색 장의자를 비롯해 대부분의 아이템이 독자적인 스타일과 배치를 자랑하고 있었다. 노란색으로 칠하는 데 특히 많은 공을 들인 수납장도 눈에 들어왔다. “가구를 배치할 때 모두가 예상할 법한 위치에 두는 것이 싫었어요. 만약 아주 새로운 스타일의 파티를 열고 싶으면 어떡해요?” 아보아가 웃으며 말했다. 예상치 못한 디테일을 가미하는 것은 헤우만이 선호하는 인테리어 방식이기도 하다. 광택이 흐르는 파란색으로 천장을 칠한 서재부터 파우더 룸에서 포착한 셔벗 레몬 컬러 배관에 이르기까지, 영혼의 파트너를 만나 한층 과감하게 발휘된 헤우만의 심미안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드레스 룸 양쪽 벽면을 꽉 채운 그레이 컬러의 수납장 가장자리를 루비색으로 칠한 감각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욕실에 관한 아보아의 아이디어는 분홍색으로 꾸며달라는 것이 전부였지만 헤우만은 이를 재치 있게 해석했다. 안으로 푹 파인 아치형 공간 두 군데를 분홍색으로 칠한 다음 그 사이에 하얀 대리석 샤워 부스를 설치한 것. “벽 전체가 분홍색이면 지루하게 보일 수도 있겠다고 여겼어요. 그래서 아보아에게 핑크를 전 공간을 지배하는 색상이 아니라 포인트 색상으로 활용하자고 제안했죠.” 헤우만이 말했다.
침실이야말로 아보아가 수년간 보금자리에 대해 상상한 모든 것의 집합체였다. “패턴이 넘실대는 벽지와 그것과 아주 잘 어울리는 빈티지한 커튼은 제가 오랫동안 간절히 원하던 거였어요.” 아보아의 로망을 이뤄주기 위해 헤우만은 화이트웍스(Whiteworks)의 ‘포지(Posy)’ 벽지를 골랐지만 지나치게 감성적인 느낌이 들지 않도록 전체적인 조화를 신경 쓰며 작업했다. “저와 아보아는 극적이면서도 아늑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원했어요.” 헤우만이 덧붙였다.
지난해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탑 보이 시즌 3>로 오랜만에 배우로 복귀한 아보아는 헤우만의 도움으로 상상한 것보다 집에서 훨씬 많은 에너지를 받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친구들은 저를 집으로 상상한다면 정확히 이런 집일 거라고 얘기하곤 해요. 나를 빼닮은 집을 조용히 배회할 때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평온을 느껴요.” (VL)
- 사진
- Simon Upton
- 글
- Busola Evans
- 스타일리스트
- Sara Mathers
- 패션 스타일링
- Studio&
- 헤어
- Jaz Lanyero
- 메이크업
- Maha Alselami
- 아트
- ©Steve Husb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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