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어처 집의 작아서 아름다운 세계
메리 여왕의 ‘인형의 집’부터 비욘세에게서 영감을 받은 미니어처 집까지, 작아서 아름다운 세상.
미니어처 제작자인 나는 소녀 시절부터 인형의 집에 매료되었다. 어느 날 당대 최고의 예술가와 공예가 1,500여 명이 2년에 걸쳐 완성한 메리 여왕의 ‘인형의 집’을 윈저성에서 마주했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미니어처의 세계에 입문했다. 특히 코로나19로 도시가 봉쇄된 2021년, 작업용 칼과 합판으로 리한나가 어린 시절을 보낸 바베이도스의 집을 1:144 비율 미니어처로 만들었다. 이렇듯 유명인의 집에서 영감을 얻곤 한다. 미니어처 감상에는 노력이 필요하다. 몸을 기울이고, 허리를 숙이며, 실눈을 뜨고 디테일을 살펴야 보인다. 심지어 돋보기를 써야 할 때도 있다. 일단 그 속에 빠져들면 현실에서는 대수롭지 않던 작은 디테일 하나하나에 감탄할 수 있다. 일상적 소품은 1:12 비율의 미니어처로 제작해야 매력적이며 한층 ‘사람 냄새’가 난다. 기록에 남아 있는 최초의 ‘미니어처 집’은 17세기에 철제로 만들었으며, 어른용이었다. 젊은 여성에게 집안일 하는 법을 가르치려는 목적으로 제작됐다. 이 집에는 부잣집에나 있을 법한 세간이 있었다. 오늘날 인형의 집은 크게 두 종류다. 플라스틱으로 된 바비의 드림하우스 같은 어린이 장난감이거나, 멀바니앤로저스(Mulvany&Rogers)의 초호화 작품처럼 성인을 위한 수집용이다. 내가 소유한 인형의 집 네 채엔 공통점이 있다. 마담 C.J. 워커(C.J. Walker)의 헤어 미니어처가 어딘가에 꼭 들어 있다. 마담 C.J. 워커는 공전의 히트를 친 아프로 헤어 트리트먼트 제작자로, 덕분에 19세기 말 미국에서 처음으로 백만장자가 된 흑인 여성이다. 나는 개인적인 문화를 작업에 녹여내길 좋아해서, 패턴 디자이너에게 허락을 받아 그들이 디자인한 패턴을 축소해 벽지나 패브릭 가구에 즐겨 입힌다. 다분히 영국 분위기가 나는 조지 왕조 시대 스타일의 3인용 소파에 내 뿌리인 가나가 있는 아프리카를 여행하며 지켜본 총천연색을 믹스했다. 미니어처 캐리비언 음료 캐비닛, 아르데코 스타일의 드레싱 테이블, 아프리칸 왁스 프린트 패브릭과 아딘크라(Adinkra) 상징이 사용된 1830년대 스타일의 암체어, 조세핀 베이커(Josephine Baker)와 마야 안젤루(Maya Angelou)처럼 영향력 있는 여성의 이미지를 콜라주한 작업 모두 같은 예다. 그레이스 존스(Grace Jones)는 1980년대에 키스 해링(Keith Haring)이 칠한 하얀색 보디 페인트 차림으로 등장했다. 나는 이 패턴을 1930년대 드레싱 테이블 상판에 사용했다. 무엇이든 다 가능하니까! 패션 트렌드, 인테리어 디자인, 여행,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런던의 모습, 예술, 텍스타일, 역사적인 인테리어 디자인에서도 영감을 받는다. 종종 벼룩시장에서 미니어처 방에 사용할 소품을 구해오기도 한다. 작은 상자를 구하기 위해 두 번이나 파리의 방브 벼룩시장으로 날아가기도 했다. 이 모든 소품의 95%는 레이저 커팅기나 실톱을 이용해 집에서 직접 만든다. 앞으로 공공장소나 건물에서 더 많은 미니어처를 볼 수 있길 바란다. 미니어처는 한눈에 많은 아이디어를 전달하며, 우리를 꿈의 세계로 초대한다. 갤러리의 높은 벽 위에서 고고하게 우리를 내려다보진 않는다. 심지어 메리 여왕의 인형의 집마저 위화감을 주지 않는다. 친근하면서도 후대에 물려줄 만한 인형의 집, 미니어처 집을 나도 만들고 싶다. 어린 시절 모두가 꿈꾼! (VL)
추천기사
인기기사
지금 인기 있는 뷰티 기사
PEOPLE NOW
지금, 보그가 주목하는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