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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예술적인 화과자

2024.04.10

세상에서 가장 예술적인 화과자

수백 년 전통의 일본 화과자가 파티시에 피비 오가와의 손끝에서 예술로 피어난다.

개화를 앞둔 크로커스 꽃봉오리가 겨울이 끝났음을 말해주는 푸른 화과자는 네리키리(흰콩 반죽)로 만들었다. 오가와의 화과자는 퀸스 롱아일랜드시티의 모그모그(Mogmog) 마켓과 브루클린 그린포인트의 케틀(Kettl)에서 구입할 수 있다. 맛있는 영감으로 가득한 오가와의 인스타그램 계정(@ogawagashi)도 들여다보길.

쌀가루, 단팥, 설탕, 물, 이것이 화과자(和菓子, Wagashi)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의 전부다. 화과자는 차와 함께 즐기는 한 입 거리 간식으로 일본 왕실에서 특히 사랑받아온 디저트다. 화과자의 역사는 에도시대(1603~1868)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화과자 장인들은 오랜 시간을 들여 재료를 갈고 반죽을 치댄 뒤 꽃잎처럼 세세한 부분까지 하나하나 손수 빚어냈다. 파티시에 피비 오가와(Phoebe Ogawa)의 화과자를 처음 마주한 나는 그 보드랍고 조그만 작품이 지닌 오묘함에 넋을 잃고 말았다. 그의 작품은 오감을 자극하는 동시에 그 안에 자연의 운율까지 품고 있었다. 오가와가 창조하는 자연의 운율이란 추분(秋分)을 축복하는 자그마한 잠자리와 다채롭게 물든 노을, 추수철 보름달 아래 하늘거리는 초원의 모습 혹은 기나긴 여름 장마 끝에 맞이한 이슬 맺힌 수국의 모습 등을 말한다. 가을에 수확하는 밤이나 감, 겨울 귤, 봄에 피는 벚꽃처럼 계절의 특징을 나타내는 요소를 장식으로 표현하는 경우도 많다.

우이로 모찌로 새벽빛이 내려앉은 산의 모습을 형상화한 화과자.

입춘을 주제로 오가와가 하나하나 직접 디자인한 작품을 지면에 한데 모았다. 오가와의 작품은 자연이 선사하는 찰나의 아름다움을 입이나 눈으로 향유하도록 완벽하게 포착하고 있어 더욱 아름답게 여겨진다. 넋을 완전히 잃기 전에 화과자는 결국 맛있게 먹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상기했다. 그리고 아주 조심스럽게 베어 먹자마자 눈으로 볼 때보다 더한 풍미가 입안을 감미롭게 물들였다.

일본에서 행운의 상징으로 여기는 콩을 패턴으로 수놓은 우이로 모찌 화과자.
지저귀는 소리로 봄이 왔음을 알리는 일본의 휘파람새는 호두가 들어간 부드러운 규히 모찌로 만들었다.
일본의 매화꽃은 호두가 들어간 부드러운 규히 모찌로 만들었다.
땅에서 움트는 새싹을 네리키리로 표현했다.
표면이 갈라진 모찌와 한천으로 봄 안개가 내려앉는 모습을 포착했다.
얼음이 녹은 강물에서 다시 헤엄치기 시작한 물고기의 모습을 한천과 팥양갱으로 표현했다.
킨톤(흰콩 반죽을 체로 거른 것)으로 만든 온갖 꽃이 팥양갱과 흰콩양갱을 쌓아 함께 찐 우키시마(흰콩 시폰 케이크) 위를 수놓았다.
    사진
    KYOKO HAMADA
    JENNIFER HOPE CHOI
    푸드 스타일리스트
    JOCELYN CABR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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